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풀린 그다음이 중요하다…“주민이 쓸 수 있어야 진짜 해제”
24일 국회서 ‘민통선 전면해제’ 대토론회…접경지 농민들 해제 이후 활용방안 공론화
화천군농민회 조득용 회장 주도·최호기 화천군의원 토론자로 나서 지역 목소리 전달
농지·산림·관광·재산권 등 후속 규제 개선 관건…“규제완화 혜택 주민에게 돌아가야”
수십 년 동안 민간인의 출입과 토지 이용을 가로막았던 민간인통제선이 조정되면 접경지역 주민들의 삶은 과연 얼마나 달라질까.
이제 접경지역의 관심은 ‘민통선을 어디까지 북상시키느냐’를 넘어 ‘풀린 땅과 공간을 주민들이 실제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민통선 조정 이후에도 토지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면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업과 산림, 관광, 지역개발은 물론 오랫동안 제약받아 온 주민들의 재산권과 생업의 문제까지 함께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접경지역에서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국회 차원에서 공론화하기 위한 ‘민통선 전면해제 국회대토론회’가 오는 24일 오후 1시30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이번 토론회는 접경지 농민연합(화천군농민회)이 주최하며, 화천군농민회는 조득용 회장이 이끌고 있다.
특히 화천에서는 최호기 화천군의원이 토론자로 나서, 민통선 조정 이후 주민들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후속 정책과 접경지역의 현실을 전달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선’은 올라갔지만…주민이 쓸 수 있는 땅인가
민통선 조정은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민간인통제선은 군사적 필요에 의해 민간인의 자유로운 출입을 제한해 온 경계선이다. 이 때문에 접경지역 주민들은 오랫동안 자신들의 생활권과 가까운 토지에서도 출입과 영농 등에 크고 작은 제약을 받아왔다.
따라서 민통선 조정은 주민의 이동권과 영농 여건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민통선이 조정됐다고 해서 해당 지역의 모든 규제가 동시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군사시설 보호와 관련된 규제를 비롯해 토지의 위치와 용도에 따라 산림·환경·농지 등 개별 법령에 따른 제한이 남아 있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도 위의 선 하나를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들이 실제로 토지에 접근하고 이용하며,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후속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다.
농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실질적 이용’
특히 농민들에게 민통선 문제는 추상적인 규제개혁이 아니다.
농경지 출입부터 농기계 이동, 농업시설 설치와 영농환경 개선 등 생업과 직결된 문제다.
민통선 조정으로 출입 여건이 개선된 지역이라면 앞으로는 농업 생산기반 확충과 새로운 소득작목 도입, 농촌체험과 연계한 사업 등 ‘접경지역이라는 불리함’을 새로운 소득기반으로 바꾸는 정책적 접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농업만 바라볼 문제도 아니다.
산림자원이 풍부한 화천의 특성을 활용해 산림휴양과 생태체험, 걷기길 등과 연계할 가능성도 살펴볼 수 있다.
다만 개발을 서두르기보다 자연환경과 군사적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보전할 곳과 활용할 곳을 구분하는 세밀한 공간계획이 선행돼야 한다.
접경지역의 ‘불편했던 공간’을 ‘소득의 공간’으로
민통선 조정지역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화천은 DMZ와 평화의댐을 비롯해 북한강 수계, 산림과 생태자원 등 접경지역만이 가진 독특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민통선 조정으로 접근성이 개선되는 공간이 생긴다면 기존 관광자원과 연결해 생태·안보·평화·농촌체험을 아우르는 새로운 관광동선을 만드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
핵심은 대규모 시설을 무조건 건설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체험농장이나 농특산물 판매, 마을단위 관광 프로그램, 생태탐방 등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소득을 얻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민통선 조정의 경제적 효과가 외부 사업자에게 집중되지 않고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수십 년 재산권 제약…국가의 후속 지원도 필요
민통선 문제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가 있다.
바로 접경지역 주민들의 재산권이다.
국가안보라는 공익을 위해 접경지역 주민들이 오랜 기간 여러 불편과 제약을 감수해 온 만큼, 규제가 완화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단순히 출입 제한을 풀어주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토지 이용이 가능하도록 국가 차원의 후속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로와 농로, 용·배수시설 등 기초적인 생산기반을 갖추지 못했다면 토지의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활용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앞으로는 ‘규제 해제’와 ‘기반시설 지원’을 하나의 정책으로 묶어야 한다는 논의도 필요하다.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개발과 이용에 제약을 받아온 지역을 일반지역과 똑같은 조건에서 바라보기보다는, 국가가 일정 부분 기반시설 확충과 주민 소득사업을 지원하는 방식의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
최호기 의원, 국회에서 어떤 ‘화천의 목소리’ 낼까
이번 토론회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화천군의회 최호기 의원이 토론자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열리는 토론회인 만큼 중앙정부의 정책과 제도 개선 논의에 실제 접경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화천에서 민통선 조정 이후 주민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와 농민들의 요구, 토지 활용 과정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각종 제약 등을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한다면 토론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규제 완화지역에 대한 정부 지원사업 신설과 농업생산기반 확충, 주민 주도형 소득사업 지원 등 ‘해제 이후의 정책’을 중앙정부에 요구할 필요도 있다.
최 의원에게 이번 토론회는 단순히 지방의회 의원 한 사람이 토론자로 참여하는 자리를 넘어 화천 접경지역 주민들의 현실을 국회에 직접 전달하는 자리라는 의미가 있다.
조득용 회장 이끄는 화천군농민회…현장 문제를 국회로
이번 토론회를 주최하는 접경지 농민연합과 조득용 회장이 이끄는 화천군농민회의 역할 역시 주목된다.
민통선과 군사규제로 인한 불편을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겪어온 사람들이 바로 접경지역 농민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통선 문제가 주로 안보와 군사적 필요성이라는 관점에서 다뤄졌다면, 이번 토론회에서는 그 안에서 살아온 주민의 삶과 생업, 재산권이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농민들의 요구가 단순한 ‘규제를 풀어달라’는 주장에 머무르지 않고, 해제지역의 농업적 이용과 주민소득 창출, 기반시설 확충 등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민통선 해제의 완성은 ‘주민 체감’
민통선 조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경계선을 북쪽으로 옮겼다는 사실만으로 접경지역 주민들의 오랜 희생과 불편이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농민이 농사를 더 편하게 지을 수 있어야 하고, 주민이 자신의 토지를 보다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지역은 새롭게 열린 공간을 활용해 일자리와 소득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방·농업·산림·환경·지역개발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제도를 함께 들여다보는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그 과정에서 가장 우선돼야 할 원칙은 분명하다.
민통선 조정으로 새롭게 열린 기회의 가장 큰 수혜자는 그곳을 지키며 살아온 접경지역 주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24일 국회에서 열리는 대토론회가 단순히 ‘민통선을 더 풀어달라’는 요구에 머무르지 않고, ‘풀린 땅을 주민에게 어떻게 돌려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찾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리고 화천에서 올라가는 목소리 역시 이제는 한 단계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민통선을 풀어달라”에서 “풀린 공간에서 주민들이 무엇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로.
그것이 민통선 조정의 효과를 주민들의 삶과 소득으로 연결하는 다음 과제다.
【김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