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9-20 23:16

  • 오피니언 > 칼럼&사설

[기획] 「물의 값」 -화천댐 80년, 국가는 물을 가져갔고 지역은 무엇을 얻었나

기사입력 2026-09-10 16:22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기획] 「물의 값」

-화천댐 80년, 국가는 물을 가져갔고 지역은 무엇을 얻었나

 

물은 흘러간다.


강을 따라 지역의 경계를 넘고, 댐을 거쳐 전기가 되고, 도시와 산업을 움직이는 자원이 된다.


화천댐의 물도 그렇게 80년 넘게 흘렀다.


1944년 준공된 화천댐은 전력을 생산했고 북한강 수계의 수자원으로 이용돼 왔다. 이제 그 물은 국가 첨단산업을 위한 새로운 용수공급 체계에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가의 장부에는 댐의 저수량과 발전능력, 공급 가능한 물의 양이 기록돼 있다.


그렇다면 물을 내준 지역의 장부에는 무엇이 적혀 있을까.


물에 잠긴 농경지와 집, 삶의 터전을 떠난 주민, 사라진 도로와 달라진 생활권. 댐으로 인해 장기간 발생한 지역의 비용은 얼마였고, 그동안 지역에 돌아온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 질문은 과거의 보상 문제만을 뜻하지 않는다.


댐의 물이 앞으로 새로운 국가산업을 위해 이용된다면 수원지역의 기여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편익은 어떤 원칙으로 나눌 것인지까지 이어진다.


본지는 5차례에 걸쳐 화천댐을 둘러싼 서로 다른 장부를 들여다본다.


첫 번째는 화천댐 80년의 손익계산서다.


두 번째는 춘천댐에 잠긴 화천~춘천 국도 5호선과 길의 시간값을 따라간다.


세 번째는 화천댐 피해 장부 밖에 남아 있는 춘천댐의 화천지역 영향을 살펴본다.


네 번째는 국가 첨단산업의 수원으로 다시 평가받는 화천댐 물의 새로운 가치를 묻는다.


마지막으로 피해와 지원을 넘어 수원지역의 기여와 편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제도적 해법을 찾아본다.


이 연재의 목적은 피해액을 더 크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이미 알려진 피해는 확인하고, 아직 계산되지 않은 것은 억지로 숫자로 만들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국가는 물의 가치를 계산해 왔다.


그렇다면 물을 내준 지역의 가치는 제대로 계산돼 왔는가.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묻는다.


앞으로 그 물이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면, 그 가치는 누구의 장부에 기록돼야 하는가.


기획 「물의 값」은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① 10억톤의 물

화천댐 80년의 손익계산서

저수량 10억1,800만㎥, 설비용량 108MW

지역이 추산한 장기 피해는 3조원대

국가가 얻은 편익과 지역이 부담한 비용을 함께 적은 장부는 있는가



 

화천댐에는 10억톤이 넘는 물을 담을 수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자료에 따르면 화천수력은 1944년 준공됐으며 저수량은 10억1,800만㎥, 설비용량은 108MW다.


국가의 장부에서 이 숫자는 발전시설의 규모다.


하지만 화천의 장부에는 다른 숫자와 기억이 함께 남아 있다.


물에 잠긴 농경지와 집, 삶의 터전을 옮겨야 했던 주민, 사라진 도로와 달라진 생활권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80년을 넘겼다.


국가는 화천댐이 얼마나 많은 물을 담고 얼마나 많은 전기를 생산하는지 계산해 왔다.


그렇다면 그 물과 전기를 내준 지역이 오랜 세월 부담한 비용은 얼마나 될까.


화천댐 80년의 손익계산서는 아직 한 장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 지역은 3조원대의 피해를 계산했다

 

화천군이 의뢰한 연구에서는 화천댐으로 인한 장기 직·간접 피해가 3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2024년 연구 초기 공개자료에서는 1954~2022년 피해가 3조3,359억원으로 제시됐고, 이후 지역사회와 일부 자료에서는 3조2,656억원이라는 숫자가 사용됐다.


현재 확보한 자료만으로 두 숫자의 차이를 완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번 기획에서는 3조2,656억원을 화천군이 겪은 모든 댐 피해의 확정 총액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화천댐을 중심으로 산정·제시된 장기 피해 추정치라고 표현한다.


중요한 것은 숫자의 크기만이 아니다.


무엇을 피해로 계산했느냐다.


연구는 농업소득 감소와 교통비용, 지방세수 감소 등 댐이 오랜 기간 지역경제와 주민생활에 미친 영향을 돈으로 환산하려 했다.


이는 댐 건설 당시 한 차례 이뤄진 토지·재산 보상과는 다른 계산이다.


댐이 존재하는 동안 지역에 누적된 사회경제적 비용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라는 데 의미가 있다.

 


■ 국가가 얻은 편익도 장기간 이어졌다

 

화천댐은 전기를 생산했다.


생산된 전력은 화천에 머물지 않았다.


전력망을 따라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에너지가 됐다.


북한강 수계의 수자원 운영에도 역할을 했고, 최근에는 국가 첨단산업을 위한 산업용수 공급원 가운데 하나로도 주목받고 있다.


지역에서는 1965년 이후 화천수력의 발전 판매가치를 약 2조5천억원 규모로 추정한 자료도 제시됐다.


그러나 이 숫자를 3조원대 피해 추정치와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발전 판매액은 피해액의 반대편에 놓고 바로 빼거나 더할 수 있는 ‘순편익’이 아니다.


한수원의 순이익과도 다르다.


발전비용과 전력계통 기여, 다른 발전원의 대체비용 등까지 따져야 수력발전의 순편익을 계산할 수 있다.


발전 이외의 수자원 이용 기능까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려면 또 다른 분석이 필요하다.


