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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시장을 살리려면, 차 세울 곳부터 만들어야 한다

중기부 주차환경개선사업 등 국·도비 확보방안도 찾아야

기사입력 2026-08-1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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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화천시장을 살리려면, 차 세울 곳부터 만들어야 한다

― 시내버스 주차장 부지 활용한 ‘시장 주차타워’ 검토할 때

― 중기부 주차환경개선사업 등 국·도비 확보방안도 찾아야



 

화천에서 오랜 세월 살아오며 지역의 변화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화천시장이 지역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녀왔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화천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었다. 주민들이 장을 보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읍·면 사람들이 만나 지역 소식을 나누던 생활의 중심이었다. 시장의 활기는 곧 화천읍 시가지의 활기였고, 시장에 사람이 모이면 주변 골목상권에도 자연스럽게 온기가 돌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인구는 줄고 고령화는 빨라졌다. 소비 형태도 변했다. 온라인 쇼핑은 일상이 됐고 소비자들은 물건의 가격과 품질뿐 아니라 접근성과 편의성까지 따진다.

이런 변화 속에서 전통시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좋은 상품과 친절한 서비스 못지않게 ‘얼마나 편리하게 찾아갈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

오랫동안 화천시장을 지켜보며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고민도 여기에 있다.

“사람들이 화천시장을 좀 더 편하게 찾도록 할 방법은 없을까.”

여러 해법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문제 하나부터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주차 문제다.

 

주차장이 있어도 이용하기 불편하면 다시 살펴야 한다

 

전통시장은 물건을 사러 가는 곳이다.

쌀과 채소, 과일, 생선, 반찬거리와 각종 생필품을 구입한다. 특히 화천처럼 고령 주민이 많은 농촌지역에서는 장을 본 물건을 들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일이 결코 작은 불편이 아니다.

따라서 주차공간이 단순히 ‘있느냐, 없느냐’만 따져서는 안 된다.

시장에서 얼마나 가까운 곳에, 얼마나 편리하게 차를 세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젊은 사람이 빈손으로 걸으면 별것 아닌 거리도 장바구니를 양손에 든 고령자에게는 전혀 다른 거리가 된다.

시장 주변에 주차장이 있다는 행정적 판단과 주민이 실제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래서 화천시장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주차 문제를 단순한 교통 편의가 아니라 전통시장의 접근성과 경쟁력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왜 지금 주차 문제를 다시 봐야 하나

 

과거에는 시장에 갈 이유가 분명했다. 필요한 물건을 사려면 시장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휴대전화 몇 번만 누르면 물건이 집 앞까지 배달된다. 자동차를 이용해 편리하게 장을 볼 수 있는 선택지도 많아졌다.

소비자에게 전통시장은 이제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 아니라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가 됐다.

그렇다면 시장을 찾는 과정에서부터 불편함이 생긴다면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특히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기존 고객 한 사람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이야기하면서 주차와 접근성을 부수적인 문제로 취급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시내버스 주차장 부지를 한번 검토해 보자

 

그렇다면 시장 가까이에 새로운 주차공간을 확보할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현재 시내버스 주차장 부지를 활용한 주차타워 조성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해당 부지 가운데 상당 부분을 화천시장조합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지금 단계에서 이것만으로 사업이 가능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필지별 소유권과 면적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현재 시내버스 주차기능을 어디에서 대체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도시계획과 건축 여건, 차량 진출입, 주변 교통에 미치는 영향도 검토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부지를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시장과 가깝고 이미 차량이 이용하고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토지 소유관계와 버스 주차기능의 대체방안 등이 해결될 수 있다면 시장 이용객을 위한 주차시설 후보지로서 우선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그곳에 주차타워를 지어야 한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 아니다.

가능성이 있는지부터 제대로 조사해 보자는 것이다.

 

크게 짓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주차타워라고 하면 거대한 건축물부터 떠올릴 필요도 없다.

화천의 인구와 시장 규모, 평일과 장날의 주차수요를 조사한 뒤 적정 규모를 결정하면 된다.

2층이면 충분한지, 3층이 필요한지, 몇 대를 수용해야 하는지는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판단할 일이다.

시장 주변 기존 주차시설의 이용률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

장날과 평일의 수요도 다를 것이다. 시간대별 주차수요와 회전율까지 살펴야 실제 필요한 규모를 알 수 있다.

시설을 얼마나 크게 짓느냐가 아니라 시장 이용객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되느냐가 판단의 기준이어야 한다.

과잉시설을 만들어서도 안 되지만 필요한 시설을 제때 마련하지 못해 시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려서도 안 된다.

정확한 수요조사가 먼저다.

 

군비만 생각하지 말고, 국·도비부터 찾아보자

 

주차타워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해서 곧바로 화천군 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하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여기서부터 행정의 준비와 역량이 중요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주차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전통시장 주차환경개선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화천시장 역시 해당 사업의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는지, 토지확보와 사업방식 등 세부 요건은 무엇인지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전통시장 및 지역상권 관련 지원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지도 함께 찾아봐야 한다.

국비와 도비를 최대한 확보하고 군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사업 검토의 기본원칙이 되어야 한다.

