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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여름, 스물다섯 영웅의 집으로 간 전복삼계탕

풍익복지재단·풍익홈, 제6회 ‘6·25 참전용사 여름나기 삼계탕 데이’

기사입력 2026-08-1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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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여섯 번째 여름, 스물다섯 영웅의 집으로 간 전복삼계탕

 

-풍익복지재단·풍익홈, 제6회 ‘6·25 참전용사 여름나기 삼계탕 데이’

-화천지역 생존 참전유공자 25명에게 전복삼계탕과 카네이션 전달

-파랑새봉사단·위라리부녀회 동참…6년째 이어온 감사와 존경

-“살아 계실 때 한 번 더 찾아뵙고, 한 번 더 감사드려야 합니다”

 
 

여섯 번째 여름, 전복삼계탕을 받을 화천의 6·25 참전용사는 이제 스물다섯 명만 남았다.


사회복지법인 풍익복지재단이 주최하고 아동양육시설 풍익홈이 주관한 제6회 ‘6·25 참전용사 여름나기 삼계탕 데이’가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열렸다.


파랑새봉사단과 하남면 위라리부녀회가 함께한 이날 행사에서는 화천지역 생존 6·25 참전유공자 25명에게 정성껏 끓인 전복삼계탕과 카네이션을 전달하고 건강과 안부를 살폈다.


6년째 이어진 이날의 음식은 단순한 여름 보양식이 아니었다. 나라를 위해 청춘을 바친 노병들에게 드리는 존경이었고, “당신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지역사회의 약속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끓인 감사의 한 그릇

 

행사 당일 풍익홈 주방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봉사자들은 닭과 전복을 비롯한 식재료를 꼼꼼하게 손질하고, 애호박과 부추 등 곁들임 음식도 정성껏 준비했다. 한쪽에서는 음식을 만들고, 다른 한쪽에서는 어르신들에게 전달할 용기와 꾸러미를 챙겼다.


올해는 기존 삼계탕에 전복을 더했다. 대부분 90대 중반을 넘어선 참전유공자들이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이겨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행사장을 찾은 참전유공자들은 봉사자들이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함께 나누며 모처럼 이야기꽃을 피웠다. 행사장에 내걸린 현수막에는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라는 인사가 선명하게 적혔다.


봉사자들은 참전유공자 한 분 한 분의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드렸다. 카네이션은 단순한 꽃 한 송이가 아니었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청춘에 대한 존경이자, 오늘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식이었다.


가슴에 카네이션을 단 노병들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화려한 기념식이나 긴 축사는 없었지만, 서로 마주한 눈빛과 맞잡은 손만으로도 충분한 감사와 위로가 오갔다.

 

찾아오지 못하면 직접 찾아갔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행사장을 찾기 어려운 참전유공자에게는 봉사자들이 직접 전복삼계탕을 배달했다.


봉사자들은 25명의 명단과 주소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어르신들의 가정을 찾아갔다. 대문을 열고 나온 어르신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전복삼계탕이 담긴 꾸러미를 두 손으로 건네며 “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래도록 건강하십시오”라는 인사를 전했다.


지팡이에 의지해 어렵게 현관까지 나온 어르신도 있었고, 음식 꾸러미를 받아 들고 환하게 웃는 어르신도 있었다. 한 참전유공자의 집 앞에는 ‘국가유공자의 집’ 명패가 붙어 있었고, 집 안에는 전쟁터에서 보낸 세월을 증명하는 훈장과 기념품들이 소중하게 보관돼 있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자신을 찾아온 봉사자에게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봉사자는 오히려 더 깊이 허리를 굽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나라를 지킨 노병과 그 희생을 기억하는 후세대가 현관 앞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보훈의 현장이었다.


봉사자들은 음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어르신들의 건강은 어떤지, 무더위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생활에 어려움은 없는지를 세심하게 살폈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참전유공자들에게는 자신들의 희생을 지역사회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는 따뜻한 위로가 됐다.

