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주는 화천으로 가자”…전입 1,000명 육박, 인구 649명 늘었다
-시범사업 선정 이후 8월18일까지 878명 전입…9월 초 1,000명 안팎 추산
-서울·인천 등 수도권부터 부산·대구·제주까지 전국 각지서 주소 옮겨
-전출 반영한 화천군 전체 인구도 석 달 사이 2만2,312명에서 2만2,961명으로 증가
-첫 지급 이후 지역 내 사용액 27억7,622만원…음식점·학원·주유소 등 골목상권으로
농어촌 기본소득이 화천의 인구 흐름을 바꾸고 있다.
시범사업 선정 이후 약 3개월 동안 화천으로 주소를 옮긴 사람이 1,000명에 육박했고, 전출자를 반영한 전체 인구도 649명 늘었다. 기본소득이 최근 화천 전입을 이끈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화천군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선정된 지난 6월11일부터 8월18일까지 전·출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모두 878명이 화천군으로 전입 신고한 것으로 집계됐다.
8월18일 이후에도 전입 신고가 빠르게 이어져 9월8일까지 화천으로 주소를 옮긴 주민은 1,000명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군은 잠정 집계하고 있다.
전입과 전출을 모두 반영한 실제 인구 증가 폭도 뚜렷하다.
지난 6월11일 2만2,312명이었던 화천군 인구는 9월11일 2만2,961명으로 늘었다. 석 달 사이 649명이 증가한 것이다.
단기간에 나타난 전입 증가분 모두를 기본소득의 효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군부대와 직장 이동, 가족 합류 등 다른 요인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 직후부터 전입이 빠르게 늘었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이 화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실제 주소 이전을 이끈 주요 계기로 작용했다는 해석에는 힘이 실린다.
춘천 208명·서울 107명…전국에서 화천으로
새로 화천을 찾은 주민들의 이전 거주지는 전국에 걸쳐 있다.
8월18일 기준 전입자의 이전 거주지역을 보면 춘천시가 20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시 107명, 인천시 39명, 고양시·대구시·원주시 각 22명, 양주시 21명 순이었다.
남양주시와 수원시, 부산시, 광주시와 전남지역을 비롯해 파주시, 부천시, 세종시, 인제군, 천안시, 구리시, 김포시, 계룡시, 포항시, 거제시, 경주시에서도 화천으로 주소를 옮겼다. 제주에서도 6명이 전입했다.
인접한 춘천과 도내 지역뿐 아니라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영·호남과 충청, 제주까지 전입지가 폭넓게 분포한 것이다.
다만 전입 신고를 했다고 해서 기본소득이 곧바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6월11일 이후 화천으로 전입한 주민은 3개월간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 실거주가 확인되면 앞선 3개월분의 기본소득을 소급해 받는다.
기본소득을 받기 위한 형식적인 주소 이전을 차단하고, 실제로 화천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절차다.
기본소득 27억7,622만원, 지역 안에서 쓰였다
인구 증가와 함께 지역 안에서 움직이는 소비 규모도 커지고 있다.
첫 기본소득이 지급된 지난 8월28일 이후 집계된 지역 내 기본소득 사용액은 모두 27억7,622만5,000원에 달했다.
기본소득은 화천사랑카드 등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돼 화천군 안에서 사용된다. 사용처도 음식점과 학원, 편의점, 주유소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업종에 고르게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에게 지급된 기본소득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의 가게와 소상공인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기본소득에 따른 소비가 매달 이어지면 주민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에 일정한 소비 기반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입 인구가 늘어날 경우 주거와 식료품, 교육, 교통 등 일상생활 전반의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기본소득이 주민 개개인의 소득 보완을 넘어 인구 유입과 지역 소비를 연결하는 새로운 경제 순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입’에서 ‘정착’으로…이제는 살 집과 생활 여건
앞으로의 관건은 전입 증가를 지속적인 정착으로 이어가는 일이다.
기본소득이 사람을 화천으로 불러오는 계기가 됐다면, 이들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생활하도록 만드는 힘은 안정적인 주거와 일자리, 교육·보육, 의료, 교통 등 생활 여건에서 나온다.
특히 단기간에 유입된 전입 주민들이 실제로 어느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는지, 장기 거주 의사가 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 정착 단계에서 겪는 불편을 줄여야 한다.
화천군은 새로 전입한 주민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중대형 임대주택 공급 등 필요한 생활 기반을 확충할 계획이다.
군은 농어촌 기본소득이 내년 이후에도 지속되고 ‘화천형 햇빛연금’까지 더해지면 주민 1명당 매달 25만~30만원을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본소득으로 시작된 인구 증가가 일시적인 주소 이전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지역소멸의 흐름을 되돌리는 장기적인 정착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김세훈 화천군수는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을 계기로 화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것이 실제 전입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새롭게 화천을 찾은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해 생활할 수 있도록 중대형 임대주택 공급 등 필요한 지원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