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8-26 20:58

  • 오피니언 > 칼럼&사설

미국이 싫어진 것이 아니다, 믿음이 흔들린 것이다-접경지역에서 바라보면 더욱 절실하다

한국인 55% 미국에 ‘비호감’…20여 년 조사에서 첫 과반

기사입력 2026-08-26 09:00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미국이 싫어진 것이 아니다, 믿음이 흔들린 것이다


=한국인 55% 미국에 ‘비호감’…20여 년 조사에서 첫 과반


-그러나 84%는 여전히 미국을 가장 중요한 동맹으로 인식

-관세·미국 우선주의 속 신뢰 하락…그 이후 연합훈련 축소까지

-문제는 ‘반미’보다 ‘불신’…한미동맹의 신뢰가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인의 미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2026년 조사에서 한국인 응답자의 55%가 미국에 대해 ‘비호감’​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39%에서 불과 1년 만에 16%포인트 상승했다. 반대로 미국에 대한 호감은 지난해 61%에서 올해 45%로 16%포인트 떨어졌다.


‘매우 비호감’이라는 응답도 지난해 9%에서 올해 18%로 두 배가 됐다.


퓨리서치가 20여 년간 한국인을 대상으로 미국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이래 비호감 응답이 절반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2003년에도 비호감이 호감보다 높았지만 당시 비호감은 50%, 호감은 46%였다.


당시는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해 신효순·심미선 양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반미 여론이 크게 확산했던 시기였다. 그런데 올해 미국에 대한 비호감은 그때보다도 높다.


더 주목해야 할 숫자가 있다.


한국인 가운데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평가한 비율은 57%였다. 2022년 같은 질문에서 83%였던 것과 비교하면 26%포인트나 떨어졌다.


미국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많이 또는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한 비율 역시 2023년 74%에서 올해 47%로 27%포인트 낮아졌다.


무엇이 한국인의 마음을 이렇게 빠르게 변화시킨 것일까.




‘미국’보다 ‘미국의 방식’에 대한 실망


이번 결과를 곧바로 한국 사회의 ‘반미화’로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오히려 조사 결과에는 매우 흥미로운 두 숫자가 동시에 존재한다.


미국에 비호감을 표시한 국민이 55%에 달했지만 한국인의 84%는 여전히 미국을 한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꼽았다.


지난해 89%에서 5%포인트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압도적이다.


미국에 대한 호감은 크게 낮아졌는데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강한 것이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한국 국민이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부정하기 시작했다기보다 미국과 미국 정부가 동맹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더 크다.


그 배경 가운데 하나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을 빼놓기 어렵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 응답자의 85%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고, 이 가운데 63%는 강하게 반대한다고 답했다. 지지한다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퓨리서치의 국제조사에서도 한국의 트럼프 관세정책 승인율은 14%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한국은 미국과 70년 넘게 안보동맹을 유지해 온 국가다.


그런 한국에서 미국을 바라보는 시선에 ‘동맹’뿐 아니라 관세와 투자, 방위비와 비용의 논리가 점점 더 강하게 겹쳐지면 국민이 느끼는 감정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미국의 동맹인가, 아니면 미국과 거래하는 상대인가.”


이 질문이 반복될수록 동맹에 대한 신뢰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일은 조사 이후 벌어졌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이번 한국 조사는 지난 3월 3일부터 4월 4일까지 성인 1,04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따라서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한미연합훈련 대폭 축소는 이번 ‘비호감 55%’라는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연합훈련 축소가 55%를 만든 원인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미국에 대한 호감과 신뢰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새로운 안보 변수가 뒤이어 등장했다는 의미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6일(현지시간) 한미연합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자신이 “매우 좋은 관계”​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비용이 많이 들고 북한에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결국 8월 17일부터 27일까지 11일간 예정됐던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은 21일까지 5일간 진행된 뒤 조기 종료됐다.


한반도 전면전 상황을 가정한 UFS의 2부 ‘반격’ 연습도 생략됐다. UFS와 연계한 대대급 이상 연합 야외기동훈련 역시 당초 계획된 14건 가운데 7건만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김정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며 같은 취지의 입장을 다시 밝혔다. 최근에는 과거 김 위원장과 만났던 사진들을 잇달아 게시하며 북미 정상외교 재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국민에게 또 다른 질문이 생길 수 있다.


“북미관계 개선 과정에서 한국의 안보 이해는 충분히 고려되고 있는가.”


이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대화가 문제가 아니라 순서와 방식이 문제다


북미대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낮추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면 대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화와 억제력의 균형이다.


북한의 행동 변화 없이 한미가 먼저 핵심적인 군사적 억제수단을 크게 낮추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한국 사회에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북한은 이번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크게 평가하지 않았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훈련 규모를 줄였다고 해서 한미연합훈련의 성격이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반응했다. 북한은 이어 8월 20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약 10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선택이 처음도 아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을 ‘비용이 많이 들고 도발적’이라는 취지로 표현하며 중단 방침을 밝혔고, 이후 한미는 당시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과 일부 해병대 연합훈련 등을 중단했다.