이번 기획은 현재 확보한 자료를 넘어 그 가치를 임의로 계산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화천댐의 편익도 피해와 마찬가지로 수십 년에 걸쳐 지역 밖으로 확산돼 왔다는 점이다.

 


■ 지원금은 피해보상금이 아니다

 

화천에는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 등 각종 지역지원이 시행돼 왔다.


이 역시 화천댐 80년의 장부에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지원금을 장기 피해 추정액에서 곧바로 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은 관련 법과 제도에 따라 시행되는 지역지원이다.


수몰 당시 지급된 토지·재산 보상과 성격이 다르고, 장기간 발생한 사회경제적 피해 추정과도 산정기준이 다르다.


즉,


지원과 보상, 피해는 서로 다른 장부다.


산정기간과 목적, 기준이 다른 숫자를 단순히 더하거나 빼면 댐의 실제 손익을 오히려 왜곡할 수 있다.

 


■ 양구는 두 댐을 한 장부에 올렸다

 

최근 양구군의 댐 영향분석은 화천에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연구에서는 화천댐으로 인한 양구지역 피해를 약 9,720억원으로, 소양강댐 피해를 약 2조7,485억~2조9,513억원으로 추정했다.


두 댐의 영향을 합하면 약 3조7,205억~3조9,233억원 규모다.


여기서 화천과 양구의 피해액 크기를 비교하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


두 지역은 댐의 종류와 영향범위, 산정기간과 방법이 다르다.


주목할 것은 양구가 한 지역에 영향을 미친 두 개의 댐을 각각 계산해 한 장부에 올렸다는 점이다.


이 방법론을 화천에 대입하면 질문은 단순해진다.


화천군의 댐 영향 장부에는 화천댐만 들어 있는가.


화천의 남쪽에는 춘천댐이 있다.


그리고 그 물의 영향 역시 화천지역까지 이어져 있다.

 


■ 국가와 지역의 숫자를 한 장부에

 

그동안 댐을 둘러싼 숫자는 서로 다른 장부에 적혀 왔다.


국가는 저수량과 발전량을 계산했다.


지역은 수몰면적과 피해액을 계산했다.


하지만 댐의 전체 가치를 알려면 두 장부를 함께 봐야 한다.


국가가 얻은 편익.


지역이 부담한 비용.


지역에 돌아온 지원과 편익.


그리고 아직 계산되지 않은 항목.


이것을 같은 기준과 같은 시간축 위에 놓아야 비로소 화천댐 80년의 손익계산서를 말할 수 있다.


현재 확보한 자료만으로 그 최종 숫자를 만들 수는 없다.


그래서 이번 기획은 먼저 장부의 빈칸을 찾는다.


그 첫 번째 빈칸은 이다.


화천과 춘천을 잇던 길 가운데 하나가 물 아래로 사라졌다.


그 길을 따라가면 화천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또 하나의 댐 이야기가 나온다.

 



 

② 댐이 삼킨 길

양구 46번 국도, 화천 5번 국도

양구에서는 소양강댐으로 늘어난 ‘110분’을 피해로 계산했다

화천에서는 춘천댐에 잠긴 국도 5호선의 시간값이 아직 계산되지 않았다



 

댐에 잠기는 것은 땅만이 아니다.


길도 잠긴다.


그리고 길이 사라지면 사람과 물자는 돌아가야 한다.


하루의 우회라면 불편으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우회가 수십 년 이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통학과 통원, 장보기와 화물운송에 더해진 시간은 지역이 반복해서 부담하는 비용이 된다.


양구군의 최근 댐 영향분석은 그 시간을 피해의 일부로 계산했다.


소양강댐 건설로 국도 46호선 일부가 수몰되면서 양구에서 춘천까지 이동시간이 약 40분에서 2시간30분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110분이다.


그렇다면 화천은 어떨까.

 


■ 춘천댐 이전 국도 5호선은 강을 따라갔다

 

지역 기록에 따르면 춘천호가 형성되기 전 춘천 사북면 원평리와 화천 하남면 원천리를 잇는 국도 5호선은 북한강을 따라 이어져 있었다.


화천을 거쳐 철원 방면으로 연결되는 주요 교통축이었다.


1965년 춘천댐 담수 이후 이 강변도로가 물에 잠겼다.


차량은 이후 오탄리와 서오지리 방면의 산악지형을 우회해야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 대체도로가 산중턱의 비포장도로였고 도로 여건이 좋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기억도 전해진다.


핵심은 하나다.


북한강을 따라 이어지던 강변 교통축이 춘천댐 담수 뒤 산악 우회축으로 바뀌었다.


화천에서 춘천으로 향하는 길의 구조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 지금의 교통축에도 옛길의 지명이 남아 있다

 

현재 화천~춘천 시외버스 노선에는 원천리, 달거리, 서오지리, 어리고개, 지촌, 신포리 등의 지명이 이어진다.


동서울 방향 노선에는 원평리도 등장한다.


물론 현재 버스노선이 1965년 담수 직후의 대체도로와 정확히 같다는 뜻은 아니다.


도로는 이후 여러 차례 개량됐고 노선도 달라졌다.


다만 원천리와 서오지리, 지촌, 신포리, 원평리로 이어지는 지명축은 춘천댐을 전후해 화천~춘천 교통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이해하는 하나의 지리적 단서가 된다.


따라서 현재 도로는 과거 노선의 ‘증거’라기보다 옛길을 추적하는 좌표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 확인된 것은 ‘거리’가 아니라 ‘노선의 변화’다

 

화천의 교통피해를 숫자로 환산하려면 먼저 몇 가지 값이 필요하다.


댐 담수 전 국도 5호선의 정확한 거리.


수몰된 도로구간의 길이.


담수 뒤 대체도로의 거리.


그리고 당시 실제 소요시간이다.


