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8-22 20:25

  • 오피니언 > 칼럼&사설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하남면에서는 어떻게 쓰이나

정책 효과, 지급액 넘어 실제 사용률·업종별 소비까지 살펴야

기사입력 2026-08-17 09:37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0

마트 하나 없는 하남면…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생활비’ 될까



화천군, 농어촌 기본소득 1인당 월 15만 원 지급

면 주민 일반 사용분 10만 원은 면 지역 가맹점에서 사용

하남면에는 마트 한 곳도 없어…일상적인 장보기 여건 취약

나머지 5만 원은 읍 가맹점·주유소·편의점·면 하나로마트 등에서 합산 사용

같은 15만 원이라도 지역별 소비 기반에 따라 체감 효과 달라질 수 있어



 

농어촌 기본소득이 화천에서 새로운 정책 실험에 들어갔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 주민에게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해 생활 안정을 돕고, 지급된 돈을 지역 안에서 소비하도록 해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화천군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1인당 월 15만 원을 화천사랑상품권(모바일 또는 카드)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월 15만 원은 주민에게 적지 않은 지원이다.

하지만 하남면으로 들어가면 단순히 ‘얼마를 지급하느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하남면에는 주민이 일상적으로 장을 볼 수 있는 마트가 한 곳도 없다.

취재를 통해 확인한 하남면의 생활 여건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주민의 실질적인 생활비가 되려면 지급액뿐 아니라 그 돈으로 생활에 필요한 것을 어디에서 살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특히 면 주민의 기본소득 사용처가 일정 범위로 설정돼 있다는 점에서 하남면의 장보기 환경은 정책의 실효성을 가늠할 중요한 지점이다.

 

■ 월 15만 원, 면 주민은 10만 원·5만 원 사용처 달라

화천군이 공개한 농어촌 기본소득 사용처 안내에 따르면 읍 주민과 면 주민의 사용 범위에는 차이가 있다.

면 주민은 월 15만 원 가운데 일반 사용분 10만 원을 면 지역 일반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나머지 5만 원은 읍 가맹점과 읍·면 주유소·편의점, 면 하나로마트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5만 원은 각각의 사용처에서 별도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화천군 안내자료는 해당 사용처의 사용 가능 금액을 ‘합산 최대 5만 원’​으로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면 주민이 주유소에서 3만 원, 편의점에서 1만 원, 읍 소재 가맹점에서 1만 원을 사용했다면 합계 5만 원으로 제한 사용분을 모두 사용한 셈이다.

따라서 면 주민에게 지급되는 월 15만 원은 하나의 사용 한도로 보기보다 면 지역 일반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10만 원과 별도의 사용 범위가 적용되는 5만 원으로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

 

■ 하남면에는 마트가 한 곳도 없다

문제는 하남면의 생활 소비 기반이다.

취재 결과 하남면에는 주민이 일상적으로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는 마트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남면에도 농어촌 기본소득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있다. 음식점과 카페·베이커리 등도 포함돼 있다.

이들 업소 역시 지역 경제를 구성하는 소상공인이다. 기본소득 소비가 이들의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면 지역 내 소비 순환이라는 정책 취지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주민의 생활 소비는 외식이나 카페 이용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쌀과 채소, 육류 등 식료품부터 세제와 화장지 같은 생필품까지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지속적으로 구입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하남면의 ‘마트 부재’​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면 주민의 일반 사용분 10만 원을 면 지역 일반 가맹점에서 사용하도록 한 구조에서 주민이 가장 기본적인 생활 소비인 장보기를 할 수 있는 마트가 없다면, 기본소득을 기존 생활비 대신 사용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가맹점 수보다 중요한 ‘무엇을 살 수 있나’

따라서 하남면의 기본소득 사용 환경을 평가할 때 가맹점 수만으로는 주민의 실제 사용 여건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가맹점이 있더라도 특정 업종의 비중이 높고 주민이 일상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곳이 부족하다면 정책의 체감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평가 기준도 ‘가맹점이 몇 곳인가’에서 ‘그 가맹점에서 주민에게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는가’로 넓힐 필요가 있다.

주민이 평소 현금으로 지출하던 식료품과 생필품 비용을 기본소득으로 결제할 수 있다면 그만큼 가계의 현금 지출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기본소득을 사용할 가맹점은 있지만 주민의 일상적인 소비와 맞지 않는다면 같은 10만 원이라도 체감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

기본소득을 사용하기 위해 평소 필요하지 않았던 소비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생활비 지원’이라는 주민의 체감 효과 역시 낮아질 수 있다.

 

■ 나머지 5만 원 있지만…주유비로 쓰면 다른 사용 여력 줄어

물론 면 주민에게는 사용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은 제한 사용분 5만 원이 있다.

화천군 안내에 따르면 이 금액은 읍 가맹점과 읍·면 주유소·편의점, 면 하나로마트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농촌의 생활 특성을 고려하면 주유소나 편의점, 하나로마트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 이 금액은 사용처마다 각각 5만 원씩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합해 최대 5만 원이다.

농촌에서는 차량 이동에 필요한 유류비도 중요한 생활비다.

예를 들어 한 주민이 제한 사용분 5만 원을 주유비로 모두 사용했다면 해당 지급분의 제한 사용분으로 읍 가맹점이나 편의점, 면 하나로마트 등에서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남지 않는다.

결국 하남면 주민의 생활비 절감 효과를 판단하려면 일반 사용분 10만 원과 제한 사용분 5만 원이 실제 어떤 업종에서 사용되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 면 주민 사용 기한 6개월…기간 늘어도 ‘쓸 곳’은 그대로

사용 기한에서도 읍 주민과 면 주민에게 차이가 있다.

