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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구상’이 다시 꺼낸 ‘한반도 블루베리 프로젝트’

생산보다 시장을 먼저 생각한 7년 전 화천의 민간 구상, 오늘의 평화공존 정책과 만나다

기사입력 2026-08-0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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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구상’이 다시 꺼낸 ‘한반도 블루베리 프로젝트’

생산보다 시장을 먼저 생각한 7년 전 화천의 민간 구상, 오늘의 평화공존 정책과 만나다



 

2026년 8월 5일 통일부는 대통령에게 하반기 업무계획을 보고하며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구상’을 제시했다.


상호 차이를 존중하면서 호혜적 협력을 추진하고,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며 위기를 관리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민간의 대북 접촉을 폭넓게 허용하고 남북 간 민간 교류 재개를 지원하는 한편, 접경지역을 군사적 ‘전방’에서 평화와 교류의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담겼다.


화천과 직접 연결되는 변화도 있다.


통일부는 하나원 화천분소의 기능을 북향민 지역사회 정착 지원 중심으로 전환하고, 화천군민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시설의 개방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원 콜센터와 AI 돌봄전화를 활용한 상시 대응체계, ‘통일부-하나재단-하나센터-민간’ 협력체계 정비도 추진한다.


통일부의 업무계획을 접하며 화천에서 7년 전 던져졌던 한 가지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북한에서 생산된 블루베리를 누가 사고, 어떻게 대가를 지불할 것인가.”


2019년 화천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하던 김응수 채향원 대표가 던진 질문이다.


겉으로는 블루베리 판로에 관한 물음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더 근본적인 고민이 들어 있었다.


남과 북이 모두 이익을 얻는 경제 협력은 어떻게 가능한가. 농업 협력을 일회성 지원에 머물지 않고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득의 구조로 만들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그 질문은 2020년 7월 11일 화천군 간동면 유촌리 채향원에서 ‘한반도 블루베리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농사보다 시장을 먼저 물었다

 

김응수 대표는 단순히 블루베리를 재배하다 남북 농업 협력을 떠올린 농업인이 아니었다.


마케팅을 연구하고 가르쳤던 그는 화천에 정착해 직접 땅을 일구고 블루베리를 재배했다. 생산자의 현실과 시장의 논리를 함께 경험한 농업인이었다.


그의 관심은 블루베리가 잘 자라는가에만 머물지 않았다.


어디에서 생산하는가.


누가 수확하는가.


어디에서 선별하고 저장하는가.


어떻게 운송하고 가공하는가.


누가 구매하는가.


그리고 판매로 생긴 이익을 어떻게 생산자에게 돌려줄 것인가.


그는 농업을 재배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에서 소비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시장으로 바라봤다.


그래서 북측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할 수 있는지를 묻기 전에, 몇 년 뒤 생산된 블루베리를 누가 사고 그 대가를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를 먼저 물었다.


‘한반도 블루베리 프로젝트’의 특징은 바로 이 지점에 있었다.


남북 농업 협력을 묘목과 농자재를 보내는 지원사업으로만 보지 않고, 생산된 농산물이 시장을 만나 소득으로 돌아가는 경제구조로 생각한 것이다.

 


‘지원’에서 멈추지 않는 농업 협력

 

남북 농업 협력이라고 하면 묘목과 비료, 농기계와 영농기술 지원부터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작물을 생산했다고 해서 협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수확한 농산물은 선별하고 예냉해야 한다. 저장과 운송 과정에서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며, 생과로 판매하지 못하는 물량은 가공해야 한다. 소비 시장을 확보하고 판매대금이 다시 생산자에게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김 대표가 구상한 것은 생산-선별-저장-가공-물류-시장-수익 환원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이었다.


일방적으로 주는 지원이 아니라 참여자 모두가 각자의 역할과 이익을 갖는 경제 협력이다. 선의만으로 유지되는 교류가 아니라 시장과 소득을 통해 지속될 수 있는 관계를 생각했다.


그는 남북 관계가 언제 개선될지를 예측하려 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언젠가 교류의 문이 열렸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미리 준비하려 했다.

 


왜 블루베리였나

 

이 구상은 책상 위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


김 대표가 화천에서 직접 블루베리를 재배하며 겪은 경험에서 출발했다.


기후변화는 농업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작물의 재배 가능지역이 이동하고 강원지역의 작목구조도 달라질 수 있다. 김 대표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반도 북부지역과 접경지역의 농업 가능성에 주목했다.


