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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9-21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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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화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시면서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기사입력 2026-09-19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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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화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시면서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화천은 아이들 교육에 적지 않은 관심과 투자를 해 왔다. 장학사업도 하고, 학습과 체험, 진로를 위한 여러 지원도 한다. 아이들이 지역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지역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고맙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지원은 앞으로도 계속되고 더 좋아졌으면 한다.


나는 그동안 지역의 교육과 관련된 여러 자리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세 곳의 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으로 활동했고, 학습관 실무위원과 인재육성재단에서도 활동했다.


그렇다고 내가 교육 전문가는 아니다. 다만 학교 안에서 교육을 바라볼 기회도 있었고, 학교 밖에서 우리 지역이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지원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 볼 기회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화천이 아이들을 위해 참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래서 이 글은 지금까지의 교육 지원이 잘못됐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해 온 좋은 투자를 한 걸음 더 넓혀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여러 교육 관련 자리에 참여하면서 우리는 늘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고민했다.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지, 어떤 체험을 제공할 것인지, 어떻게 공부를 도울 것인지, 아이들에게 어떤 기회를 더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당연히 필요한 고민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들을 매일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우리는 얼마나 물어봤을까.


학교운영위원으로 학교를 가까이에서 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


학교는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곳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있고, 선생님이 있고, 학부모가 있다. 행정과 돌봄, 급식 등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학교를 위해 애쓰는 많은 분도 있다.


그 가운데 매일 교실에서 아이들과 가장 가까이 만나는 사람은 선생님이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성격을 살피고, 잘하는 것을 찾아 주고, 뒤처지는 아이를 기다려 주는 것도 선생님이다. 때로는 부모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이의 모습을 선생님이 먼저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조금 엉뚱할 수도 있는 질문을 해 보게 됐다.


아이에게 투자하는 것과 아이를 가르치는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을 꼭 따로 생각해야 할까.


선생님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좋은 교육 현장을 경험한 뒤 그것을 교실로 가져온다면 결국 그 경험은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선생님들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자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돌아갈 지원을 줄여 교사에게 나누어 주자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지금까지 화천이 아이들에게 해 왔던 교육 투자를 조금 더 넓게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아이에게 투자하는 화천에서 이제는 ‘아이를 가르치는 사람의 성장’​에도 관심을 가져 보면 어떨까.


교사를 예우한다고 하면 흔히 무언가를 대접하거나 혜택을 주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이 예우는 아닐 것이다.


배우고 싶은 선생님에게 배울 기회를 주고, 연구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연구할 수 있도록 돕고, 다른 지역의 좋은 학교와 교육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볼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교사를 존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지역사회가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경험과 전문성을 존중합니다.”


라고 말해 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화천은 대도시와 여건이 다르다.


학교 규모도 다르고 아이들이 살아가는 환경도 다르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거리도 비교적 가깝다. 학교 하나가 마을에서 차지하는 의미 역시 도시와는 다를 수 있다.


그런 만큼 화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화천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화천의 자연을 알고, 마을을 알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면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새로 화천에 오신 선생님들에게 “화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만 할 것이 아니라 화천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우리 지역의 역사와 자연을 둘러보고,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화천에서 오래 아이들을 가르친 선생님의 이야기도 들어 보는 것이다.


선생님을 학교 안에서만 만나는 사람이 아니라 화천에서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한 사람으로 맞이하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생각해 볼 부분은 있다.


핀란드는 교사를 전문성을 가진 교육자로 바라보고 교사의 전문적 판단을 존중하는 문화로 잘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도 좋은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가 계속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 아래 교사의 전문성 개발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미국에서는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 선생님들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교사 감사 주간’도 오래 이어지고 있다.


물론 외국에서 한다고 화천도 그대로 따라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교육제도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


다만 한 가지 생각은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면 아이를 가르치는 사람도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당장 새로운 사업부터 만들자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으면 한다.


무엇인가를 만들기 전에 선생님들에게 먼저 물어봤으면 좋겠다.


“선생님, 화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시면서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아주 단순한 질문이다.


어떤 공부를 더 해 보고 싶은지, 어떤 수업을 시도해 보고 싶은지, 다른 지역의 어떤 학교를 찾아가 보고 싶은지 물어볼 수 있다.


화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지역사회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는지도 들어볼 수 있다.


가능하다면 이런 질문도 한번 해 보고 싶다.


“다시 근무지를 선택한다면 화천에서 한 번 더 근무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왜 그런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달라졌으면 하는지도 들어보고 싶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답이 나올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오히려 그래야 한다.


선생님을 존중한다면서 선생님의 생각을 듣지 않고 주민이나 행정이 먼저 사업을 정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먼저 듣고, 그다음에 생각하면 된다.


해외연수 문제도 그렇게 접근했으면 한다.