현재 확보한 자료에는 이 네 값을 모두 확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


최근 국도 5호선 개량사업에서는 도로 거리와 통행시간이 줄어드는 수치가 제시된 바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도로개량 전후 차이를 1965년 춘천댐 피해로 소급해서는 안 된다.


비교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댐에 따른 교통비용을 계산하려면 반드시


춘천댐 담수 직전 국도 5호선



담수 직후 대체도로


를 비교
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기획에서는


‘춘천댐 때문에 몇㎞를 더 돌아갔다’


거나


‘몇 분이 더 걸렸다’


는 숫자를 제시하지 않는다.

현재 확인되는 것은 거리의 정확한 증가폭이 아니라, 강변길이 사라지고 교통축이 산악 우회로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 길의 비용은 공사비만이 아니다

 

도로가 멀어지면 주민이 더 부담하는 것은 연료비만이 아니다.


통학시간이 늘어난다.


병원과 시장으로 가는 시간도 늘어난다.


버스와 화물차의 운행비가 증가한다.


농산물 운송과 상권 접근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부담이 한두 해가 아니라 수십 년 반복됐다면 개인의 불편을 넘어 지역 전체의 사회경제적 비용으로 축적될 수 있다.


양구는 이 시간을 피해의 일부로 숫자화했다.


화천에서도 강변길이 사라지고 우회로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확인된다.


그러나 그 길의 장기 비용은 아직 별도의 숫자로 정리돼 있지 않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피해가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현재 확보된 장부에 계산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 양구에는 ‘110분’, 화천에는 아직 물음표

 

양구에서는 소양강댐 건설 뒤 춘천까지 이동시간이 40분에서 2시간30분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110분이라는 숫자가 있다.


화천에는 아직 그에 대응하는 숫자가 없다.


대신 확인되는 역사적 사실이 있다.


춘천댐 담수 전 원평리와 원천리를 잇던 국도 5호선이 북한강 강변을 따라 이어졌고, 담수 뒤 그 강변축이 사라지면서 교통로가 산악지역으로 우회하게 됐다는 것이다.


몇㎞를 더 돌아갔는지.


몇 분을 더 길에서 보냈는지.


그 시간과 비용이 수십 년 동안 얼마로 쌓였는지.


현재 자료만으로는 답할 수 없다.


그래서 화천 국도 5호선의 장부에는 아직 숫자 대신 물음표가 놓인다.


하지만 그 물음표는 길에서 끝나지 않는다.


강변도로가 물에 잠겼다면 그 주변의 논과 밭, 마을과 생활공간도 같은 물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


실제로 춘천댐의 물리적 흔적은 화천군 안에서 확인된다.


다음 장부는 그 물 아래에 있다.

 



 

③ 3조2,656억원이 전부인가

계산되지 않은 춘천댐 상류 영향

화천 원천리에서는 밭에 있던 고분이 물에 잠겨 섬이 됐다

현재도 하남면 5개 리는 춘천수력 주변지역에 포함된다

그러나 춘천댐이 화천에 미친 비용을 별도로 계산한 장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화천군 하남면 원천리 671-2.


북한강 물 가운데 적석총이 남아 있다.


관련 학술연구는 이 유적이 춘천댐 건설에 따른 수위 상승으로 수몰돼 현재 하중도가 됐다고 기록한다.


과거 조사자료에서는 이 고분이 마을 부근 길가의 밭에 있었다.


밭에 있던 유적이 물 가운데 섬이 됐다.


춘천댐의 물리적 영향이 화천군 안까지 들어왔다는 구체적인 흔적이다.


2부에서 물에 잠긴 길을 따라갔다면, 3부에서는 그 물이 화천의 땅과 생활공간에 어디까지 들어왔는지를 본다.

 


■ 춘천댐의 영향은 행정경계에서 멈추지 않았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이 춘천수력 주변지역으로 분류하는 화천군 하남면 지역에는 거례리, 논미리, 원천리, 서오지리, 계성리 등 5개 리가 포함된다.


이 사실만으로 5개 리 전체가 춘천댐에 수몰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정은 지원사업 등을 위한 제도적 범위이기 때문이다.


다만 춘천수력과 화천 일부 지역의 관계가 현재 제도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된다.


물리적 변화가 확인되는 지점도 있다.


원천리에서는 춘천댐 담수에 따라 고분이 물에 잠겨 하중도가 된 사실이 학술자료에 남아 있다.


서오지리에서도 춘천댐 건설 이후 마을 앞 들이 물에 잠기면서 수변환경이 형성됐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화천읍의 붕어섬 역시 춘천댐 담수와 관련해 형성된 지형으로 소개된다.


각 자료의 성격은 서로 다르다.


하지만 이 자료들을 한데 놓으면 한 가지는 분명해진다.


춘천댐의 물리적 영향은 춘천시 경계에서 끝나지 않고 화천군 안까지 이어졌다.


따라서 이제 질문은


‘춘천댐이 화천에 영향을 미쳤는가’가 아니라 ‘그 영향의 범위와 비용은 어디까지였는가’​로 바뀐다.

 


■ 춘천댐 전체 수몰은 약 269만평

 

현재 확보한 과거 자료에는 춘천댐 건설로 전체 약 269만평이 수몰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269만평은 화천군 수몰면적이 아니다.


춘천댐 건설에 따른 전체 수몰 규모다.


그렇다면 화천에서 필요한 숫자는 따로 있다.


269만평 가운데 당시 화천군 지역은 얼마였는가.


현재 확보한 자료만으로는 이를 정확하게 분리할 수 없다.


수몰 이주민 규모 역시 공개된 2차 자료들 사이에 서로 다른 숫자가 나타나 하나의 확정치로 사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기획은 불확실한 숫자를 선택해 빈칸을 채우지 않는다.


춘천댐 전체 수몰 규모는 약 269만평으로 소개하되,


그 가운데 화천군에 해당하는 정확한 면적은 현재 확보한 자료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힌다.