8년 전과 지금을 완전히 같은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번 연합훈련 축소와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이 한미동맹의 신뢰 문제와 연결돼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미국 내부에서도 나온 우려


연합훈련 축소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한국에서만 나온 것도 아니다.


미 공화당 소속으로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리치 매코믹 의원은 최근 블룸버그TV에 출연해 훈련 축소가 일시적 조치이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한미연합훈련 복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군사적 통합과 협력이 미국의 전력 투사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강조했다.


연합훈련은 단순한 군사행사가 아니다.


한미 양국 군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지휘·통제와 작전 수행 능력을 점검하고 숙달하는 과정이다.


동시에 북한에 한미 양국의 연합방위 의지를 보여주는 억제력의 한 축이기도 하다.


따라서 훈련의 규모와 방식, 조정 문제는 북미관계뿐 아니라 한미 양국 간 충분한 협의와 신뢰를 토대로 결정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한국의 조현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축소 지시에 대해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로이터 역시 이 문제를 한미 간 사전 조율과 투명성에 관한 우려로 다뤘다.




가장 무서운 것은 ‘반미’보다 ‘불신’이다


한미관계에서 정말 경계해야 할 것은 미국에 대한 일시적인 비호감 그 자체가 아니다.


국가에 대한 감정은 국제정세와 정권, 정책에 따라 얼마든지 오르내릴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신뢰의 하락이다.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보는 한국인이 2022년 83%에서 올해 57%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동맹은 조약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위기에 처했을 때 함께할 것이라는 믿음, 중대한 안보 결정을 할 때 서로 협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한국 사회에서는 자연스럽게 더 근본적인 질문들이 등장할 수 있다.


우리 안보를 어느 정도까지 미국에 의존할 것인가.


한국 스스로의 방위 역량은 어디까지 강화해야 하는가.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 경우 독자적 핵억제력이나 핵잠재력에 대한 논의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이 곧바로 특정 정책 선택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동맹에 대한 신뢰가 낮아질수록 자주국방과 독자적 억제력에 대한 논쟁이 커질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최근 로이터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과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계기로 미국의 신뢰성에 대한 아시아 동맹국들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미 비호감 55%라는 숫자를 단순한 감정의 변화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84%를 함께 봐야 한다


그렇다고 한미동맹이 흔들려 무너지고 있다고 보는 것 역시 지나치다.


오히려 이번 조사에서 반드시 함께 봐야 하는 숫자가 84%다.


한국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은 여전히 미국을 가장 중요한 동맹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한미동맹이 한국의 안보 인식 속에 얼마나 깊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미국에는 또 다른 메시지가 될 수 있다.


“한미동맹은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의 모든 정책을 무조건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 한국인의 미국에 대한 인식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문장일지도 모른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이제 과거와 달라졌다.


한국은 미국의 안보동맹인 동시에 반도체·배터리·조선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미국과 긴밀하게 연결된 경제·산업 파트너다.


그만큼 동맹 역시 일방적인 의존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국익과 안보 이해를 존중하고 조율하는 관계로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




접경지역에서 바라보면 더욱 절실하다


특히 화천과 같은 접경지역에서 한미연합훈련과 대북정책은 먼 나라의 외교 이야기가 아니다.


북한과 가까운 곳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안보와 남북관계는 생활과 맞닿아 있다.


군부대의 변화는 지역사회와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남북관계의 긴장과 완화 역시 주민들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것도 끊임없는 긴장과 대결은 아닐 것이다.


평화가 좋다.


북미대화도 필요하고 남북대화도 필요하다.


그러나 평화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대화와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억제력과 상호 신뢰도 필요하다.


강력한 방위태세를 유지하면서 대화를 통해 긴장을 낮추는 것과, 상대의 실질적인 변화가 확인되기 전에 억제수단부터 줄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접경지역에서 바라보면 그 차이는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미국이 싫어진 것이 아니다


한국인의 미국 비호감 55%.


이 숫자를 단순히 ‘한국에서 반미감정이 확산되고 있다’고만 읽어서는 본질을 놓칠 수 있다.


한국 국민이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갑자기 싫어하게 됐다기보다 미국의 정책과 동맹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크게 높아진 현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번 여론조사가 한미연합훈련 축소 이전에 실시됐다는 점이다.


이미 대미 호감과 신뢰가 크게 떨어져 있던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며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했다.


이 결정과 향후 북미대화가 한국인의 대미 인식을 다시 끌어올릴지, 아니면 불신을 더욱 키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북미대화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실질적으로 낮추고 한국과의 충분한 조율 속에서 진행된다면 한국인들의 평가 역시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한국의 핵심 안보 이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커진다면 대미 신뢰는 더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한미동맹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군사력과 조약만이 아니다.


동맹의 마지막 보루는 신뢰다.


그리고 지금 한미동맹 앞에 놓인 중요한 질문 가운데 하나는 이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앞으로도 미국을 믿을 수 있는가.”


미국은 한국인 55%의 ‘비호감’이라는 숫자만큼이나 그 숫자 뒤에 숨어 있는 ‘신뢰의 변화’​를 무겁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김용식

화천신문 (inewspeople.com)

댓글0

스팸방지코드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