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인데 왜 농민은 웃지 못하나"
정부, 화천 찾아 토마토·애호박 가격 폭락 현장 점검
토마토 도매가 평년보다 52.8% 급락… 농림축산식품부, 화천 생산현장 찾아 농가 의견 청취
김세훈 군수 "농가가 제값 받고 땀의 가치 인정받는 정책 필요"… 정부·강원도·농협 대응방안 논의
풍성한 수확이 반드시 풍요로운 소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전국적으로 토마토와 애호박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농업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생산 현장을 직접 찾아 농가의 어려움을 살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9일 화천군을 방문해 토마토와 애호박 재배 농가의 출하 현장을 점검하고 가격 하락에 따른 농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날 현장에는 박정훈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을 비롯해 김세훈 화천군수, 이종배 강원특별자치도 농산물유통과장, 김명규 화천농협 조합장 등이 참석해 시설하우스와 선별·출하 시설을 둘러보며 최근 수급 상황과 농산물 유통 여건을 함께 점검했다.
정부가 직접 화천을 찾은 것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토마토와 애호박 가격 급락이 전국적인 농정 현안으로 떠오른 데 따른 것이다. 생산량은 크게 늘었지만 소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농가의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하순 기준 토마토 도매가격은 5㎏당 7,256원으로 평년보다 52.8% 하락했다. 지난해와 평년 같으면 1만 원을 훌쩍 넘던 가격이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셈이다.
애호박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도매가격은 20개 기준 1만5,675원으로 평년보다 24.9% 낮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가격 하락의 원인은 생산 증가와 소비 감소가 동시에 나타난 데 있다.
재배면적이 확대된 데다 기상 여건이 양호했고 병해충 발생도 줄어 작황이 좋았다. 그 결과 토마토와 애호박 출하량은 전년과 평년보다 모두 증가했다.
반면 여름철 소비가 둔화된 가운데 수박과 복숭아 등 제철 과일 출하가 늘면서 소비가 분산됐고, 결국 토마토와 애호박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생산은 풍년이지만 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이른바 '풍년의 역설' 이 다시 농촌을 덮친 것이다.
화천은 청정 자연환경과 일교차가 큰 기후를 바탕으로 토마토와 애호박 등 시설원예 농업이 활발한 지역이다. 이들 품목은 지역 농가의 중요한 소득원인 만큼 가격 하락은 농업인들의 경영 안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날 참석자들은 시설하우스 안에서 생육 상태를 확인하고 출하 작업 과정을 둘러보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어 최근 농산물 수급 동향을 공유하고 소비 확대와 유통 개선, 수급 안정 방안 등 농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논의했다.
김세훈 군수는 현장의 어려움을 정부 관계자들에게 전달하며 농업인이 정성을 다해 생산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보다 실효성 있는 수급 관리와 농가 소득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생산 현장의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관계기관과 협력해 농산물 수급 안정과 농가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현장 점검은 단순한 농가 방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농업 정책은 통계와 숫자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이 실제로 겪는 어려움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정책에 반영할 때 비로소 힘을 갖기 때문이다.
농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풍작 자체가 아니다. 정성을 다해 키운 농산물이 제값을 받고, 흘린 땀이 정당하게 보상받는 일이다.
풍년이 더 이상 가격 폭락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농가의 웃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농협이 함께 시작한 이번 현장 점검이 실질적인 수급 안정과 농가 소득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