이 구분이 중요하다.

 


■ 3조2,656억원 뒤에 붙는 물음표

 

1부에서 다룬 3조2,656억원은 화천댐을 중심으로 산정·제시된 장기 피해 추정치다.


그런데 춘천댐의 물리적 영향도 화천군 안에서 확인된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긴다.


기존 화천댐 피해 추정에는 춘천댐으로 인한 화천지역 영향이 어느 정도 반영돼 있는가.


별도로 반영되지 않았다면 화천군 전체의 댐 관련 사회경제적 비용이 하나의 숫자로 계산됐다고 볼 수 있는가.


현재 확보한 자료만으로는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


정리하면 이렇다.


화천댐 관련 장기 피해 추정치는 존재한다.

 

춘천댐이 화천지역에 미친 물리적 영향도 확인된다.

 

그러나 그 영향을 별도의 사회경제적 비용으로 산정한 장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화천군 전체의 댐 관련 비용을 하나의 확정 숫자로 제시하는 것은 어렵다.


여기서 ‘미산정’이라는 표현을 과도하게 해석해서도 안 된다.


춘천댐 때문에 반드시 얼마의 추가 피해액이 더 존재한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피해가 없었다는 뜻도 아니다.


현재 확보된 자료에서는 같은 기준으로 별도 계산된 값을 확인할 수 없다는 뜻이다.

 


■ 양구는 두 댐을 각각 계산했다

 

양구군의 최근 연구는 한 지역에 영향을 미친 화천댐과 소양강댐을 각각 분석했다.


화천댐 영향은 화천댐대로,


소양강댐 영향은 소양강댐대로 계산한 뒤 지역 전체의 댐 영향을 살펴본 것이다.


이 방법론은 화천에도 질문을 던진다.


화천댐과 춘천댐이 모두 화천지역에 영향을 미쳤다면 두 댐의 영향을 같은 기준에서 각각 살펴볼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물론 목적은 피해액을 키우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산정기간과 토지가치, 시간가치, 소득손실 기준 등을 같게 놓고 비용뿐 아니라 편익도 같은 원칙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비교가 가능하다.


양구의 숫자를 화천에 대입하자는 것이 아니라, 양구에 적용한 ‘복수 댐 영향 분석’이라는 잣대를 화천에도 적용해 보자는 것이다.

 


■ 한 점의 수몰 흔적이 던지는 질문

 

원천리의 적석총은 하나의 유적이다.


그러나 이 한 지점이 던지는 질문은 작지 않다.
 

과거 밭이었던 곳이 지금 물 가운데 있다면 그 주변의 도로와 농경지, 생활공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2부에서 확인한 국도 5호선 강변축의 변화도 같은 질문과 이어진다.


원천리의 수몰 흔적과 서오지리의 수변 변화, 화천지역에 이어지는 춘천수력의 영향권을 함께 놓으면 춘천댐의 영향을 단순히 춘천시 안의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번 기사에서는 그 범위를 임의로 지도에 그리지 않는다.


확인되지 않은 면적을 추정하지도 않는다.


기존 3조원대 피해 추정치에 임의의 금액을 더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숫자가 없는 상태 자체를 기록한다.


화천댐의 피해는 3조원대라는 숫자로 산정됐다.


춘천댐의 화천지역 영향은 물리적 흔적이 확인되지만, 이를 별도로 계산한 사회경제적 장부는 현재 확보한 자료에서 찾기 어렵다.


그 차이가 3부가 확인한 두 번째 빈칸이다.

 


■ 더 큰 숫자가 아니라 더 완전한 장부

 

따라서 이 기획이 묻는 것은


“화천 피해가 3조2,656억원보다 더 큰가”


만이 아니다.


오히려 질문은 이쪽에 가깝다.


화천군이 지난 80년 동안 부담한 댐의 비용과 얻은 편익은 모두 같은 장부에 올라 있는가.


화천댐의 영향은 숫자로 계산되기 시작했다.


춘천댐의 화천지역 영향은 아직 별도의 장부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이번 기사에서 그 빈칸을 억지로 숫자로 메우지는 않는다.


다만 빈칸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남긴다.


그리고 이 장부를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는 과거에만 있지 않다.


국가가 지금 다시 북한강 상류의 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80년 전에는 전기를 만드는 물이었다.


이제는 국가 첨단산업을 움직이는 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과거의 비용을 묻는 질문은 이제 미래의 편익을 묻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④ 국가첨단산업으로 향하는 물

화천댐 물의 새로운 가치는 누구의 장부에 기록되는가

2024년 정부 계획에는 ‘화천댐 하루 60만㎥’가 명시됐다

이후 국가·일반산단을 아우르는 통합용수공급사업은 하루 107.2만㎥ 규모로 확대됐다

2026년에도 화천댐은 공급수원에 포함돼 있지만, 최신 정부 설명은 여러 수원을 함께 활용하는 통합체계다



 

화천댐의 물은 오랫동안 전기를 만드는 물이었다.


그런데 80년이 지나 그 물에 새로운 국가적 역할이 더해지고 있다.


반도체다.


정부가 추진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막대한 양의 공업용수가 필요하다.


그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활용하려는 수원 가운데 화천댐이 들어 있다.


앞선 세 편이 댐으로 인해 화천이 무엇을 잃었고, 무엇이 아직 계산되지 않았는지를 따라갔다면 이제 질문은 미래로 향한다.


국가가 화천댐 물의 새로운 활용을 추진할 때, 그 물의 새로운 가치는 누구의 장부에 기록되는가.

 

■ 시작은 ‘화천댐 하루 60만㎥’였다

 

2024년 정부가 제시한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용수공급 구상은 비교적 명확했다.


