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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AI 시대와 농촌 소멸, 화천의 답은 ‘일자리’가 아니라 ‘주주(Shareholder)’다

기사입력 2026-07-2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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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AI 시대와 농촌 소멸, 화천의 답은 ‘일자리’가 아니라 ‘주주(Shareholder)’다

 

김용식 (화천신문 발행인·편집인)



기술의 진보가 눈부시다 못해 두려울 정도다. 챗GPT로 대표되던 인공지능(AI)은 이제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판단해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AI는 더 이상 인간의 일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의 역할 자체를 대신하는 기술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데이터 전문가 같은 고급 인력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AI가 가장 먼저 대체하기 시작한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식노동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와 투자자들 역시 앞으로는 노동을 통해 얻는 소득보다 자산이 만들어 내는 소득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물론 일자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니다. 의료와 돌봄, 제조와 서비스처럼 사람의 역할이 필요한 분야는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AI와 자동화가 육체노동은 물론 상당수의 지식노동까지 대신하게 되면서 고용소득 중심의 경제는 점차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는 노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 다시 말해 노동소득과 함께 자산소득을 갖추는 사람이 더 안정적인 삶을 누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 지방소멸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화천군은 이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 앞에서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가.



기존 '일자리 행정'의 한계


지방자치단체마다 가장 많은 행정력을 투입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일자리 창출이다. 기업을 유치하고 공공근로를 확대하며 다양한 고용사업을 추진해 왔다. 지금까지 이러한 정책은 분명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단순히 일자리의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지역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수도권의 고임금 지식노동마저 AI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면 지방 역시 기존의 고용 중심 정책만으로는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지방은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 대도시가 노동시장 중심의 경쟁을 벌인다면, 농촌은 지역 자산을 주민 모두의 자산으로 만드는 새로운 경제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화천처럼 인구 규모가 작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일수록 이러한 전환은 더욱 절실하다.



농촌의 현실은 더욱 절박하다


첫째, 고령층에게 장기투자는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


지역 주민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70~80대 어르신들에게 "10년, 20년을 바라보고 투자하라"는 조언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먼 미래의 시세차익이 아니라 이번 달 생활비를 보탤 수 있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이다.


둘째, 청년 유출의 본질은 단지 일자리 부족만이 아니다.


청년들은 자신이 살아갈 지역에서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확신을 원한다. 그러나 지역의 성장과 발전이 자신의 자산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정착할 이유는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교육이 결국 지역 인재를 수도권 노동시장으로 보내는 데 치우쳐 있었다면, 이제는 '지역의 미래를 함께 경영할 인재'를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복지'에서 '지역 자산 공유'로의 전환


이제 화천군의 행정도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단기 공공일자리나 일회성 지원금을 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전체가 주민들의 공동 자산이 되고 그 성과를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화천군이라는 지역 전체가 주민들의 '지역 공유기금(Community Wealth Fund)'​처럼 작동하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이 칼럼에서 말하는 '주주(Shareholder)'는 단순히 주식회사의 주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협동조합의 조합원과 주민참여형 투자자 등 지역 자산을 함께 소유하고, 그 성과를 함께 나누는 공동 소유자의 개념을 포괄한다.


사실 이러한 발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미국 알래스카주는 석유 개발 수익을 영구기금(Permanent Fund)에 적립해 주민들에게 매년 배당하고 있으며, 노르웨이는 국부펀드를 통해 미래 세대의 자산을 축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남 신안군은 주민 참여형 태양광 발전사업을 기반으로 이른바 '햇빛연금'을 운영하며 지역소멸 대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업의 형태가 아니라 지역의 자산을 주민 모두의 자산으로 연결하는 철학이다.



첫째, 어르신을 위한 '지역 자원 배당'


화천은 북한강 상류의 풍부한 수자원과 넓은 산림, 청정 자연환경, 공유지 등 다른 지역이 쉽게 갖기 어려운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자원을 활용한 태양광과 소수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이나 지역 인프라 사업에 주민이 협동조합이나 주민참여형 법인을 통해 참여하고, 발생한 수익을 정기적으로 배당하는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일자리가 아니라 매달 생활을 뒷받침해 줄 안정적인 자산소득이다. 지역의 자원이 주민의 노후를 지켜주는 자산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지방의 경쟁력도 달라질 수 있다.



둘째, 아이들에게는 '씨앗 자본'을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교육은 암기 경쟁이 아니라 자본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금융과 투자, 협동조합, 기업 경영, 지역 자산의 가치에 대한 교육이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화천군 차원에서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화천 미래자산기금(가칭)'을 적립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년이 되었을 때 그 자금을 창업이나 투자, 지역 사업 참여의 씨앗 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단순한 복지를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자산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교육은 시험을 잘 보는 아이를 만드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AI가 지식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자산을 이해하고 투자하며 지역의 가치를 경영할 줄 아는 시민을 길러내는 일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셋째, 화천의 핵심 산업을 주민의 자산으로


화천에는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자산들이 있다.


산천어축제와 파크골프, 청정 농특산물,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관광 브랜드는 모두 화천의 중요한 경제적 자산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핵심 산업에 주민들이 협동조합이나 주민참여형 투자기구 등을 통해 지분을 갖고 참여하는 모델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단순한 월급쟁이나 근로자가 아니라 지역 사업의 주주이자 공동 소유자가 될 때, 화천에서 창출되는 부는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주민의 자산으로 축적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소유'에 있다


앞으로 지역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기업을 유치했느냐가 아니라, 지역이 가진 토지와 에너지, 관광 콘텐츠, 브랜드 같은 자산을 주민이 얼마나 함께 소유하고 그 수익을 공유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AI가 발전할수록 노동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노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은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


대도시에서 치열한 경쟁 속에 노동자로 살아가는 삶만이 유일한 선택이 아니라,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지역에서 공동의 자산을 소유하고 그 성과를 함께 나누며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화천의 미래는 주민의 자산에서 시작된다


지방소멸은 단순히 인구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에서 부를 어떻게 만들고, 그 부를 누구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AI 시대는 지방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답인가, 아니면 주민 모두가 지역의 자산을 함께 소유하고 미래를 함께 준비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답인가.


필자는 후자가 화천의 미래라고 믿는다.


이제 화천은 '노동자를 키우는 도시'를 넘어 '주주를 키우는 도시'를 꿈꿔야 한다. 단순한 '일자리 지원 행정'을 넘어 주민의 자산 형성과 배당 구조를 지원하는 새로운 행정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화천은 지방소멸 시대를 가장 먼저 극복하는 선도 지역이 될 수도 있다.


AI 시대에도 사람이 떠나지 않는 도시, 청년이 돌아오는 도시, 어르신의 삶이 안정되는 도시의 출발점은 더 많은 일자리가 아니라 더 많은 주민의 자산이다.


화천의 미래는 일자리의 개수가 아니라, 주민들이 함께 소유한 자산의 깊이에서 결정될 것이다.


 

김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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