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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 찾는 화천의 미래 ②] 겨울을 축제로 바꾼 화천, 이제 햇빛을 ‘연금’으로 바꾼다

김세훈 화천군수, 세계겨울도시시장회의서 ‘화천형 햇빛연금’ 제시

기사입력 2026-09-1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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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 찾는 화천의 미래 ②]

겨울을 축제로 바꾼 화천, 이제 햇빛을 ‘연금’으로 바꾼다


-김세훈 화천군수, 세계겨울도시시장회의서 ‘화천형 햇빛연금’ 제시

-파로호·군부대 유휴부지 태양광 발전…수익 주민과 공유 구상

-산천어축제 탄소발생 줄이고 인구감소 대응·주민소득 확대까지

-로바니에미 관광산업도 벤치마킹…“양보다 질적 성장으로”



 

핀란드 시간 오전 5시30분.


시차 탓에 일찍 눈을 뜬 김세훈 화천군수는 운동을 겸해 로바니에미 시내로 나섰다.


영상 9도의 쌀쌀한 공기 속에서 둘러본 도시는 깨끗하게 정돈돼 있었다. 특히 북유럽 특유의 절제된 디자인을 보여주는 모던한 가로등과 청결한 거리가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김 군수는 세계 겨울도시 대표들 앞에 섰다.


화천이 혹독한 추위를 세계적인 겨울축제로 바꾼 데 이어, 이제는 ‘햇빛’을 주민들의 소득으로 바꾸려는 새로운 도전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 “위기를 기회로”…세계 겨울도시 앞에 선 화천


오전 10시부터 핀란드 로바니에미에서 제21회 세계겨울도시 시장회의 일정이 시작됐다.


이번 회의에는 9개국 24개 회원도시 가운데 4개국 6개 도시와 3개 옵서버 도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회의는 오후 4시까지 이어졌다.


김세훈 군수도 이날 발표자로 나섰다.


주제는 ‘세계적인 겨울 축제도시에서 이제는 태양광 사업을 통한 햇빛연금 도시로’였다.


화천이 지난 20여 년간 ‘겨울’을 자산으로 만들어 온 과정과 앞으로 ‘햇빛’을 새로운 지역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구상을 세계 겨울도시 관계자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였다.


김 군수는 발표에서 “지난 2003년 혹한의 땅 화천에서 시작된 산천어축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표적 관광모델로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며 “우리는 이제 인구감소라는 또 하나의 위기 앞에서 더 큰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천어축제가 그랬듯, 지역이 가진 약점이나 평범한 자연조건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지역을 먹여 살리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파로호의 햇빛, 주민들의 소득으로


김 군수가 제시한 다음 도전은 ‘화천형 햇빛연금’이다.


화천군은 파로호라는 대규모 수면과 군부대가 떠난 유휴부지 등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조성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주민들과 나누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 군수는 “화천산천어축제의 탄소발생을 줄이고 인구감소를 극복하는 동시에 지역주민들의 소득을 늘리기 위해 파로호라는 거대한 호수, 그리고 군부대가 떠난 부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립해 그 수익을 주민들과 나눌 것”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지역의 햇빛과 공간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그 경제적 가치를 주민에게 돌려주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관광객이 찾아와야만 만들어지는 소득을 넘어 지역에 존재하는 자연자원 자체가 지속적으로 주민소득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특히 산천어축제의 탄소발생 저감이라는 환경적 과제와 재생에너지 확대, 주민소득 증대, 인구감소 대응을 하나의 정책 틀 안에서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세계 겨울도시 관계자들도 실행방안에 관심


발표가 끝나자 참석 도시 관계자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로바니에미시를 비롯한 세계 겨울도시 관계자들은 햇빛연금의 실행 가능성과 향후 기대효과 등에 관심을 나타냈다.


김 군수는 이에 “태양광 에너지 성공사례는 이미 덴마크와 미국 알래스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등 여러 지역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화천군은 수상 태양광 발전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발전용량을 키워 나가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천형 햇빛연금의 핵심은 단순히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데 있지 않다.



발전사업에서 만들어진 부가가치가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화천이 계획대로 이 모델을 구체화한다면 재생에너지 정책이 인구감소지역 주민들의 실질적 소득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날 김세훈 군수는 세계겨울도시 시장회의 아시아·오세아니아 부회장으로 위촉됐다.


화천이 산천어축제를 통해 구축해 온 국제적인 겨울도시 네트워크를 관광을 넘어 기후변화와 재생에너지, 지역소득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 관광객 200만 로바니에미…‘겨울’을 소비하게 만든 도시


회의 일정이 끝난 뒤에도 벤치마킹은 계속됐다.


김 군수 일행은 저녁 리셉션에 앞서 짧은 시간을 활용해 로바니에미 관광 마케팅 전담기관인 ‘Visit Rovaniemi’를 방문했다.