1단계에서는 팔당댐 여유량과 하수재이용수 대체물량 등을 활용해 하루 20만㎥를 공급하고,


2단계에서는 화천댐 발전용수를 활용해 하루 60만㎥를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환경부는 당시 2035년부터 화천댐 발전용수를 활용해 하루 60만㎥를 공급한다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제시했다.


하루 60만㎥를 1년으로 환산하면 약 2억1,900만㎥다.


그러나 이 숫자를 화천댐 저수량 가운데 일정 비율이 매년 사라진다는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댐에는 물이 계속 유입되고 방류된다.


연간 약 2억1,900만㎥는 당시 계획된 용수공급 흐름의 규모다.


중요한 것은 다른 데 있다.


발전을 위해 사용돼 온 화천댐의 물을 국가 첨단산업의 공업용수로 활용하는 계획이 정부 정책에 공식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전기를 만들던 물에 새로운 국가적 용도가 더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 이후 사업은 ‘107.2만㎥ 통합공급’으로 확대됐다

 

이후 사업의 범위와 규모가 달라졌다.


2025년 정부가 제시한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통합용수공급사업’은 국가산단뿐 아니라 일반산단까지 포괄한다.


전체 공급규모는 하루 **107.2만㎥**다.


1단계 31만㎥,


2단계 76.2만㎥다.


정부는 2034년까지 총사업비 약 2조2천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2024년 국가산단 중심의 공급구상과 비교하면 사업의 대상과 규모가 함께 확대된 것이다.


당초 국가산단에 하루 80만㎥를 공급하는 구상은 이후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을 함께 대상으로 하는 하루 107.2만㎥ 규모의 통합용수공급사업으로 구체화됐다.


여기서 숫자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2024년의 60만㎥는 화천댐 발전용수를 활용하는 2단계 공급량으로 명시된 숫자다.


반면 2025년의 76.2만㎥는 확대된 통합용수공급사업에서 제시된 2단계 사업규모다.


따라서 두 숫자만 놓고


‘화천댐 공급량이 60만㎥에서 76.2만㎥로 늘었다’


고 단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사업의 대상과 구조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 2026년에도 화천댐은 계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통합사업으로 확대되면서 화천댐의 역할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2026년 6월에는 통합용수공급 1단계 31만톤에 이어 ‘화천댐 용수를 활용하는 2단계 사업, 하루 76만2천톤’​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같은 해 4월에도 정부가 추진 중인 사업과 관련해 팔당댐 31만톤, 화천댐 76만2천톤이라는 설명이 보도됐다.


따라서


‘2024년에는 화천댐 60만톤이었지만 이후 화천댐이 공급계획에서 빠졌다’


고 설명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확인되는 사실은 이렇다.


2024년에는 화천댐 발전용수 하루 60만㎥ 활용계획이 정부 공식자료에 명시됐다.


이후 사업은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을 함께 공급하는 하루 107.2만㎥ 규모의 통합사업으로 확대됐고,


2026년 일부 자료에서는 하루 76.2만㎥ 규모의 2단계 사업을 ‘화천댐 용수를 활용하는 사업’​으로 설명하고 있다.


화천댐은 여전히 사업의 중요한 수원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 그렇다면 76.2만㎥는 모두 화천댐 물인가


여기서 한 번 더 구분해야 한다.


2026년 일부 자료만 보면 2단계 76.2만톤이 화천댐과 직접 연결돼 있다.


하지만 최신 정부가 전체 용수공급 체계를 설명하는 방식은 더 넓다.


정부는 2026년 용인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에 통합용수공급사업을 통한 하루 약 107만톤 등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약 150만톤/일 규모의 용수공급 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필요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활용할 수원으로


소양강댐,


충주댐,


화천댐,


하수재이용수를 함께 제시했다.


1단계 31만톤/일 공급시기는 당초 2031년 1월에서 2029년 5월로 앞당기는 방안도 제시됐다.


즉 최신 정부 공식자료에서도 화천댐은 분명히 공급수원 가운데 하나다.


다만 최신 종합계획의 공개자료만으로는 소양강댐과 충주댐, 화천댐, 하수재이용수가 각각 최종적으로 얼마씩을 담당하는지 세분한 수원별 배분량까지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화천댐이 앞으로 하루 76만2천㎥를 단독으로 공급한다’


고 확정적으로 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반대로


‘화천댐의 공급량은 알 수 없다’


고 하는 것도 현재 확인된 자료보다 지나치게 소극적인 표현이다.


가장 정확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2024년 정부 계획에는 화천댐 발전용수 하루 60만㎥ 활용방안이 명시됐다. 이후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을 포괄하는 통합용수공급사업은 하루 107.2만㎥ 규모로 확대됐고, 이 가운데 2단계 사업규모는 76.2만㎥다. 2026년 일부 자료에서는 이 2단계를 ‘화천댐 용수를 활용하는 사업’으로 설명한다. 다만 최신 정부 공식자료는 소양강댐·충주댐·화천댐과 하수재이용수를 함께 활용하는 체계로 설명하고 있어, 76.2만㎥ 전량을 화천댐의 최종 단독 분담량으로 단정하려면 수원별 세부 배분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확인된 것은 분명하게 쓰고,


확인되지 않은 것은 확정하지 않는 것.


현재 공개자료가 허용하는 경계는 여기까지다.

 


■ 왜 발전용댐의 물까지 필요해졌나

 

반도체 공장에는 안정적인 전력만큼 안정적인 물 공급도 중요하다.


정부가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에 필요한 대규모 용수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기존 다목적댐의 여유량만으로는 필요한 물을 모두 충당하기 어려웠다.


정부는 이에 기존 산단에 하수재이용수를 대체 공급해 물량을 확보하고, 발전용수까지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체수원을 확보해 왔다.


화천댐이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천댐은 발전을 위해 운영돼 온 댐이다.


정부는 화천댐의 안정적인 용수공급 능력과 화천댐에서 상시 공급한 물량을 팔당댐에서 어느 정도 취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실증운영까지 진행했다.


