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화천댐 물은 공짜가 아니다… 경기도 ‘용수 오판’ 보도가 남긴 씁쓸함
경기도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공업용수 공급 문제를 두고 당초의 ‘용수 부족’ 판단을 철회하며 “용수 공급 문제없음(OK)”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8월 9일 자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수도권 첨단 산업 인프라의 사활이 걸린 용수 확보 논란이 한숨을 돌린 모양새지만, 그 내막을 바라보는 화천군민의 마음은 씁쓸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경기도와 경기연구원(GRI)의 정보 부재와 자의적인 불확실성 해석이었다. 경기연구원은 기후변화와 북한 임남댐 방류량 변동 등을 이유로 “화천댐 용수를 용인까지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렵다”는 부정적 의견을 냈고, 경기도는 정부의 핵심 수자원 정보에 접근하지 못한 채 이 보고서만 믿고 '용수 부족'이라는 행정 오판을 내렸다. 그 결과 기업에 천문학적 규모의 공정수 재이용 투자를 권고하는 등 극심한 혼선을 빚었다.
그러나 최근 열린 회의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전문가의 실증 자료가 제출되며 상황은 반전됐다. 화천댐은 하루 192만 톤의 상시 공급이 가능하며, 기존 갈수량을 제외하고도 하루 110만 톤, 심지어 '100년 중 95년에 달하는 가뭄' 속에서도 차질 없이 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지방행정의 정보 소외와 오판으로 시작된 이번 해프닝은 결국 '용수 확보'라는 수도권의 승리로 일단락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9일 자 보도 어디에서도 화천댐이 위치한 ‘화천’과 그 물을 품고 살아온 ‘화천군민’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화천댐은 지도 위에 그려진 단순한 수자원 수도꼭지가 아니다. 1944년 댐 건설 이후 화천 주민들은 수십 년간 정든 삶의 터전을 물에 빼앗겼고, 육지 속 섬에 갇힌 채 교통 차단, 안개 피해, 수변구역 중첩 규제 등 재산권과 생존권의 막대한 제약을 감내해 왔다.
그럼에도 수도권 지자체와 중앙정부, 언론은 그저 '얼마나 많은 물을 안정적으로 가져다 쓸 수 있는가'라는 공급과 계산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당한 대가나 지역에 대한 고려 없이, 필요할 때마다 가져다 쓰면 그만인 '무상 자원 공급처' 정도로 화천을 대하고 있는 것이다.
화천댐의 물은 결코 저절로 얻어지는 공짜 자원이 아니다. 수도권 반도체 신화의 밑바탕에는 화천군민들이 치러온 수십 년의 눈물과 희생이 깔려 있다. 정부와 경기도는 화천의 물을 끌어가기에 앞서, 그동안 지역사회가 입은 피해에 대한 정당한 '물 사용' 청구서를 직시하고 실질적인 지역 상생 대책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화천군민의 희생을 외면한 채 벌이는 수도권만의 반도체 잔치는 지역사회에 깊은 소외감과 상처만을 남길 뿐이다.
【김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