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 예산은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쓰는 것이다
"예산을 무조건 아끼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김세훈 군수가 군정 운영과 예산 철학을 설명하면서 가장 강조한 말이다. 그의 관심은 단순한 예산 절감이 아니다. 필요한 곳에는 과감히 투자하고, 효과가 낮거나 우선순위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는 사업은 조정해 절감한 재원을 군민에게 더 필요한 분야에 재투자하자는 것이다. 결국 그가 말하는 행정의 핵심은 예산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예산은 한정돼 있다. 모든 사업을 추진할 수도, 모든 요구를 수용할 수도 없다. 그래서 행정은 무엇을 새로 만들 것인가보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김 군수가 주요 사업을 다시 들여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천대교 회전교차로 주변 정비사업이다. 당초 약 70억 원 규모의 사업이 검토됐지만, 김 군수는 규모부터 다시 검토하자고 했다. 거대한 시설을 조성하기보다 다리 아래 공간을 활용한 데크를 설치하고, 회전교차로에는 화천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석축에는 벽천을 조성하는 방식이라면 경관과 이용 편의성을 높이면서도 훨씬 적은 예산으로 사업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파크골프장과 연계한 유람선 사업도 같은 시각에서 접근했다. 약 20억 원을 들여 관광객을 위한 유람선을 운항하는 계획에 대해 투자 대비 효과를 다시 따져보자는 것이다. 화천호는 관광자원인 동시에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생업터전이며, 조정과 카누 선수들의 훈련장이기도 하다. 새로운 관광사업은 관광 활성화뿐 아니라 기존 이용자들과의 공존, 투자 효과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군수의 판단이다.
사내면 골프연습장 계획도 마찬가지다. 약 56억 원을 들여 대형 연습장을 새로 짓기보다 기존 시설을 보완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업의 규모보다 실제 이용 수요와 투자 효과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행정 원칙이 반영된 사례다.
김 군수는 예산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도 제시했다. 화천대교 건설에 약 490억 원의 군비가 투입된 점은 지금도 아쉽다고 했다. 407호 지방도인 만큼 광역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할 예산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보했다면 그만큼 군비를 주민 복지와 교육, 농어촌 기본소득, 지역경제 활성화 등 다른 분야에 투입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으로는 군이 부담해야 할 예산과 광역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할 예산을 보다 명확히 구분해 군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예산은 확보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하느냐도 중요하다. 사업 변경으로 명시이월과 사고이월이 반복되고 집행하지 못한 국비를 반납하게 되면, 결국 다음 해 국비 확보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 군수가 예산 집행률을 높이고 불필요한 이월을 줄이겠다고 강조한 이유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군민들에게 던진 당부였다. 군수가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 말고,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함께 살펴봐 달라는 것이다. 잘못된 부분은 언제든 지적하고 바로잡아 달라는 주문도 곁들였다.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는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 군민과의 소통, 그리고 건강한 견제 속에서 완성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결국 좋은 행정은 큰 예산을 쓰는 행정이 아니다.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 더 많은 군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하다.
김세훈 군수가 말한 '예산은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쓰는 것'이라는 철학은 긴축재정을 의미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더 필요한 곳에 다시 투자하는 재정의 재배치다. 그 철학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때 군민들은 예산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더 필요한 곳에 더 가치 있게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김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