즉 화천댐 물을 산업용수로 활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화천에서 용인까지 물을 직접 보내는 개념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한강수계의 댐과 취수시설을 연계해 필요한 용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수계 운영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화천댐은 단순한 수력발전시설을 넘어 국가 전략산업의 용수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수원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갖게 됐다.


전기를 생산하는 물에서,


첨단산업의 생산기반까지 뒷받침하는 물로.


바로 이 지점에서 ‘물의 값’에 대한 새로운 질문이 시작된다.

 


■ 물값과 물의 가치는 다르다

 

그렇다고 화천댐 물의 경제적 가치를 단순하게 계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천수 사용료에 공급량을 곱한 금액을 화천댐 물이 국가 첨단산업에서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라고 볼 수 없다.


반대로 반도체 산업의 생산액이나 경제효과 전체를 화천댐 물의 가치라고 주장할 수도 없다.


반도체 생산에는 물뿐 아니라 전력과 기술, 인력, 토지, 자본 등 수많은 생산요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물의 가치를 평가하려면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화천댐 용수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같은 양과 같은 수준의 공급안정성을 가진 물을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확보해야 하는가.


새로운 취수원을 개발해야 하는지,


더 먼 곳에서 물을 가져와야 하는지,


재이용시설을 추가해야 하는지,


그리고 발전용수 활용에 따라 댐 운영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화천댐 물의 새로운 가치는 단순한 ‘물값’만이 아니라 대체수원을 확보하는 비용과 안정적인 용수공급에 기여하는 가치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이번 기획은 그 금액을 임의로 계산하지 않는다.

 


■ 조 단위의 ‘물길’이 만들어진다

 

통합용수공급사업의 규모도 작지 않다.


정부는 하루 107.2만㎥를 공급하는 통합용수공급사업에 약 2조2천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 돈은 화천댐 물 자체의 가격이 아니다.


취수시설과 가압장, 관로 등 확보한 물을 산업단지까지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기반시설 사업비다.


그러나 이 규모가 보여주는 것은 있다.


국가는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이동시키기 위해 조 단위의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그만큼 안정적인 용수공급이 국가 첨단산업의 중요한 기반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공급체계를 구성하는 수원 가운데 화천댐이 포함돼 있다.

 


■ 편익이 발생하는 곳과 수원이 있는 곳

 

반도체 공장은 용인에 들어선다.


공장이 건설되고 생산과 고용이 발생하는 직접적인 경제활동도 주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국가 전체에도 산업적 편익이 기대된다.


반면 그 산업에 필요한 물의 일부를 확보하는 수원은 북한강 수계에 있다.


이 구조는 화천에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화천댐에서 생산된 전력도 지역에 머물지 않았다.


전력망을 따라 지역 밖으로 공급됐다.


이제 화천댐의 물도 국가 첨단산업의 용수공급 체계를 구성하는 수원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그래서 화천댐을 바라보는 질문 역시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댐 때문에 지역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가”


를 물었다.


앞으로는 여기에 하나의 질문이 더해져야 한다.


“화천댐과 수원지역은 국가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가.”


피해를 계산하는 장부만으로는 앞으로의 물 이용 문제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이제는 기여를 기록하는 장부도 필요하다.

 


■ ‘60만㎥ 계획’은 어떻게 통합공급사업으로 바뀌었나

 

2024년 정부 공식자료에는 화천댐 60만㎥라는 숫자가 명시돼 있었다.


이후 사업은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을 함께 대상으로 하는 하루 107.2만㎥ 규모의 통합용수공급사업으로 확대됐다.


2단계 사업규모는 76.2만㎥다.


그리고 2026년 최신 정부 설명에서는 소양강댐·충주댐·화천댐과 하수재이용수를 함께 활용하는 공급체계가 제시되고 있다.


이 변화 자체가 보여주는 것이 있다.


국가의 물 이용계획은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산업단지의 물 수요와 공급시기,


활용 가능한 수원,


수도시설 계획과 댐 운영조건에 따라 계속 조정될 수 있다.


그렇다면 수원지역에는 공급 여부만큼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처음 계획한 물량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각 수원은 실제로 얼마를 담당하는가.


발전용수 이용방식과 댐 운영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계획이 변경될 때 수원지역에는 어떻게 설명되는가.


국가산업을 위한 새로운 물 이용에서 수원지역의 역할과 기여는 어떻게 평가되는가.


국가가 물의 양과 이용방식을 다시 계산한다면, 수원지역의 기여를 기록하는 장부도 함께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

 

■ 이것은 ‘누구의 물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하천수는 화천군의 사유재산이 아니다.


공공적으로 관리되는 자원이다.


따라서


‘화천에서 흘러가는 물이니 화천이 소유한다’


는 방식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공공자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원지역이 오랜 기간 부담해 온 비용과 앞으로 제공할 기여까지 논의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문제는 소유권이 아니다.


공공자원을 이용해 국가적 편익이 만들어질 때 그 과정에 기여한 지역의 비용과 역할을 어떤 원칙으로 평가하고 나눌 것인가.


화천댐 발전용수의 새로운 이용 문제는 이미 지역 차원의 주장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국회입법조사처도 화천댐 발전용수의 다목적 활용과 관련해 합리적인 하천수 사용료 배분을 위한 상·하류 지역 간 합의,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적정 보상, 발전용댐 관리규정의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결국 화천댐을 둘러싼 다음 질문은 분명하다.


‘물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가 얼마의 물을 사용하는지 투명하게 밝히고,


그 물을 가능하게 한 수원지역의 비용과 기여를 어떻게 평가하며,


새로운 물 이용에서 발생하는 편익을 어떤 원칙으로 나눌 것인가.


