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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왜 화천의 작은 텃밭으로 왔을까

'판소리 만화경'보다 더 큰 이야기… 예술텃밭이 일구는 작은 문화의 실험

기사입력 2026-07-2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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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왜 화천의 작은 텃밭으로 왔을까

'판소리 만화경'보다 더 큰 이야기… 예술텃밭이 일구는 작은 문화의 실험

공연장이 아닌 창작의 공간,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만들어 가는 지역문화의 새로운 가능성

 

좋은 문화는 하루 공연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농부는 씨앗을 심고 곧바로 열매를 기대하지 않는다.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계절을 견디며 오랜 시간을 보낸 끝에 비로소 결실을 얻는다.

문화도 그렇다.

좋은 공연 한 편이 지역문화를 만들지는 않는다. 예술가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주민이 자연스럽게 공연을 찾으며, 아이들이 예술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그런 시간이 차곡차곡 쌓일 때 비로소 한 지역의 문화는 뿌리를 내린다.

화천읍 노신로의 작은 문화공간 예술텃밭은 지금 그런 씨앗을 심고 있다.

오는 25일 오후 3시, 예술텃밭 텃밭극장에서는 소리꾼 박인혜의 렉처콘서트 '판소리 만화경'이 열린다.

겉으로 보면 하나의 공연이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 공연은 화천이라는 지역에서 예술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 작은 문화적 실험이기도 하다.

 


공연보다 먼저 존재하는 공간

 

일반적인 공연장은 공연을 위해 존재한다.

무대가 열리고 공연이 끝나면 사람들은 돌아간다.

하지만 예술텃밭은 조금 다르다.

이곳은 공연장이기 전에 창작 레지던시다.

예술가는 화천에 머물며 마을을 걷고,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경험하며 작품을 만든다.

그리고 그 창작의 결과를 주민들과 함께 나눈다.

공연은 시작이 아니라 마지막 과정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공연은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지역과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 된다.

 


'궁리소 묻다'가 일구는 것은 공연이 아니라 관계

 

예술텃밭을 운영하는 '궁리소 묻다'는 자신들을 공연기획사가 아니라 리서치 그룹이라고 소개한다.

화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와 퍼포머, 연출가들이 함께 창작과 연구를 이어오며 꾸준히 던져 온 질문은 하나다.

"예술은 사람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

그 질문 속에서 예술텃밭이 탄생했다.

이곳은 공연을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예술과 지역이 서로를 이해하는 공간이다.

예술가는 주민을 만나고,

주민은 예술가를 이해하며,

지역은 새로운 문화를 경험한다.

예술텃밭이 키우는 것은 작품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다.

 


'플레이리스트'가 아니라 문화의 순환

 

예술텃밭의 정기 프로그램 이름은 '예술텃밭 플레이리스트'다.

이 이름에는 공간의 철학이 담겨 있다.

예술가는 일정 기간 레지던시에 머물며 창작하고,

주민은 그 결과를 공연으로 만난다.

창작과 감상이 분리되지 않고,

예술가와 관객이 서로에게 응답하며,

좋은 삶과 좋은 예술이 연결되는 시간.

예술텃밭은 공연 한 편보다 문화가 이어지는 과정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왜 하필 판소리였을까

 

이번 무대는 '판소리 만화경'이다.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이수자이자 창작자, 문학박사인 박인혜는 판소리를 단순한 전통음악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에게 판소리는 역사이며, 문학이며, 음악이고,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온 삶의 기록이다.

이번 공연은 판소리의 주요 눈대목을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심청의 고향 황주땅 도화동은 어디일까?"

이 질문에서 출발해 판소리 속 인물과 시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삶을 함께 풀어간다.

해설이 곁들여지는 렉처콘서트 형식이어서 판소리를 처음 접하는 관객도 어렵지 않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판소리와 예술텃밭은 닮았다

 

판소리는 한 사람이 만든 예술이 아니다.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더하고, 다듬고, 이어오며 오늘에 이르렀다.

예술텃밭도 마찬가지다.

예술가와 주민,

아이들과 관객,

지역과 시간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간이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단순히 판소리를 소개하는 무대가 아니라, 예술텃밭이 지향하는 공동체적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공연료보다 먼저 적혀 있는 '나눔'

 

이번 공연 안내문에는 눈길을 끄는 문장이 있다.
 

"공연료 대신 과일, 채소, 커피 등 나눌 수 있는 것들로 함께해 주셔도 좋습니다."


이 짧은 문장에는 예술텃밭의 철학이 담겨 있다.

문화는 거래가 아니라 관계라는 것.

공연은 소비가 아니라 함께 나누는 경험이라는 것.

공연에 앞서 텃밭카페를 먼저 여는 것도 같은 이유다.

관객은 공연만 보고 돌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공간과 사람을 함께 경험하는 손님이 된다.

 


젊은 소리꾼들과 함께 만드는 무대

 

이번 공연에는 박인혜와 고수 조봉국뿐 아니라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의 이수현, 오보현,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 김정필,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윤이녹 등 젊은 소리꾼들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한 사람의 공연이 아니라 전통예술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자리다.

 


화천의 문화는 일상 속에서 자란다

 

화천은 산천어축제와 토마토축제처럼 전국적인 축제를 통해 많은 사람을 맞이하는 도시다.

그런 축제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화천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역의 문화는 축제가 끝난 뒤에도 이어져야 한다.

주민이 일상에서 공연을 만나고,

예술가가 지역에 머물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는 시간.

그런 경험이 쌓일 때 문화는 지역의 일상이 된다.

예술텃밭은 지금 그 가능성을 조용히 만들어 가고 있다.

 


■ 화천신문의 시선

 

지역의 문화는 거창한 구호보다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작은 공연장 하나가 문을 열고,

예술가가 지역에 머물며,

주민과 아이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만나는 시간.

그런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일 때 지역의 문화는 비로소 깊이를 갖는다.

예술텃밭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곳은 공연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과 사람을 연결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판소리 만화경' 역시 그 시도 가운데 하나다.

화천의 작은 공간에서 시작된 이런 실험들이 앞으로 어떤 문화의 결실로 이어질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지역문화는 언제나 거대한 계획보다 작은 씨앗에서 시작됐다.

예술텃밭이 심고 있는 씨앗이 화천의 문화 속에서 어떻게 자라날지, 이제는 그 과정을 차분히 지켜볼 일이다.
 

<판소리 만화경> 예약 링크입니다.

https://forms.gle/EneDqLxZXkS6ku2H7

 

 

김용식

# 당신을 화천신문 '밴드'로 초대합니다.

https://band.us/n/a7a8bdIcYbA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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