화천군 안내에 따르면 읍 주민은 지급일 익일부터 3개월, 면 주민은 ​지급일 익일부터 6개월 동안 기본소득을 사용할 수 있다.

기한 내 사용하지 않은 금액은 자동 반납 처리된다. 미사용 금액은 사용 기한 내에서 이월할 수 있으며 다음 지급분과 합산해 사용할 수 있다.

면 주민에게 읍 주민보다 긴 사용 기간을 부여한 것은 면 지역의 소비 여건을 고려한 보완책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용 기간이 길어진다고 생활에 필요한 사용처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마트가 없는 하남면의 경우 3개월보다 6개월의 사용 기간이 주민에게 유리할 수는 있지만,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어디에서 살 것인가’라는 문제까지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 지역에서 쓰게 하려면 지역에서 ‘쓸 수 있어야’

면 주민의 기본소득 사용처를 면 지역 중심으로 설정한 데에는 정책적 이유가 있다.

면 주민에게 지급된 기본소득 대부분이 화천읍 등 중심지역에서 소비된다면 면 지역 소상공인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지급된 돈이 지역 안에서 소비되고 그 소비가 소상공인의 매출로 이어지도록 해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것이 농어촌 기본소득의 중요한 정책 목적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하남면의 문제를 단순히 ‘사용 제한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으로 연결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면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한다면 주민이 그 지역에서 생활에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는 환경도 함께 갖춰야 하지 않는가.”

지역상권 보호와 주민의 사용 편의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가맹점 수만 집계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업종별 구성도 살펴봐야 한다.

음식점과 카페뿐 아니라 식료품·생필품·소매·이미용·정비·수리 등 주민이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생활밀착형 업종이 면별로 얼마나 갖춰져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현재 영업 중이지만 화천사랑상품권 가맹점으로 참여하지 않은 생활밀착형 사업자가 있다면 가맹점 가입을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본소득으로 발생하는 반복적인 소비 수요가 지역에 부족한 생활업종의 유지나 신규 진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연계 방안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기본소득이 주민 소득 지원→지역 소비 증가→소상공인 매출 증가→생활업종 유지·확대→정주 여건 개선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면 지역 소멸 대응 정책으로서의 의미도 커질 수 있다.

 

■ 같은 월 15만 원, 실제 혜택도 같을까

농어촌 기본소득 대상 주민에게 지급되는 금액은 같다.

1인당 월 15만 원이다.

하지만 같은 금액을 지급받는다고 해서 모든 주민이 같은 수준의 실질적인 혜택을 누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마트와 다양한 생활밀착형 가맹점이 가까이 있는 주민은 평소 현금으로 지출하던 식료품과 생필품 비용을 기본소득으로 대체할 수 있다.

그만큼 가계의 현금 지출을 줄이는 효과가 생긴다.

반면 하남면처럼 마트가 없는 지역에서는 같은 15만 원을 지급받더라도 이를 일상적인 장보기 비용으로 사용하는 데 상대적으로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정책의 형평성을 평가할 때는 ‘모두에게 월 15만 원을 지급했는가’뿐 아니라 ‘그 15만 원을 실제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춰져 있는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는 지급액의 형평성을 넘어 사용 기회의 형평성에 관한 문제다.

 

■ 시범사업 성패, ‘지급액’보다 ‘어떻게 썼나’로 검증해야

이번 사업은 이름 그대로 시범사업이다.

시범사업은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를 시행하는 데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제도를 운영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발견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정책을 보완하는 과정에도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하남면의 ‘마트 부재’는 단순한 지역 사정으로만 볼 문제는 아니다.

생활 소비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에서 기본소득이 실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정책적 관찰 지점이 될 수 있다.

향후 정책 평가에서는 지급 인원과 지급 총액뿐 아니라 읍·면별 실제 사용률, 미사용·반납액, 업종별 소비 비중 등을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하남면에서는 일반 사용분 10만 원이 어떤 업종에서 사용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음식점과 카페 등에 소비가 집중되는지, 주민들이 지급액을 충분히 사용하고 있는지, 사용 기한이 지나 반납되는 금액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 등을 확인한다면 하남면의 생활 소비 환경이 기본소득의 실효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주민들이 기본소득을 어디에 사용하고 싶었지만 사용하지 못했는지까지 조사한다면 정책 개선을 위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 월 15만 원이 ‘생활 속 15만 원’이 되려면

농어촌 기본소득의 목적은 주민에게 매월 15만 원을 지급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주민의 생활 안정을 돕고 지역에서 소비를 만들어 그 소비가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로 이어지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지역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정책의 성과도 ‘얼마를 지급했느냐’만으로 평가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지급된 돈이 주민의 생활비 부담을 얼마나 줄였는지, 어떤 업종에서 사용됐는지,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로 얼마나 이어졌는지, 사용하지 못하고 반납된 금액은 얼마나 되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하남면에는 마트가 한 곳도 없다.

이 사실이 월 15만 원이라는 기본소득의 가치나 정책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농어촌 기본소득이 주민의 생활과 지역 경제를 함께 살리는 정책으로 자리 잡으려면 지역마다 다른 생활·소비 환경까지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과제를 보여준다.

지역에서 돈을 쓰도록 한다면 지역에서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는 환경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월 15만 원이 단순한 ‘지급액’을 넘어 주민이 체감하는 ‘생활 속 15만 원’​이 될 수 있느냐.

마트 하나 없는 하남면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용식

# 당신을 화천신문 '밴드'로 초대합니다.

https://band.us/n/a7a8bdIcYbA3S

화천신문 http://www.inewspeople.com/

https://blog.naver.com/ihcnews

화천신문 (inewspeople.com)

댓글0

스팸방지코드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