논쟁은 이제 그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⑤ 물이 흐르면 편익도 흘러야 한다

보상에서 물주권·편익공유로

지원은 보상이 아니다

보상은 미래의 편익공유도 아니다

마지막 질문은 ‘누구의 물인가’가 아니라 ‘가치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다



 

화천댐의 물에 새로운 국가적 역할이 더해지고 있다.


발전용수였던 물이 국가 첨단산업을 위한 용수공급 체계의 한 수원으로 검토되고 있다.


그렇다면 연재의 마지막 질문은 자연스럽게 한 곳으로 모인다.


화천에는 무엇이 돌아오는가.


이 질문을 단순히


‘보상금을 더 달라’


는 요구로 끝내면 지난 80년의 논쟁을 되풀이하게 된다.


과거의 피해와 현재의 지역지원, 앞으로 새로운 물 이용에서 발생할 편익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를 먼저 구분해야 화천댐 물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다.

 


■ 세 개의 장부를 나눠야 한다

 

첫 번째는 과거 피해의 장부다.


수몰된 토지와 가옥, 주민 이주, 농업소득 감소, 교통비용, 개발기회의 상실처럼 댐 건설과 장기 운영 과정에서 지역이 부담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평가하는 영역이다.


두 번째는 현재 지역지원의 장부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 등 법과 제도에 따라 시행되는 지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역에 도움이 되는 재원이지만 이것이 과거의 모든 피해를 정산했다는 뜻은 아니다.


세 번째는 미래 편익의 장부다.


기존에 발전에 이용되던 물이 새로운 산업용수로 활용될 경우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편익 가운데 수원지역의 기여를 어떤 방식으로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세 장부의 성격은 다르다.


지원 ≠ 보상 ≠ 편익공유


지원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과거 피해가 모두 보상됐다고 할 수 없다.


과거 피해를 보상한다고 해서 미래의 새로운 물 이용에서 발생하는 편익공유 문제까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 세 장부를 분리하는 것에서 새로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 국회입법조사처도 ‘배분’을 과제로 제시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5년


「발전용댐 용수의 다목적 활용을 위한 입법 및 정책 과제-화천댐 용수의 용인 국가산단 공급계획을 중심으로-」


라는 보고서를 냈다.


화천댐 발전용수를 공업용수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제도적 과제를 직접 다룬 보고서다.


여기에서는 합리적인 하천수 사용료 배분을 위한 화천댐 상·하류 지역 간 합의 필요성과 댐 소유자인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적정 보상 문제, 발전용댐 관리규정의 법적 근거 마련 등이 과제로 제시됐다.


중요한 것은 논의의 방향이다.


쟁점이 단순히


‘물을 공급할 것인가, 말 것인가’


에 머물지 않고,


‘그 물을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비용과 대가를 어떤 방식으로 나눌 것인가’


라는 문제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화천의 요구와 별개로 국가 차원에서도 배분의 규칙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됐다는 의미다.

 


■ 물주권은 물의 소유권이 아니다

 

화천에서는 ‘물주권’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개념을 정책적으로 사용하려면 먼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물주권은


‘화천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화천의 소유물이다’


라는 의미가 아니다.


하천수는 공공자원이다.


따라서 물주권을 소유권이나 독점적 처분권으로 이해하면 논의는 곧바로 지역 간 충돌로 흐를 수 있다.


오히려 물주권은 수원지역이 물 이용 과정에서 가질 수 있는 절차적·정책적 권리로 구체화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얼마의 물이 어디로 공급되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대규모 신규 물 이용을 결정할 때 수원지역도 공식적인 협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이 오랜 기간 부담한 비용과 국가에 제공한 기여를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물 이용을 통해 지속적인 편익이 발생한다면 그 기여를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 것인지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기획에서 말하는 물주권은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물주권 = 소유권이 아니라 참여권 + 평가권 + 편익공유권


물을 막을 권리라기보다,


물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을 권리에 가깝다.

 


■ 양구도 피해보상에서 편익공유로 눈을 돌렸다

 

최근 양구군의 댐 영향분석도 피해액 계산에서 끝나지 않았다.


연구에서는 기존의 피해보상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편익공유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성이 제시됐다.


지원대상 확대와 산정·배분기준 개선, 지역소득과 지속적인 지역발전으로 이어지는 방안 등도 함께 제안됐다.


화천과 양구가 피해액의 크기를 경쟁할 이유는 없다.


두 지역은 오히려 같은 북한강 수계에서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국가를 위해 댐과 물이 이용될 때 수원지역의 비용과 기여는 어떤 방식으로 평가돼야 하는가.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편익의 배분으로 이어진다.

 


■ 첫걸음은 ‘공동장부’다

 

편익을 나누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얼마의 물을 이용하는지다.


정부는 물 공급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발전량과 댐 운영자료를 가지고 있다.


용수공급기관은 시설과 공급계획을 관리한다.


지방정부는 지역 피해와 지원현황을 파악한다.


기업은 필요한 물과 전력의 규모를 계산한다.


그러나 이 숫자들은 서로 다른 기관의 장부에 흩어져 있다.


댐별 실제 용수공급량과 용도별 이용량,


발전량 변화,


관련 사용료와 지역지원 재원,


신규 대규모 물 이용계획,


수원지역이 부담하는 각종 비용을 함께 볼 수 있다면 논쟁의 출발점도 달라질 수 있다.


이를 가칭 ‘북한강 수계 공동장부’​라고 부를 수 있다.


누가 얼마의 물을 쓰고,


누가 어떤 편익을 얻으며,


어느 지역이 어떤 비용을 부담하는지 먼저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돈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데이터라는 의미다.

 


■ 하천수 사용료는 출발점이지 전부는 아니다


현실적으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영역 가운데 하나가 하천수 사용료의 배분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합리적인 사용료 배분과 상·하류 간 합의를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하천수 사용료가 물의 모든 경제적 가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행정적으로 정한 물 이용의 대가와 국가 첨단산업에서 안정적인 수원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는 같은 개념이 아니다.