북방지역의 베리류 자원인 들쭉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물론 블루베리가 북측 어느 지역에서나 재배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품종별 내한성, 토양산도와 배수, 관수 여건, 늦서리와 병해충 위험 등을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2019년 당시 이미 기후변화 시대의 남북 공동농업과 그 이후의 시장까지 함께 고민했다는 점이다.


 


2020년 화천의 농장에서 세상 밖으로

 

2019년 글로 제시된 생각은 이듬해 공개적인 프로젝트로 모습을 드러냈다.


2020년 7월 11일 채향원에서 열린 행사는 단순한 블루베리 수확 체험이 아니었다.


남측의 재배기술과 묘목, 농자재를 북측의 생산 여건과 연결하고, 장차 생산된 블루베리를 남측의 가공산업과 물류망, 국내외 시장으로 이어 남과 북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자는 제안의 자리였다.


당시 구상에는 화천과 강원도의 육묘 기반을 활용해 매년 20만 주씩 5년간 모두 100만 주의 묘목을 준비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확정된 정부사업은 아니었다. 김 대표 개인이 제시한 목표였다.


그러나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했다는 것은 그의 생각이 막연한 희망에 머물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묘목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재배기술은 어떻게 표준화할 것인가.


생산된 블루베리는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


누가 사업에 참여하고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한반도 블루베리 프로젝트’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민간 차원의 제안이었다.

 


묘목 한 그루에서 생활 속 평화를 보다

 

김 대표의 구상에는 경제성뿐 아니라 시민 참여의 가능성도 담겨 있었다.


블루베리 묘목 지원을 강원도민과 국민이 참여하는 운동으로 만들고, 시민들이 마련한 묘목이 분단된 강원도의 남과 북을 연결하는 상징이 되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향후 여건이 조성되면 참여자들이 북측 농업현장을 방문해 함께 수확하고 농산물을 구매하는 평화농업 관광으로 확대하는 상상도 있었다.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은 아니다.


대북 묘목과 농자재 지원은 관련 법령과 정부 절차, 국제사회의 제재 환경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구상이 남긴 의미는 있다.


평화를 거대한 정치적 담론으로만 보지 않고, 묘목을 심고 기술을 나누며 생산물을 사고파는 생활경제의 문제로 바라본 것이다.

 


생산을 넘어 가공과 시장으로

 

김 대표의 시선은 생과 시장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해외의 생산·유통 현장을 살피고 일본과 홍콩 등 해외 소비 시장의 가능성도 탐색했다. 2020년에는 강원도산 블루베리 생과의 홍콩 수출에도 나섰다.


또 강원지역 식품기업들과 블루베리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고 공동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방안도 모색했다.


생과시장만으로는 생산량 증가와 가격 변동에 대응하기 어렵다. 저장과 가공 기반을 갖추고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야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김 대표 구상의 핵심은 특정 국가에 많이 수출하자는 데 있지 않았다.


생산보다 시장을 먼저 생각하고, 농업과 가공·물류·소비를 하나의 구조로 연결하자는 데 있었다.


그가 프로젝트의 이름을 ‘화천 블루베리’나 ‘강원 블루베리’가 아닌 ‘한반도 블루베리’로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시선이 처음부터 농장 밖, 휴전선 너머, 더 넓은 시장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7년 뒤 국가정책이 다시 꺼낸 질문

 

그리고 2026년.


통일부는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구상’을 통해 상호 존중과 호혜적 협력, 민간 교류 확대, 접경지역의 역할 전환을 새로운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보건의료 협력과 관광·철도·광역개발계획을 연계한 평화교류 사업을 준비하고, 민간의 대북 접촉과 유엔 제재 면제 절차를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접경지역을 군사적 ‘전방’에서 평화·생태·관광의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이러한 국가정책이 ‘한반도 블루베리 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반대로 7년 전 민간의 구상이 지금의 정책으로 이어졌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두 구상은 서로 다른 배경에서 독립적으로 형성됐다.


그러나 공통된 질문은 있다.


평화를 어떻게 사람들의 삶과 경제에 연결할 것인가.


민간과 지역사회가 어떤 역할을 담당할 것인가.


접경지역은 평화를 기다리는 공간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미래의 협력을 미리 준비하는 공간이 될 것인가.


통일부의 새로운 정책은 7년 전 화천의 농업 현장에서 시작된 질문을 다시 들여다볼 계기를 만들었다.