아이들에게 해외 경험을 제공하는 것처럼 장기적으로는 선생님들에게도 다른 나라의 교육 현장을 직접 보고 연구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해외로 갈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에도 찾아가 볼 만한 교육 현장은 많다. 작은 학교의 장점을 잘 살리는 곳도 있을 것이고, 농산촌의 자연과 지역문화를 교육과 연결하는 학교도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새로운 교육 방식을 시도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화천의 선생님 몇 분이 작은 연구모임을 만들어 직접 주제를 정하고 그런 곳을 찾아가 보면 어떨까.


‘학생 수가 적은 것이 꼭 약점이기만 할까.’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오히려 할 수 있는 교육은 없을까.’


‘화천의 산과 강, 마을을 교실로 만들 수는 없을까.’


‘농산촌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진로교육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가지고 다른 지역을 찾아가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돌아와 동료 선생님들과 나누고, 가능하다면 화천의 교실에서 직접 시도해 보는 것이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 그다음에는 해외의 교육 현장까지 눈을 돌려볼 수도 있다.


일본의 농산촌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핀란드에서는 작은 학교와 교사의 전문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싱가포르는 교사의 성장을 어떻게 지원하는지 직접 찾아가 보고 연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원칙은 분명했으면 한다.


해외연수가 관광이나 포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선생님이 직접 연구할 주제를 정하고, 현장에서 배우고, 돌아온 뒤 경험을 다른 선생님들과 나누고 수업에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선생님에게 해외여행을 보내 주는 ‘혜택’이 아니다.


화천 교육에 대한 투자다.


그리고 꼭 돈이 많이 드는 일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지역에서 먼저 선생님들에게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거창한 행사는 필요 없다.


학생이 선생님에게 편지 한 장을 써도 좋고, 졸업한 제자가 자신을 가르쳤던 선생님에게 오랜만에 안부를 전해도 좋다. 학부모와 주민이 함께 참여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선물의 크기가 아니다.


“우리 지역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학교에는 선생님만 계시는 것이 아니다.


행정직원과 교육공무직, 돌봄과 급식 등 여러 자리에서 아이들을 위해 애쓰는 분들이 있다.


선생님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한 작은 움직임이 학교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모든 분을 존중하는 문화로 넓어지면 더 좋겠다.


그리고 이런 일은 처음부터 행정이 앞장서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학부모 몇 명, 주민 몇 명이 먼저 시작하면 어떨까.


“우리 지역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봅시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현직 선생님의 이야기도 듣고, 퇴직한 선생님의 경험도 들어보자. 학부모와 학생의 생각도 들어보자.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나오면 그때 화천군과 교육지원청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행정은 필요한 예산과 제도로 돕고, 교육기관은 전문성을 보태고, 선생님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이야기하고, 주민과 학부모는 학교를 응원하면 된다.


누군가가 사업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이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생각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한 가지는 꼭 분명했으면 한다.


지역에서 선생님을 지원한다고 해서


“우리가 이렇게 해 줬으니 우리 아이들을 더 잘 가르쳐 주십시오.”


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존중이 아니라 거래가 된다.


특정 선생님에게 선물이나 혜택을 주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공정하고 공개된 기준 아래 선생님들의 연구와 배움을 지원하고, 그 경험이 자연스럽게 화천의 교육으로 이어지는 환경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나는 가끔 10년 뒤를 상상해 본다.


화천에서 근무했던 한 선생님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서 이런 말을 한다면 어떨까.


“화천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그곳에서는 학교만 교육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람들이 함께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해 줬습니다.”


그 한마디면 충분하지 않을까.


어떤 선생님은 화천에 조금 더 머물고 싶어질 수도 있다.


또 어떤 선생님은 다른 지역으로 옮긴 뒤에도 화천에서 경험한 교육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선생님에게 배웠던 아이가 자라서 어느 날 다시 화천의 후배들을 만나러 올 수도 있다.


교육이라는 것이 어쩌면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당장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남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하면서 오랫동안 이어지는 것 말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


학생 지원을 줄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까지 화천이 아이들에게 해 온 좋은 교육 투자를 한 걸음 더 넓혀 보자는 것이다.


아이에게 장학금을 주고, 좋은 체험을 제공하고, 더 넓은 세상을 보여 주는 것처럼 그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에게도 배우고 연구하고 새로운 교육을 경험할 기회를 주면 어떨까.


그렇게 해서 언젠가는 이런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화천은 아이 키우기 좋은 곳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 한마디가 더 붙었으면 한다.


“화천은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치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좋은 선생님이 화천에서 한번 근무해 보고 싶고, 화천에 온 선생님이 우리 지역을 이해하고, 떠난 뒤에도 화천에서 보낸 시간을 따뜻하게 기억하는 지역.


그런 지역이라면 우리 아이들에게도 좋은 곳이지 않을까.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위원회부터 만들 필요도 없고 큰 예산부터 요구할 필요도 없다. 해외연수 계획을 먼저 세울 이유도 없다.


우선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리고 지역에서 먼저 이렇게 말해 보면 어떨까.


“선생님, 화천에서 우리 아이들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다음 한 가지를 물어보자.


“선생님, 화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시면서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어쩌면 화천의 새로운 교육 이야기는 그 작은 질문 하나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화천신문 (inewspeo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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