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은행은 주주를 위해, 농협은 조합원을 위해
화천농협 신규조합원 112명이 배운 협동조합의 본질
금융으로 경영 기반을 다지고, 농업·농촌과 조합원에게 성과를 돌려주는 농협
농협과 일반은행은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하다.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주며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농협을 일반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금융기관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두 조직은 출발부터 다르다.
일반은행은 주주가 출자해 만든 주식회사다. 은행이 성장하고 이익을 내면 그 성과는 배당과 기업가치 상승 등을 통해 주주에게 돌아간다.
반면 농협은 농업인들이 스스로 출자해 만든 협동조합이다. 농협의 주인은 외부 투자자가 아니라 조합원이며, 사업을 통해 얻은 성과 역시 조합원과 농업·농촌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한마디로 일반은행은 주주가치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라면, 농협은 조합원의 공동 이익과 농업·농촌의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협동조합이다.
지난 28일 화천농협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규조합원 교육은 이러한 농협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 자리였다.
화천농협은 이날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새로 가입한 신규조합원 112명을 대상으로 역량강화 교육을 실시했다.
이날 교육은 단순히 농협 사업을 소개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협동조합이 왜 존재하는지, 조합원이 어떤 권리와 책임을 갖는지, 그리고 농협이 왜 금융사업을 하는지까지 함께 이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김명규 조합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이 자리는 조합원 여러분께 농협을 제대로 알리고, 조합원의 역할을 함께 생각해 보기 위해 마련했다"며 "농협에 가입한 만큼 농협을 많이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이용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 역시 신규조합원의 한 사람으로 이날 교육에 참석했다.
평소 농협을 예금과 대출, 영농자재를 구입하는 곳 정도로만 생각했던 기자에게 이번 교육은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농협은 왜 존재하는가.'
교육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차근차근 풀어갔다.
조합원은 고객이 아니라 '주인이자 이용자'
교육에서 가장 먼저 강조된 것은 농협의 주인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었다.
김명규 조합장은 참석한 신규 조합원들에게 "화천농협은 누구의 것이냐"고 질문한 뒤 "바로 여러분의 농협이며, 여러분은 주인이자 이용자"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에는 협동조합의 본질이 담겨 있었다.
조합원은 단순히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이 아니다.
출자를 통해 협동조합의 구성원이 되고, 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며, 임원을 선출하고 경영에 참여하는 주인이다.
동시에 농협 사업을 적극 이용해야 하는 이용자이기도 하다.
주인이면서 이용자라는 점이 일반은행의 고객과 가장 큰 차이다.
왜 농협이 필요한가
농업은 다른 산업과 다르다.
농사를 지으려면 종자와 비료, 농약, 농기계 등 각종 영농자재가 필요하고, 수확 후에는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시장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개별 농업인이 이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태풍과 가뭄, 집중호우, 병충해 같은 자연재해는 물론 가격 폭락과 유통 문제까지 농업인은 수많은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
바로 이러한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농업인들이 만든 조직이 농협이다.
함께 영농자재를 구입하고, 함께 농산물을 판매하며,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협동조합이라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금융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많은 사람들이 농협을 금융기관으로 생각하지만, 교육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금융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설명이었다.
농협은 예금과 대출 등 금융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그 수익은 단순히 이익을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영농자재 공급과 농산물 판매, 교육지원, 복지사업, 영농지도 등 조합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기반이 된다.
경제사업은 수익성이 높지 않더라도 조합원을 위해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사업이다.
그 부족한 부분을 금융사업이 뒷받침하는 구조인 것이다.
따라서 농협이 금융사업으로 수익을 낸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수익이 어디로 돌아가느냐이다.
일반은행의 성과가 주주에게 돌아간다면, 농협의 성과는 조합원과 농업·농촌을 위해 다시 사용된다.
바로 이 점이 농협과 일반은행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다.
농협은 운동체이면서 사업체
교육에서는 '농협은 운동체이면서 사업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협동조합은 농업인의 권익을 높이고 지역사회를 함께 발전시키기 위한 운동체인 동시에,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건전한 경영을 해야 하는 사업체이기도 하다.
조합원의 권익만 이야기해서도 안 되고, 경영 성과만 추구해서도 안 된다.
협동조합의 가치와 책임 있는 경영이 함께 갈 때 비로소 농협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의미다.
농협법이 말하는 농협의 존재 이유
이 같은 철학은 「농업협동조합법」 제1조에도 담겨 있다.
농협법은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높이고,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과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농협의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농협은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라 농업인의 삶을 지키고 농촌을 함께 발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협동조합이라는 점을 법에서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함께 이용할 때 협동조합은 더 강해진다
교육에서는 조합원의 권리만큼이나 '사업 이용'의 중요성이 여러 차례 강조됐다.