 

여섯 번째 여름, 더 절실해진 감사

 

풍익복지재단과 풍익홈의 ‘6·25 참전용사 삼계탕 데이’는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해마다 여름이 찾아오면 지역 봉사자들이 정성껏 삼계탕을 끓여 참전유공자들에게 대접하고, 직접 참석하기 어려운 어르신의 가정에는 음식을 배달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해왔다.


그러나 행사를 거듭할수록 삼계탕을 전달할 어르신의 수는 줄고 있다.


지난해 30여 명이었던 화천지역 생존 참전유공자는 올해 25명으로 감소했다. 대부분 90대 중반을 넘어선 고령이어서 지역사회가 이들을 직접 찾아뵙고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다.


지난해 음식을 전달했던 집을 올해는 다시 찾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봉사자들이 한 분 한 분의 이름과 주소를 확인하며 전복삼계탕을 챙기는 마음이 해마다 더욱 무거워지는 이유다.


그래서 여섯 번째 행사는 지난 행사보다 더 뜻깊고 절실했다. 봉사자들이 건넨 전복삼계탕 한 그릇과 카네이션 한 송이에는 “내년에도 건강하게 다시 뵙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담겼다.


현재 화천에 생존해 있는 25명의 참전유공자는 단순한 보훈행사의 지원 대상자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살아 있는 역사’이자, 전쟁과 수복의 땅 화천이 끝까지 기억하고 예우해야 할 마지막 증언자들이다.

 

전쟁고아를 품은 풍익, 이제는 노병을 섬기다

 

풍익복지재단이 6·25 참전유공자를 위한 행사를 6년째 이어가는 데에는 특별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


풍익의 뿌리는 6·25 전쟁 직후인 19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화천에는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고(故) 곽종옥 목사는 8사단 포병연대 군목으로 복무하던 중 24인용 군용 천막을 세우고 전쟁고아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것이 풍익보육원, 오늘날 풍익복지재단과 풍익홈의 출발점이 됐다.


전쟁의 상처 속에서 군인과 지역사회가 함께 세운 아동복지시설이 70여 년이 지난 오늘, 나라를 지킨 참전용사들의 건강을 살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품었던 풍익이 이제는 전쟁터에서 청춘을 바친 노병을 섬기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희생을 오늘의 돌봄으로 잇는 풍익만의 특별한 보훈 실천이다.

 

광복과 호국, 화천이 기억해야 할 역사

 

화천은 6·25 전쟁과 분단의 상처가 어느 지역보다 깊게 남아 있는 곳이다.


38선 이북에 속했던 화천은 해방 직후 북한 정권의 지배를 겪었고, 6·25 전쟁과 수복을 거쳐 자유대한민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화천이 누리는 오늘의 자유와 평화는 결코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수많은 장병과 지금도 우리 곁에 생존해 있는 참전유공자들의 피와 희생으로 되찾고 지켜낸 자유다.


제81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열린 이번 행사는 광복과 호국의 의미를 함께 되새기는 시간이 됐다. 광복이 빼앗긴 나라를 되찾은 역사라면, 6·25 참전용사들의 헌신은 되찾은 나라를 목숨으로 지켜낸 역사다.


여섯 번째 여름, 풍익이 준비한 전복삼계탕은 모두 스물다섯 그릇이었다.


그 수는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한 분 한 분에게 전하는 존경과 감사의 마음은 더욱 깊어졌다.


전복삼계탕 한 그릇이 전쟁터에서 겪은 고통과 평생의 희생을 모두 보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살아 계실 때 한 번 더 찾아뵙고, 한 번 더 손을 잡으며, 한 번 더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리는 일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늦지 않은 보훈이다.


풍익복지재단과 풍익홈이 6년째 이어온 삼계탕 데이는 내년 여름에도 계속될 것이다. 지역사회의 간절한 바람은 단 하나다.


“스물다섯 분 모두 건강하게 일곱 번째 여름에도 다시 뵙겠습니다.”
 

 

김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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