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칼럼 /상]
'축제와 관광'의 거대 담론을 넘어, '지갑과 소득'의 실용주의 시대로
- 축제에서 소득으로… 화천 행정 30년의 대전환
그동안 화천의 지방자치는 언제나 '생존과 활로'를 찾기 위한 치열한 분투의 연속이었다. 민선 1기부터 8기에 이르기까지, 30여 년의 세월 동안 역대 군수들이 내걸었던 핵심 화두는 단연 ‘관광과 경제 활성화’였다. 접경지역 규제와 인구 감소, 산업 기반의 취약성 속에서 화천이 선택할 수 있었던 현실적인 전략은 관광과 축제를 통한 외부 수요 창출이었다. 접경지역이라는 지리적 한계와 규제의 덫을 깨부수기 위해 화천은 축제를 키웠고, 사람을 모았으며, 전국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군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선의와 노력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었다.
축제와 관광 중심 전략은 화천의 인지도를 전국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의미 있는 성과였다. 다만 이제는 그 성과를 군민 개개인의 소득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단계가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 있다. “그 화려한 축제의 불빛과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과연 화천 군민 모두의 지갑을 골고루, 그리고 실질적으로 채워주었는가?”라는 질문이다.
축제는 분명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다만 그 효과가 모든 계층과 지역으로 동일하게 확산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점검이 필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축제의 온기는 일부 상권과 특정 분야에 집중되기 마련이었고, 거대 담론 위주의 행정이 가져다주는 낙수효과는 평범한 대다수 농민과 외곽의 주민들에게까지 온전히 닿기엔 거리가 있었다. 화려한 지표 이면에 가려진,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던 '체감 경기의 빈틈'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마주한 민선 9기 김세훈 호(號)의 행보는 자못 파격적이다. 첫째도 소득, 둘째도 소득, 셋째도 소득이다. 군정 구호의 맨 첫 자리에 당당히 올려놓은 '탄탄한 소득'이라는 다섯 글자는, 과거의 화려한 수사(修辭)나 먼 미래의 장밋빛 청사진을 과감히 걷어낸 결과물이다.
명분이나 거창한 인프라 구축에 매달리기보다, "어떻게 하면 군민들의 주머니를 당장 직접 채워줄 것인가"라는 본질적 성과에 행정력을 올인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은 이념보다 성과를 중시했던 등소평의 '흑묘백묘' 실용주의를 떠올리게 한다.
결국 소득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용기이고, 지역에 계속 살아갈 이유이며, 지방소멸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기반이다. 정주도, 복지도, 교육도 결국 안정적인 소득 위에서 비로소 지속될 수 있다. 주민의 지갑이 두꺼워질 때 지역의 공동체도 함께 살아난다. 그래서 소득은 경제정책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지키는 정책이다.
실제로 화천의 행정 패러다임은 급격하게 '직접적이고 실속 있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밭을 일구는 농민은 물론 전 군민들의 손에 쥐어지는 '농어촌기본소득'부터, 지역의 자연 자원을 군민의 공유 자산으로 환원하는 '햇빛소득'에 이르기까지, 현재 화천군의 행정 시계는 오로지 군민의 지갑을 두둑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숫자를 향해 움직인다.
특히 이러한 소득 정책들은 단순한 예산 나눠 쓰기식 복지를 넘어, 지역의 자연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재원을 창출하고 분배하는 고도의 지속 가능한 행정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과거의 행정이 사람을 모으는 ‘무대’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의 행정은 주민의 삶에 직접 연료를 공급하는 '주유소'를 지향하고 있다.
꿩 잡는 게 매라고 했다. 군민들이 당장 먹고살기 힘들고 지방소멸의 위기가 코앞까지 닥친 현시점에서, 가장 위대하고 수준 높은 행정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지탱해 주는 '소득의 보장'이다.
체면과 형식, 과거의 관성을 깨고 오직 군민의 실익만을 바라보는 이 지독한 실용주의 노선이, 지난 30년간 풀지 못했던 화천의 골고루 잘 사는 균형 발전의 답안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결국 지방행정의 존재 이유는 지역의 유명세가 아니라 주민의 삶이다. 축제가 도시를 알리는 시대였다면, 이제는 소득이 사람을 지키는 시대다. 앞으로 지방행정은 관광객 수가 아니라 주민의 삶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화천 행정 역시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녀갔는가보다, 군민의 삶이 얼마나 안정되고 풍요로워졌는가로 기억될 것이다.
【김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