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숫자보다 화천에 무엇이 남는지를 보자
― ‘화천 30분 체류경제권’에서 시작하는 화천형 지역재생 ―
류종현 교수
류종현|강원대 객원교수·한국지역경제학회장
주말이면 화천의 풍경은 평일과 조금 달라진다. 파크골프장과 경기장에는 외지 차량이 들어오고, 읍내 식당에는 운동복 차림의 손님들이 눈에 띈다. 파로호와 백암산을 찾는 발길도 이어진다. 산천어축제 철이면 거리는 더욱 활기를 띤다. 사람이 찾아오는 지역에는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적이던 주말이 지나면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그 많은 사람이 다녀간 뒤 화천에는 무엇이 남았는가. 관광객 수는 중요하다. 하지만 주민에게는 몇 명이 왔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어디에서 먹고 무엇을 샀는지, 그 소비가 골목상권과 주민소득에 얼마나 남았는지가 더 중요하다. 민선 9기 군정이 ‘첫째도 소득, 둘째도 소득, 셋째도 소득’을 강조하는 것도 결국 이 질문과 맞닿아 있다.
토요일 아침 파크골프를 위해 화천을 찾은 동호인들을 생각해 보자. 오전 경기를 마치고 곧바로 돌아가면 화천과의 인연은 거기서 끝난다. 그러나 읍내에서 점심을 먹고 시장을 둘러본 뒤 파로호를 찾고 하루를 묵는다면 같은 방문의 효과는 전혀 달라진다.
그래서 ‘화천 30분 체류경제권’을 제안하고 싶다. 화천까지 30분 안에 오자는 뜻이 아니다. 화천에 도착한 뒤 첫 30분의 동선을 골목상권과 지역소비로 연결하자는 것이다. 파크골프장에서 식당과 시장으로, 축제장에서 읍내 상권으로, 스포츠대회에서 숙박과 관광으로 사람의 발길을 이어주는 것이다.
화천에 오는 시간보다, 화천에 도착한 뒤 30분이 중요하다. 이 관점에서 반값여행과 산천어축제의 변화도 의미가 있다. 한 번의 할인으로 끝내지 않고 지역상품권과 농특산물 소비를 통해 관광객의 지출을 농가와 상권으로 연결해야 한다. 정책의 성과도 할인 규모보다 한 번의 방문이 몇 번의 소비와 재방문으로 이어졌는가에서 찾아야 한다.
그래서 ‘관광객 100만 명’만큼 ‘관광객 100만 시간’이 중요하다. 한 곳 더 방문하고, 한 시간 더 머물고, 골목에서 한 끼 더 먹고, 지역상품 하나를 더 사게 만드는 것이 지역경제에는 더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래 머문다고 지역경제가 저절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쓴 돈이 주민소득으로 남아야 한다. 관광객이 먹은 한 끼에 화천 농산물이 들어가고, 시장에서 농특산물을 사 가며, 여행 뒤 다시 주문한다면 식당의 매출은 농가의 소득으로 이어진다. 관광은 골목상권의 고객을 만들고, 골목상권은 농업과 주민소득을 이어주는 접점이 된다.
농업예산 확대도 생산지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생산–가공–로컬푸드–음식점–관광객 구매–재구매로 이어져야 실제 농가소득으로 남는다.
농어촌 기본소득도 같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지역상품권으로 지급된 소득이 장보기와 외식, 생활서비스 소비로 이어진다면 주민의 일상소비와 관광객의 외부소비가 함께 골목경제를 떠받칠 수 있다.
앞으로 화천역 시대가 열리면 이 질문은 더욱 중요해진다. 서울에서 화천까지 몇 분인가보다 역에 내린 사람이 그다음 30분 동안 어디에서 먹고 사고 머무느냐가 지역경제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역세권과 로컬푸드, 읍내 상권과 파로호를 하나의 소비동선으로 미리 연결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경제정책은 화천형 지역재생과 만난다. 화천형 지역재생은 공간을 새로 만드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경제·학교·마을의 끊어진 관계를 다시 잇고, 그 결과 소득과 사람이 화천에 남게 하는 일이어야 한다.
한편에서는 관광객과 선수들이 찾아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작은 학교들이 학생 감소를 걱정한다. 관광객은 찾아오는데 아이들은 줄어드는 화천. 이 두 장면을 따로 보지 않는 것이 지역재생의 시작이다.
농촌유학을 고민하는 가족은 학교만 보지 않는다. 살 집이 있는지, 병원과 장보기는 불편하지 않은지, 돌봄은 가능한지, 부모가 일할 기회는 있는지를 함께 살핀다. 작은 학교를 살리는 것은 학생 몇 명을 더 데려오는 일이 아니라 가족 한 세대가 살아갈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빈집과 유휴공간을 살아보기 주택과 작은 창업공간으로 다시 쓰고, 주거·교육·돌봄·일자리를 연결해야 한다. 아이와 가족이 머물러야 학교가 살고, 일상의 소비가 생겨야 골목상권도 버틴다.
관광객 모두를 정착시키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축제와 파크골프를 계기로 처음 화천을 찾은 사람이 다시 오고, 그 가운데 일부가 살아보기와 농촌유학, 귀농·귀촌, 작은 창업으로 더 깊은 관계를 맺을 가능성을 넓히자는 것이다.
화천형 지역재생의 흐름은 결국 단순하다. 방문 → 체류 → 소비 → 소득 → 관계 → 살아보기 → 정착. 화천의 미래는 더 크게보다 더 깊게 가는 데 있다. 새로운 시설을 계속 더하기보다 이미 있는 관광자원과 농업, 골목, 학교와 마을을 촘촘히 연결해야 한다.
30분 더 머물게 하는 것은 수단이다. 그 시간이 골목의 매출과 농가의 소득으로 남고, 아이와 가족이 살아갈 조건으로 이어지는 것이 목적이다.
결국 화천경제와 지역재생의 마지막 질문은 하나다.
“그래서 여기 사는 사람이 더 잘살게 되었는가.”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이 ‘화천 30분 체류경제권’에서 시작하는 화천형 지역재생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