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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피우고 술잔 올리고…화천향교에 이어진 ‘예(禮)의 시간’

20일 화천향교 추기 석전제 봉행

기사입력 2026-09-2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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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피우고 술잔 올리고”…화천향교에 이어진 ‘예(禮)의 시간’


-20일 화천향교 추기 석전제 봉행

-지역 유림·기관사회단체장 한자리…공자와 선현의 학덕 기려

-절하고 잔 올리는 오래된 의례…세대를 건너 이어가는 지역의 전통



 

향이 피어오르고 술잔이 올랐다.


제관들은 옷깃을 여미고 선현 앞에 몸을 낮췄다. 말소리도 발걸음도 조심스러워졌다.


가을볕이 내려앉은 20일 화천향교 대성전에서 공자를 비롯한 선현들의 학덕을 기리는 추기 석전제가 봉행됐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선현을 기리고 예(禮)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손길은 한결같았다.


이날 화천향교에는 오영교 전교를 비롯한 지역 유림들이 전통 복식을 갖추고 제례에 나섰다.


대성전 앞에 도열한 제관들이 의식을 준비하면서 평소 고즈넉했던 향교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제관들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향을 피우고 술잔을 올리며 선현에게 예를 갖췄다.


두 손으로 잔을 받들고, 몸을 낮추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서는 동작 하나하나가 신중했다.


화려한 볼거리도 요란한 구호도 없었다.


한 번의 절과 한 잔의 술에 선현을 기리는 마음을 담는 것이 이날 의식의 중심이었다.


석전은 향교 대성전에서 공자를 비롯한 선현들의 학덕을 기리는 전통 제례다.


향교가 지역의 교육과 교화의 중심 역할을 하던 시대부터 이어져 온 대표적인 제향 의식으로, 오늘날에도 각 지역 향교에서 봄과 가을 봉행되고 있다.


화천향교 역시 석전을 통해 선현을 기리는 동시에 지역의 전통문화와 유교문화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제례 현장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전통을 직접 지켜가는 사람들이었다.


검은 제복과 관모를 갖춰 입은 유림들은 의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복장과 제례 절차를 살폈다.


대성전 안에서는 제물을 올리고 술잔을 받드는 의식이 이어졌고, 제관들은 마지막까지 흐트러짐 없이 예를 갖췄다.


오랜 세월 전해진 의례가 책이나 기록 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몸짓을 통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순간이었다.


행사에는 오영교 전교를 비롯해 김태원·박종성·함흥근 장의 등 화천향교 유림들이 참석했다.


김세훈 화천군수와 조웅희 화천군의회 의장, 김동완·박진천·최호기 군의원을 비롯한 기관·사회단체 관계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정종성 화천문화원장, 김명규 화천농협 조합장, 이덕재 화천신협 이사장, 이봉은 새마을금고 이사장 등도 참석해 석전의 의미를 함께 나눴다.


이날의 석전은 오래된 의례를 단순히 되풀이하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향교를 지켜온 사람들이 다시 제복을 입고 향을 피우며 술잔을 올리는 과정 자체가 지역의 전통을 다음 세대로 넘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면 향교를 드나드는 얼굴도 달라진다.


하지만 누군가는 다시 관복을 입고, 누군가는 제물을 준비하며, 또 누군가는 선현 앞에 몸을 낮춘다.


그렇게 이어진 수많은 손길이 전통을 오늘까지 데려왔다.


제례가 끝나자 대성전은 다시 고요해졌다.


제관들도 하나둘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이날 선현에게 올린 한 잔의 술과 정성스러운 한 번의 절은 화천 사람들이 지켜온 ‘예의 시간’을 다시 다음 계절로 넘겼다.

 

<김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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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신문 (inewspeo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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