따라서 하천수 사용료 배분 개선은 편익공유의 완성형이라기보다 현행 제도 안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하나의 통로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 수원지역의 기여도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산업용수 이용이 본격화된다면 수원지역의 기여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 용수공급량과 공급기간,


안정적인 수원 확보에 대한 기여,


환경과 수질보전을 위한 부담,


댐과 상수원으로 인한 토지이용 제약,


장기간 누적된 지역의 사회경제적 비용 등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이것을 현재 존재하는 법적 권리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현재 단계에서는 앞으로 제도화 여부를 논의할 수 있는 정책모델이다.


중요한 것은 피해만 평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에 제공한 기여 역시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 편익공유는 ‘현금 나누기’만을 뜻하지 않는다

 

편익을 공유한다고 해서 반드시 주민에게 현금을 직접 나누자는 의미는 아니다.


지역발전기금을 조성할 수도 있다.


도로와 대중교통 같은 교통기반을 개선할 수 있다.


의료와 교육서비스를 확충할 수도 있다.


지역이 장기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에너지사업이나 산업기반에 투자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핵심은 단순히 일회성 지원금의 규모를 키우는 데 있지 않다.


물이 이용되는 동안 수원지역에도 지속적으로 자산이 축적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편익공유가 또 하나의 일회성 지원사업으로 끝나지 않는다.

 


■ 상류와 하류가 함께 결정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물은 행정구역에서 멈추지 않는다.


화천의 물은 춘천을 지나 북한강을 따라 하류로 흐른다.


따라서 수자원 문제를 화천만의 권리로 만들면 또 다른 지역과 충돌할 수 있다.


상류와 하류,


수원지역과 이용지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댐 운영기관과 용수공급기관이 함께 논의할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대규모 신규 물 이용계획이 발표된 뒤 지역갈등이 시작되면 그때 협상하는 방식이 아니라,


계획을 세우는 단계부터 공급량과 영향, 비용과 편익을 함께 논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즉 편익공유의 핵심은 단순한 돈의 배분이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의 공유이기도 하다.

 


■ “이미 지원받고 있지 않은가”

 

편익공유론에는 반론도 있다.


“화천은 이미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을 받고 있지 않은가.”


맞다.


그 지원 역시 화천댐 80년의 장부에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다시 중요한 것은 돈의 성격이다.


발전시설 주변지역을 대상으로 한 지원인지,


과거에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보상인지,


새로운 산업용수 이용으로 만들어지는 편익의 공유인지 구분해야 한다.


같은 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질문도 있다.


“하천수는 국가의 공공자원인데 왜 특정 지역에 별도의 몫을 줘야 하는가.”


그래서 편익공유의 논리를


‘화천의 물이니 대가를 달라’


는 주장으로 세워서는 안 된다.


더 보편적인 질문이어야 한다.


국가 전체의 편익을 위해 특정 지역의 자연자원과 기반시설이 장기간 이용될 때, 그 지역이 부담하는 비용과 제공하는 기여를 어떤 원칙으로 평가할 것인가.


공공자원이기 때문에 오히려 비용과 편익의 배분기준도 공공적이어야 한다는 질문이다.

 


■ 피해에서 기여로, 기여에서 권리로

 

이번 기획은 피해에서 시작했다.


화천댐의 10억1,800만㎥ 저수규모와 3조원대 장기 피해 추정치를 들여다봤다.


그 장부에서 빠져 있던 길을 따라갔다.


춘천댐에 잠긴 국도 5호선의 흔적을 찾았다.


다시 물 아래의 땅을 봤다.


원천리에서는 과거 밭에 있던 유적이 물 가운데 남았다.


춘천댐의 물리적 영향이 화천까지 이어진 사실은 확인되지만 그 전체 사회경제적 비용은 별도의 숫자로 정리돼 있지 않았다.


그리고 시선을 미래로 돌렸다.


국가는 이제 화천댐을 국가 첨단산업의 용수공급 체계를 구성하는 수원 가운데 하나로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 질문은 달라진다.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가.


그 질문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화천은 국가에 무엇을 기여해 왔는가.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그 기여에서 만들어지는 가치를 어떤 규칙으로 나눌 것인가.


를 물어야 한다.


이 기획이 따라온 흐름도 여기에서 완성된다.


피해에서 기여로.


기여에서 권리로.

 

■ 물이 흐르면 편익도 흘러야 한다

 

80여 년 동안 화천댐의 물은 지역의 경계를 넘어 국가를 위해 이용됐다.


전기가 됐다.


북한강 수계의 수자원이 됐다.


그리고 앞으로는 국가 첨단산업을 움직이는 물의 일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 물을 쓰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공정하게 쓰자는 이야기다.


국가가 필요하다면 공공자원인 물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얼마를 이용하는지는 투명해야 한다.


수원지역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이 부담한 비용과 국가에 제공한 기여는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물 이용을 통해 지속적인 편익이 만들어진다면 그 편익을 어떤 방식으로 공유할 것인지도 함께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80년 전과 다른 수자원 정책이어야 한다.


화천댐을 둘러싼 논쟁의 마지막 질문은


‘이 물은 누구의 것인가’


가 아니다.


‘이 물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어떻게 공정하게 나눌 것인가’다.


그리고 그 답은 화천만을 위한 답이어서는 안 된다.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다른 수원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이어야 한다.


80년 동안 화천의 물은 지역의 경계를 넘어 흘렀다.


이제 그 물이 만들어내는 가치도 지역의 경계를 넘어 공정하게 나눌 때다.


<김용식>

# 당신을 화천신문 '밴드'로 초대합니다.

https://band.us/n/a7a8bdIcYbA3S

https://blog.naver.com/ihcnews

 





 

화천신문 (inewspeople.com)

댓글0

스팸방지코드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