협동조합은 가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조합원이 농협을 이용할 때 비로소 협동조합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김명규 조합장은 조합원의 사업 이용을 설명하며 이해하기 쉬운 비유를 들었다.
"우리 집에서 키운 닭이 사료는 집에서 먹으면서 알은 옆집에 낳는 것과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조합원으로 가입해 놓고 정작 하나로마트와 주유소, 금융사업, 영농자재 구매와 농산물 출하 등 농협 사업은 이용하지 않는다면 협동조합의 성과도 커질 수 없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김 조합장은 하나로마트와 주유소의 조합원 이용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소개하며 "조합원 자격은 갖고 있지만 사업 이용에는 관심이 적은 경우가 적지 않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조합원으로 가입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이제는 화천농협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달라. 임직원들도 더 좋은 서비스와 성과로 보답하겠다"고 당부했다.
이 말은 단순히 매출을 늘리자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이용할수록 사업 기반이 커지고, 커진 성과는 다시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고배당은 협동조합만의 배당이다
교육에서 신규 조합원들의 관심을 끈 내용 가운데 하나는 이용고배당이었다.
일반 주식회사는 투자한 자본이 많을수록 더 많은 배당을 받는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출자뿐 아니라 '이용'도 중요하게 평가한다.
그래서 농협은 출자배당과 함께 이용고배당 제도를 운영한다.
출자배당이 출자금에 대한 보상이라면 이용고배당은 농협 사업을 많이 이용한 조합원에게 경영 성과를 돌려주는 제도다.
영농자재를 구입하고, 농산물을 출하하며, 금융과 경제사업을 이용할수록 그 성과를 함께 나누는 구조다.
이 역시 일반기업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협동조합만의 특징이다.
결국 협동조합에서는 '이용'이 곧 참여이며, 참여가 곧 성장으로 이어진다.
식량을 지키는 일은 농업을 지키는 일이다
교육에서는 식량안보의 중요성도 함께 다뤄졌다.
기후변화와 국제 분쟁, 세계 곡물시장 불안은 식량 문제가 더 이상 농업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요 곡물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농업이 흔들리면 농촌만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먹거리와 국가의 식량안보도 위협받을 수 있다.
농협이 농업인의 생산을 지원하고 농산물 유통을 책임지는 이유도 결국 국민의 식탁과 국가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다.
화천농협의 성장도 조합원의 참여에서 시작된다
이날 교육에서는 화천농협의 경영 현황도 소개됐다.
화천농협은 1972년 합병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으며, 화천읍과 상서면, 사내면, 간동면 구만리 일원을 관할하고 있다.
본점과 사내지점, 상서지점, 농자재판매장, 농산물 선별장, 하나로마트, 주유소 등을 운영하며 약 2,850억 원의 자산과 2,250여 명의 조합원이 함께하는 지역농협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규모는 건물이나 자산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조합원이 농협을 신뢰하고 이용하며 함께 키워온 결과다.
김 조합장은 "화천농협은 조합원 여러분의 농협"이라며 "임직원은 여러분의 농협을 든든하게 지켜가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농협을 성장시키는 가장 큰 힘은 조합원의 참여와 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임직원 모두가 힘을 모아 전국 최고의 농협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자의 시각
교육장을 나서며 가장 오래 남은 말은 김명규 조합장의 한마디였다.
"여러분은 주인이자 이용자입니다."
처음에는 익숙한 인사말처럼 들렸지만, 교육이 끝날 무렵에는 그 의미가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주인이라면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용자라면 함께 참여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누군가 대신 키워주는 조직이 아니라 조합원 스스로 만들어 가는 조직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기자 역시 교육에 참석하기 전까지는 농협을 금융기관으로 먼저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교육을 통해 농협은 금융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라 농업인과 농촌을 지키기 위해 금융을 활용하는 협동조합이라는 점을 다시 배우게 됐다.
화천농협의 이번 신규조합원 교육은 사업 이용 방법을 안내하는 설명회가 아니었다.
협동조합이 왜 존재하는지, 조합원은 어떤 권리와 책임을 갖는지, 그리고 함께 이용하고 함께 성장하는 협동조합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결국 이날 교육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일반은행은 주주를 위해 존재하지만, 농협은 조합원을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조합원은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주인이자 이용자다.
그 차이를 이해하는 순간 농협은 더 이상 단순한 금융기관으로 보이지 않는다.
농업과 농촌을 지키고, 지역공동체를 함께 키워가는 협동조합의 본래 모습이 비로소 선명하게 다가온다.
【김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