 


하나원 화천분소가 보여주는 또 하나의 변화

 

통일부의 이번 업무계획 가운데 화천과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내용은 하나원 화천분소의 기능 전환이다.


통일부는 화천분소의 기능을 북향민 지역사회 정착 지원 중심으로 전환하고, 화천군민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시설의 개방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위기 북향민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관리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구축하며, 24시간 하나원 콜센터와 AI 돌봄전화를 활용한 상시 대응체계도 강화한다. 통일부와 하나재단, 하나센터, 민간이 함께하는 협력체계도 정비할 계획이다.


같은 시기 하나원 화천분소에서는 시설 개방에 대한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북향민과 주민이 함께하는 지역 상생·평화공존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민간 참여 자문단’을 구성했다.


이는 하나원 화천분소가 교육시설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과 연결되는 공간으로 변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한반도 블루베리 프로젝트’가 농업과 산업을 통한 미래의 경제적 연결을 고민했다면, 하나원 화천분소의 기능 전환은 사람과 지역공동체를 연결하는 변화다.


하나는 산업을 준비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을 준비하는 일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화천이 평화를 일상의 삶 속에서 준비한다는 점에서는 맞닿아 있다.

 


화천이 지금 준비해야 할 것

 

‘한반도 블루베리 프로젝트’를 당장 행정사업으로 옮기자는 것은 아니다.


7년 전 구상을 지나치게 앞선 예언처럼 포장할 이유도 없다.


필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문제의식 가운데 오늘에도 유효한 부분을 차분히 검토하는 일이다.


화천과 강원지역의 블루베리 생산 기반은 어느 정도인지, 농가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저장·가공·유통시설은 충분한지부터 살펴야 한다.


국내외 시장과 검역·물류 조건도 다시 조사해야 한다.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의 참여 가능성도 확인해야 한다.


남북 관계가 닫혀 있을 때는 화천의 농업과 가공산업, 시장 기반을 강화하고, 교류의 여건이 마련되면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협력의 자산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평화를 기다리는 동안 산업을 준비하고, 산업을 키우면서 미래의 평화를 준비하는 것이다.


블루베리 하나가 화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생산과 연구, 가공과 물류, 시장을 연결하는 구조를 검증하는 출발점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작물 하나가 아니라 그 작물을 둘러싼 사람과 기술, 기업과 시장을 연결하는 지역의 역량이다.

 


화천에는 이미 질문의 씨앗이 있었다

 

화천은 오랫동안 경계의 땅이었다.


분단의 경계였고, 전쟁과 평화의 경계였으며, 개발과 보전의 경계였다.


국가안보를 위해 많은 것을 감내했고 각종 규제 속에서 지역 발전의 제약도 받아왔다.


이제 화천은 또 다른 질문 앞에 서 있다.


평화를 기다리는 지역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평화가 왔을 때 움직일 수 있도록 사람과 산업을 준비하는 지역이 될 것인가.


2019년 김응수 대표는 물었다.
 

“북한에서 생산된 블루베리를 누가 사고, 어떻게 대가를 지불할 것인가.”


그 질문은 단순히 블루베리의 판로를 묻는 것이 아니었다.


생산자가 소득을 얻을 수 있어야 하고, 기업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시장이 존재해야 협력이 지속된다는 이야기였다.


남과 북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이 돌아가야 평화도 오래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국가정책이 김 대표의 구상을 만든 것은 아니다.


김 대표의 구상이 국가정책을 만들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러나 국가정책이 발표되기 전부터 화천에는 평화와 경제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를 고민한 사람이 있었고, 그 생각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세상에 내놓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 기록은 화천이 가진 자산이다.


2026년 통일부는 평화공존과 민간 교류, 접경지역의 역할 전환을 제시했다. 하나원 화천분소도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새로운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


7년 전 화천의 작은 블루베리 농장에서 시작된 질문은 아직 완전한 답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통일부의 새로운 정책은 그 질문을 다시 꺼내 볼 이유를 만들었다.


평화는 선언만으로 오지 않는다.


사람이 준비되어야 하고, 산업이 준비되어야 하며, 지역이 준비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 블루베리 프로젝트’는 끝난 이야기가 아니다.


평화를 기다리지 않고 준비하는 지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화천에서 시작된 그 질문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김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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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신문 http://www.inewspeople.com/

https://blog.naver.com/ihcnews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처 업무보고에서 보고하고 있다.
 

 

화천신문 (inewspeo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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