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산단 용수원에 화천댐…지방선거 달군 '물주권' 다시 부상
정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일정을 앞당기면서 전력과 용수 공급 계획도 대폭 앞당기기로 했다. 특히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대규모 용수 공급원으로 화천댐이 다시 포함되면서 화천지역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물주권'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2일 경기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와 일반산업단지를 찾아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일정에 맞춰 용인 반도체 산단의 최종 전력 공급 시점을 기존 2053년에서 2042년으로 11년 앞당기고, 통합용수공급사업 1단계도 당초 2031년에서 2029년 5월로 1년 8개월 앞당겨 추진하기로 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하루 약 150만 톤의 용수가 필요한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 가운데 상당량을 통합용수공급사업을 통해 확보하고, 화천댐과 소양강댐, 충주댐의 물과 하수 재이용수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각 댐별 공급 물량과 구체적인 취수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는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안정적인 용수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화천지역에서는 또다시 국가 산업을 위해 지역의 수자원이 활용되는 만큼 이에 걸맞은 상생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화천군은 북한강 상류의 대표적인 수자원 공급지역으로 화천댐과 평화의댐 등 국가 주요 수자원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수도권 생활용수와 산업용수, 발전용수 공급 등 국가적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각종 환경·개발 규제로 지역 발전에는 많은 제약을 받아왔다는 것이 지역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다.
실제로 지난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물주권'은 화천지역의 핵심 이슈였다. 당시 화천군수 후보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화천의 물을 국가와 수도권에 공급하는 만큼 지역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권한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물주권 확보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번 정부 발표로 용인 반도체 산단 용수 공급원에 화천댐이 다시 포함되면서 지방선거 과정에서 제기됐던 물주권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서는 단순히 물을 공급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수자원 공급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댐 주변지역 지원 확대와 지역개발사업, 재정 지원은 물론 국가 전략산업을 뒷받침하는 지역에 대한 합당한 정책적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로 가뭄과 이상기후가 잦아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산업용수 공급이 지역 수자원 관리에 미칠 영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주민 의견 수렴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날 현장에서 "반도체는 대체 불가능한 국가 핵심 전략산업인 만큼 투자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전력과 용수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화천지역에서는 국가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안정적인 용수 공급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수자원을 제공하는 지역의 희생이 당연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정부 계획이 산업 경쟁력 강화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지방선거를 통해 제기된 '물주권'과 지역 상생이라는 과제까지 함께 풀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