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잡고 이름도 없이 떠났다”…두 군인을 찾습니다
-여군 간부와 남군 병사, 화물차 적재함 화재 발견하자 군 차량 세워
-폭발음 이어지던 위급한 순간 소화기 들고 달려와 차량 전소 막아
-경황없던 운전자, 소속·이름조차 묻지 못해…“꼭 찾아 감사 전하고 싶다”
“‘펑’ 하는 소리가 나더니 순식간에 적재함에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너무 뜨거워 가까이 갈 수도 없었어요. 그때 지나가던 군 차량이 멈춰 섰습니다.”
달리던 화물차 적재함에서 갑자기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차량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황급히 차를 세웠지만, 연이어 들려오는 폭발음과 거세지는 불길 앞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바로 그때, 현장을 지나던 소형 군용 차량 한 대가 멈춰 섰다.
차에서 뛰어내린 여군 간부와 남군 병사는 망설임이 없었다. 이들은 군 차량에 비치된 소화기를 꺼내 들고 곧바로 불이 난 화물차를 향해 달려갔다.
뜨거운 열기와 연기가 번지는 상황에서도 두 군인은 침착하게 소화기를 분사했다. 적재함을 집어삼킬 듯 치솟던 불길은 이들의 신속한 대응으로 마침내 잡혔다.
차량 전소와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화재는 9월 3일 오후 4시께 지방도 460호선 화천읍 풍산리 홈사리 입구 지점에서 발생했다.
정모씨와 우모씨가 타고 있던 화물차가 홈사리 방향으로 좌회전하던 중 적재함 쪽에서 갑자기 ‘펑’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지만, 곧 적재함에서 불길과 연기가 솟구치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차량을 세웠다.
적재함에는 안전화와 장화, 안전모를 비롯한 각종 안전장비와 구급용품이 실려 있었다. 구급함 부근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급함 안에는 에어파스 등 스프레이 형태의 물품이 들어 있었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불은 순식간에 주변 물품으로 옮겨붙었다. 안전화와 장화가 타들어 가고 안전모와 각종 보호장구가 녹아내렸다. 적재함에서는 폭발음까지 잇따랐다.
정씨와 우씨는 차량과 물품을 지키기 위해 적재함 가까이 다가가려 했지만, 뜨거운 열기와 거센 불길 때문에 손을 쓸 수 없었다.
“뭔가라도 꺼내보려고 했지만 너무 뜨거웠습니다. 적재함 안에서는 계속 ‘뻥뻥’ 터지는 소리가 들렸고, 불은 삽시간에 번졌습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딴산에서 풍산리 방면으로 이동하던 소형 군용 차량이 현장에 멈춰 섰다.
차량에서는 여군 간부와 남군 병사가 내렸다. 두 사람은 불이 난 화물차를 확인하자마자 소화기를 들고 달려왔다. 누가 요청하거나 도움을 청할 틈도 없었다. 불길을 발견한 두 군인이 스스로 차량을 세우고 곧바로 화재진압에 나선 것이다.
두 군인의 신속한 초기 대응 덕분에 거세게 번지던 불길은 차량 본체로 옮겨붙기 전에 잡혔다.
적재함에 실려 있던 안전화와 장화 등 약 400만 원 상당의 물품이 불에 탔지만, 화물차 전체가 전소되는 더 큰 피해는 피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다치지 않았다.
불이 꺼진 뒤에도 현장은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정씨와 우씨는 불에 탄 물품을 적재함에서 끌어내고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불씨를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주변에는 불에 타거나 녹아내린 안전화와 장화,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된 보호장구와 구급함 잔해가 널려 있었다.
두 군인은 불길이 완전히 잡힌 것을 확인한 뒤 별다른 말도, 자신의 이름도 남기지 않은 채 다시 군 차량에 올라 현장을 떠났다.
모든 상황이 정리된 뒤에야 정씨와 우씨는 자신들을 도와준 군인들의 이름은커녕 소속 부대와 계급조차 묻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는 불을 끄고 물건을 치우느라 너무 경황이 없었습니다.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 했고, 어느 부대 군인인지도 묻지 못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 사람은 이미 떠난 뒤였습니다.”
정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릴 때마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함께 밀려온다고 했다.
“그분들이 그냥 지나갔다면 차량까지 모두 타버렸을 겁니다. 폭발이 이어지고 있어 더 큰 사고로 번질 수도 있었습니다. 자기 일처럼 달려와 불을 꺼준 두 군인을 꼭 찾고 싶습니다. 늦게라도 직접 만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당사자들에 따르면 두 군인은 당시 딴산에서 풍산리 방면으로 이동하던 소형 군용 차량에 타고 있었다. 현장에 달려온 군인은 여군 간부 1명과 남군 병사 1명이다.
화재 현장을 지나갔거나 이날 오후 해당 구간을 운행한 군 차량을 알고 있는 군 관계자, 두 군인의 신원을 아는 장병이나 주민의 제보가 절실하다.
폭발음과 불길이 이어지는 위급한 순간, 위험을 외면하지 않고 소화기를 들고 달려와 더 큰 피해를 막은 두 군인.
이들은 이름도, 소속도 남기지 않고 조용히 떠났지만, 화재 피해 당사자들은 지금도 그날의 고마운 얼굴을 애타게 찾고 있다.
<김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