현지 설명에 따르면 로바니에미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연간 200만명 이상이며, 이 가운데 80% 이상이 눈과 오로라 등을 체험하기 위해 겨울철에 방문한다.


주목할 점은 단순한 관광객 숫자만이 아니었다.


로바니에미는 눈과 추위, 오로라, 사우나, 산타클로스 등 북극권 도시가 가진 자원을 다양한 체험상품으로 세분화하고 있었다.


현지에서 소개된 프로그램만 30개가 넘는다.


순록 썰매와 농장 체험, 허스키 투어, 오로라 투어, 얼음낚시, 스노모빌, 스키, 겨울 수영과 사우나, 이글루 등 특수숙박, 야생동물 투어를 비롯해 계절에 따라 백야 체험, 하이킹, 수상스포츠, 지역문화와 음식체험 등으로 관광상품을 확장하고 있다.


김 군수는 이 가운데 저녁노을 체험과 겨울 수영·사우나, 이글루 체험 등 화천의 겨울관광과 접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관심 있게 살폈다.



■ 관광 홍보도 행정이 아닌 ‘전문기관’이 맡는다


‘Visit Rovaniemi’의 운영방식 역시 화천군이 주목한 부분이다.


이 기관은 로바니에미시가 지분 51%, 민간이 49%를 보유하고 있으며 관광 홍보와 마케팅, 관광정보 제공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지역 관광업체 약 200곳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향후 관광재단 설립을 염두에 두고 있는 화천군으로서는 눈여겨볼 만한 모델이다.


행정이 모든 관광사업을 직접 수행하기보다 전문기관과 지역 관광사업자들이 역할을 분담하고, 도시 전체의 브랜드를 하나의 방향으로 마케팅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김 군수는 ‘Visit Rovaniemi’ 관계자들을 내년 1월 열리는 화천산천어축제에 초청했다. 나아가 산타클로스 관광 콘텐츠를 화천의 겨울축제와 연계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김 군수는 “로바니에미시는 산타클로스라는 강력한 콘텐츠와 잘 보존된 자연으로 매년 막대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며 “화천의 관광산업 역시 양보다는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지역경제 기여도를 높일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목재산업에서 관광까지…‘화천에 무엇을 가져갈 것인가’


화천 방문단의 핀란드 일정은 단순한 국제회의 참석에 머물지 않고 있다.


김세훈 군수와 조웅희 화천군의장 등 방문단은 이에 앞서 지난 7일 세계적인 목재 놀이시설 기업 랍셋(LAPPSET) 본사를 방문해 공장과 생산시설을 둘러봤다.


핀란드가 풍부한 산림자원을 단순한 원목 생산에 머물지 않고 디자인과 놀이시설, 관광 콘텐츠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연결하는 현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방문단은 목재 놀이시설과 각종 시설물을 살펴보며 화천의 관광지와 공공시설에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다.


목재산업에서 관광 마케팅, 재생에너지까지 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이번 핀란드 방문을 관통하는 질문은 하나로 모아진다.


‘지역에 이미 있는 것을 어떻게 더 큰 가치로 바꿀 것인가.’



■ 산천어·햇빛·오로라…결국 답은 ‘지역의 자산’에 있었다


화천과 로바니에미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닮은 점이 있다.


겨울이 길고 춥다는 자연조건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도시의 경쟁력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화천은 얼어붙은 강과 혹한을 산천어축제라는 세계적인 겨울 관광상품으로 바꿨다.


로바니에미는 눈과 추위, 오로라와 산타클로스를 결합해 세계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도시를 만들었다.


이번 로바니에미 방문에서 화천이 찾고 있는 것도 새로운 시설 몇 개가 아니다.


지역에 이미 존재하지만 아직 충분한 경제적 가치를 얻지 못한 자원을 어떻게 주민소득으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해법이다.


화천이 추위와 얼음을 산천어축제로 바꿨듯 로바니에미는 눈과 오로라, 사우나와 산타클로스를 관광산업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화천은 이제 파로호와 햇빛, 유휴부지를 새로운 지역 자산으로 바라보고 있다.


관광과 에너지는 서로 다른 산업이지만 지향점은 같다.



지역에서 만들어진 가치를 지역 안에 남기고, 그것을 주민들의 삶과 소득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추위를 축제로 바꾼 화천의 첫 번째 도전은 이미 성과를 거뒀다.


이제 화천은 두 번째 질문 앞에 서 있다.


지역의 햇빛과 자연, 관광객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어떻게 주민들의 실질적인 소득으로 돌려줄 것인가.


핀란드 로바니에미에서 화천이 찾고 있는 미래의 핵심은 결국 하나였다.


‘지역의 자산을 주민의 자산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세계적인 겨울축제 도시를 넘어 ‘햇빛연금 도시’를 향해 화천이 내딛고 있는 다음 걸음이다.


 

<김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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