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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8-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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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최소 감봉’이란 경고장, 공직사회 무사안일 깨는 계기 돼야

기사입력 2026-08-1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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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최소 감봉’이란 경고장, 공직사회 무사안일 깨는 계기 돼야

 

인사혁신처가 지난 7월 23일 소극행정과 직무태만에 대한 징계 수위를 대폭 강화하는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오는 10월 1일 시행을 목표로 추진되는 이번 개정안이 공직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해야 할 일을 정당한 이유 없이 하지 않거나, 미루고 방치하는 것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공직 비위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부작위·직무태만의 징계 최소 기준은 ‘견책’이었지만 개정안은 이를 ‘감봉’으로 높였다. 소극행정 역시 최소 징계기준이 감봉으로 강화된다.

단순히 징계 수위 하나를 높인 것으로 볼 일이 아니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다른 비위 유형에 포함돼 있던 ‘부작위·직무태만’을 별도의 비위 유형으로 분리했다. 일정한 처분이나 행위를 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하지 않는 행위 자체를 보다 명확하게 책임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관리자의 감독 책임이다.

그동안 부작위·직무태만은 소극행정과 달리 감독 책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관리자가 감독 책임을 태만하게 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해당 관리자에게도 징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직원이 일을 미루고 있는데도 방치하거나, 결정을 내려야 할 간부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뒤로 물러서는 관행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행정이 이뤄지는 지방자치 현장에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주민들이 행정기관을 찾았을 때 가장 답답해하는 것은 반드시 ‘안 된다’는 답변만은 아니다.
 

되는지 안 되는지조차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채 “검토해 보겠다”, “관련 부서와 협의해 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시간만 흘려보내는 행정이 더 큰 불신을 낳을 때가 많다.

인허가와 각종 민원, 주민 숙원사업, 지역 현안은 담당자의 책상 위에서는 하나의 서류일 수 있다. 그러나 주민에게는 생업이 걸려 있고, 재산권이 걸려 있으며, 때로는 한 가정과 한 마을의 미래가 걸린 절박한 문제다.

그런 일을 특별한 이유 없이 미루고 방치한다면 주민이 감당해야 할 비용은 결코 작지 않다.
 

법과 규정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 이유를 분명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야 한다. 다른 방법이 있다면 함께 찾아줘야 한다. 권한이 다른 기관에 있다면 어디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안내해야 한다.

그것이 주민을 위해 존재하는 행정의 기본이다.
 

법과 규정은 주민을 가르치고 밀어내기 위한 벽이 아니라, 주민의 권리를 지키면서 가능한 길을 찾아가기 위한 행정의 기준이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공직문화가 자리 잡는 순간 행정은 주민에게서 멀어진다. 책임 있는 결정보다 책임 회피가 유리하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사람보다 가만히 있는 사람이 손해를 덜 보는 조직이라면 적극행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징계의 칼날을 세우는 것만으로 공직사회의 체질이 저절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벌 기준이 강화될수록 일부 공직자들이 징계를 피하기 위해 민원 처리를 더욱 보수적으로 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다른 부서나 상급자에게 떠넘기는 또 다른 형태의 ‘몸 사리기’가 나타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소극행정을 없애려다 소신 있는 적극행정까지 위축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제도 시행과 함께 몇 가지 원칙이 분명하게 세워져야 한다.
 

첫째, 무엇이 소극행정이고 무엇이 불가피한 행정 지연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이나 관계기관 협의, 법률 검토 때문에 시간이 필요한 사안과 책임을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미루는 행위는 엄연히 다르다. 결과만 보고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 공직자는 어려운 업무일수록 손대지 않으려 할 것이다.
 

둘째, 공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하다 발생한 정당한 과실은 보호해야 한다.

일을 하다가 생긴 불가피한 실수와 일을 하지 않아 생긴 피해를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발생한 합리적 범위의 과실에는 면책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반대로 해야 할 일을 이유 없이 하지 않은 행위에는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원칙이 필요하다.
 

말 그대로 신상필벌(信賞必罰)​이다.

잘한 사람에게는 보상이 돌아가고, 책임을 회피한 사람에게는 책임을 묻는 조직이어야 한다.
 

셋째,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이번 개정안에서 관리자 감독 책임을 명확히 한 것은 단순히 징계 대상자를 한 명 더 늘리기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팀장과 과장은 결재만 하는 자리가 아니다. 어려운 민원이 발생했을 때 담당 직원 혼자 책임지게 하지 않고 함께 판단하며, 부서 간 이해가 충돌할 때 조정하고, 결론을 내려야 할 때 책임 있게 결정을 내리는 것이 관리자의 역할이다.

담당자는 결정을 미루고, 관리자는 담당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부서는 다른 부서에 공을 넘기는 조직에서는 주민 중심 행정이 자리 잡을 수 없다.
 

결국 이번 개정안의 성패는 징계 건수가 얼마나 늘어나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주민이 행정의 변화를 실제로 느끼느냐에 달려 있다.

민원을 제기했을 때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담당 공무원이 주민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안 되는 일에는 이유와 대안을 설명하며, 가능한 일에는 적극적으로 길을 찾아주는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
 

공무원의 신분 보장은 소신 있게 국민과 주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적 장치다. 그것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특권이나 직무태만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동시에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들이 이번 제도로 인해 위축되어서도 안 된다.
 

오히려 묵묵히 주민을 위해 뛰고, 어려운 문제 앞에서 책임을 피하지 않으며,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옳다고 판단한 일을 소신 있게 추진하는 공직자가 제대로 평가받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일하는 공무원은 보호하고, 일하지 않는 공무원에게는 책임을 묻는 것.

그것이 이번 제도 개정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정부가 공직사회에 던진 ‘최소 감봉’이라는 경고장의 진짜 목적도 공무원을 벌주는 데 있지 않을 것이다.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낡은 공직문화를 깨뜨리는 데 있다.

오는 10월 시행될 새로운 기준이 또 하나의 징계 규정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먼저 묻던 행정에서 “주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는 행정으로 바뀌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그 변화가 주민이 체감하는 책임행정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최소 감봉’이라는 무거운 경고장은 제 역할을 다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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