정부 공모사업은 공고가 난 뒤 준비하기 시작해서는 늦을 수 있다.

지금부터 시장 주차수요와 이용실태를 조사하고 후보부지의 소유관계, 건축 가능성, 적정 규모와 예상 사업비 등을 검토해 기본구상을 마련해 놓는다면 향후 관련 지원사업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기본구상이나 타당성 검토를 위한 전문용역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준비된 지역이 기회를 잡는다.

 

‘주차타워 건립’보다 ‘화천시장 주차환경 개선’으로

 

더 중요한 것은 주차타워라는 시설 하나에만 매달리지 않는 것이다.

목표는 주차타워를 짓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화천시장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사업의 출발점도 ‘화천시장 주차타워 건립사업’보다 ‘화천시장 주차환경 개선사업’​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시장 주변에 몇 면의 주차공간이 있는지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어느 주차장을 누가 이용하는지, 시장 방문객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얼마나 되는지, 시장 출입구에서 각각의 주차장까지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도 살펴야 한다.

평일과 장날의 주차수요도 비교해야 한다.

그리고 그 조사 결과를 토대로 기존 주차장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좋은지, 새로운 평면주차장을 확보해야 하는지, 아니면 주차타워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면 된다.

시내버스 주차장 부지는 그 대안 가운데 하나로 객관적으로 검토하면 된다.

 

고령자 입장에서 거리를 재보자

 

화천시장 주차 문제를 검토하면서 반드시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고령 이용객의 눈높이다.

시장과 주차장의 거리를 지도 위 숫자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70대, 80대 주민이 채소와 과일, 쌀과 생필품을 들고 걷는다고 생각해 보자.

100m와 300m의 차이는 젊은 사람에게 몇 분의 차이일 수 있지만 고령자에게는 시장을 이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거리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주차환경 실태조사를 한다면 시장 출입구에서 각 주차장까지의 거리뿐 아니라 횡단보도와 보행로, 경사, 도로 횡단 위험, 겨울철 결빙 가능성 등도 함께 살펴야 한다.

가능하다면 실제 시장 이용객을 대상으로 주차 불편과 적정 보행거리에 대한 의견도 들어보자.

행정의 지도 위에서 가까운 주차장이 아니라 주민의 발걸음으로 가까운 주차장을 만들어야 한다.

 

시장만이 아니라 화천읍 원도심도 함께 보자

 

주차환경 개선의 효과를 화천시장 안에만 가둘 필요도 없다.

시장은 화천읍 원도심 상권의 한가운데 있다.

시장을 찾은 사람이 주변 음식점과 상점, 카페와 생활서비스 업종을 함께 이용한다면 주차환경 개선의 효과는 자연스럽게 주변 골목상권으로 확산될 수 있다.

반대로 주차가 불편해 시장 방문 자체를 포기한다면 주변 상권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화천시장 주차 문제를 시장과 원도심을 함께 살리는 상권 활성화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주차시설 하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사람을 원도심으로 끌어들이는 중요한 기반시설이 될 수는 있다.

 

우선 조사부터 시작하자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다.

먼저 조사하면 된다.

시내버스 주차장 부지의 정확한 소유관계를 확인하자.

시장과 현재 주차장들의 실제 거리를 측정하자.

평일과 장날의 주차수요를 조사하자.

시내버스 주차기능의 대체 가능성도 검토하자.

시장 상인과 이용객의 의견도 들어보자.

그리고 중소벤처기업부의 전통시장 주차환경개선사업을 비롯해 활용할 수 있는 국비와 도비 지원제도가 무엇인지 찾아보자.

그 결과 시내버스 주차장 부지를 활용한 주차타워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준비하면 된다.

다른 대안이 더 효율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그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결론을 미리 정하는 것이 아니라 화천시장에 가장 필요한 해법을 찾는 것이다.

 

시장에 올 수 있는 길부터 만들어야 한다

 

화천시장은 오랜 세월 지역 주민들의 삶과 함께해 왔다.

시대가 달라졌다고 그 역할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주민들이 얼굴을 마주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며 작은 상권을 지켜가는 전통시장의 가치는 더욱 소중할 수 있다.

그 시장을 살리기 위해 시설 현대화도 필요하고 좋은 상품과 먹거리도 필요하다. 문화와 관광을 접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기본이 있다.

사람이 시장에 편하게 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장을 본 뒤 불편 없이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시장을 살리겠다는 말보다 먼저 시장에 올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화천시장 주차 문제를 더 이상 오래된 불편 정도로만 남겨두지 말자.

시내버스 주차장 부지를 비롯한 가능한 대안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 정부와 강원특별자치도의 지원사업까지 찾아 하나씩 가능성을 따져보자.

“장을 보러 온 주민은 어디에 차를 세울 것인가.”

어쩌면 화천시장 활성화의 출발점은 바로 이 가장 평범하고 현실적인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데 있을지 모른다.

오랜 시간 화천시장을 바라보며 품어온 고민에 이제는 하나씩 현실적인 답을 찾아볼 때다.
 

 

김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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