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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다시 열린 채향원의 질문… '화천내일포럼'은 다시 시작될 수 있을까

20년을 키운 것은 블루베리만이 아니었다…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 이제 다시 필요한 시대

기사입력 2026-07-1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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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다시 열린 채향원의 질문… '화천내일포럼'은 다시 시작될 수 있을까

20년을 키운 것은 블루베리만이 아니었다…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 이제 다시 필요한 시대

 

 

지난 7월 11일 화천군 간동면 뛰개마을 채향원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채향원 20주년 블루베리축제.'

블루베리 수확체험과 문화공연, 주민 화합 행사, 청소년 진로 특강이 이어진 이날 행사에는 김세훈 화천군수를 비롯한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함께했다.

겉으로 보면 한 농원의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였다.

그러나 이날 행사는 단순한 기념행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행사가 열린 바로 그곳은 8년 전 화천의 미래를 고민하는 민간 플랫폼 '화천내일포럼'이 탄생했던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당시 군수 후보 자격으로 이 자리를 찾았던 김세훈 군수는 8년이 지난 지금, 화천군수로 다시 채향원을 찾았다.

같은 장소.

같은 사람.

그러나 달라진 시간과 역할.

그 변화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화천내일포럼은 다시 시작될 수 있을까.'

 


■ 농장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플랫폼


채향원의 20년은 블루베리 농장의 역사만은 아니다.

김응수 대표는 오래전부터 농업을 단순한 생산산업으로 보지 않았다.

그에게 농장은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게 하고, 사람을 성장시키며, 지역을 연결하는 플랫폼이었다.

농업과 문화.

도시와 농촌.

귀농인과 원주민.

청년과 전문가.

생산과 교육.

그는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공간에서 연결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채향원에서는 블루베리만 자란 것이 아니다.

음악회가 열렸고,

문화행사가 이어졌으며,

체험교육과 강연이 진행됐다.

귀농인을 위한 만남이 있었고,

청소년들의 진로교육도 열렸다.

김응수 대표는 농업인인 동시에 지역 기획자였다.

그의 관심은 농사를 잘 짓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 곧 지역을 살리는 일이라고 믿었다.

 


■ 2018년, 화천내일포럼이라는 새로운 실험


그 철학은 2018년 '화천내일포럼'으로 이어졌다.

2018년 5월 채향원에서는 화천내일포럼 발기인 모임이 열렸다.

이어 같은 해 8월 18일 창립총회가 개최됐다.

포럼의 목표는 단순한 친목모임이 아니었다.

화천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귀농·귀촌인을 연결하며,

문화와 창업을 지원하고,

지역사회 봉사를 실천하는 민간 플랫폼이었다.

당시 포럼은

▲귀농·귀촌

▲문화활동

▲창업

▲지역사회 봉사

등 네 개 분야별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매월 전문가 초청 강연과 현장토론,

문화탐방,

도농교류,

지역봉사 활동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과 춘천 등 도시 전문가들도 참여 대상이었다.

지역 안에서만 머무는 모임이 아니라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지향했던 것이다.

당시 김응수 대표는 창립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진심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포럼이 되고, 진정한 도농교류의 플랫폼과 네트워크가 되기를 바란다."

2018년 당시만 해도 이러한 민간 플랫폼은 화천에서는 매우 새로운 시도였다.

 


■ 너무 이른 꿈이었을까


하지만 화천내일포럼은 기대만큼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지역사회 안팎의 여러 여건 속에서 활동은 점차 중단됐고, 포럼은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김세훈 군수는 군수 후보 자격으로 발기모임에 참석한 인연이 있었다.

일부에서는 이를 정치적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결국 지역의 미래를 이야기하자는 순수한 민간 플랫폼은 충분한 활동을 펼쳐보기도 전에 멈춰 섰다.

돌이켜 보면 포럼이 멈춘 것은 하나의 모임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사람을 연결하려던 지역의 실험 하나가 중단된 것이기도 했다.

 


■ 그러나 시대는 화천내일포럼을 따라왔다


8년이 흘렀다.

그 사이 화천은 크게 변했다.

인구는 계속 줄었고,

청년들은 지역을 떠났다.

고령화는 심화됐다.

지방소멸은 더 이상 학자들의 연구 주제가 아니라 지역의 현실이 되었다.

2018년 화천내일포럼이 이야기했던 과제들은 지금 보면 놀라울 만큼 현재와 맞닿아 있다.

귀농·귀촌.

청년 정착.

지역 공동체.

문화.

창업.

도농교류.

사람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당시에는 다소 앞서간 제안처럼 보였던 내용들이 지금은 지방소멸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과제가 되었다.

8년 전의 문제의식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 현실이 된 것이다.

 


■ 포럼은 멈췄지만 채향원은 멈추지 않았다


화천내일포럼은 중단됐지만 채향원의 실험은 계속됐다.

채향원에서는 문화공연이 이어졌고,

블루베리 축제가 열렸으며,

체험교육과 청소년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지역 주민과 외부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발전해 왔다.

농업은 문화와 만나고,

체험과 교육으로 확장되었으며,

사람들은 농장을 통해 다시 지역을 만났다.

이번 20주년 블루베리축제 역시 그런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20년 동안 채향원이 키워온 것은 블루베리만이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였고,

지역 공동체였다.

 


■ 같은 장소, 달라진 시간


2026년 7월 11일.

채향원 창립 20주년 행사.

김세훈 군수도 참석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2018년 화천내일포럼 발기모임에도 참석했던 인물이다.

당시에는 군수 후보였다.

지금은 화천군수다.

같은 장소를 찾았지만 역할은 달라졌다.

그 변화는 정치적 의미보다 시간의 의미를 보여준다.

8년 전에는 민간이 먼저 제안했던 고민을 이제는 행정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화천내일포럼의 재개는 공식적으로 논의되거나 결정된 바는 없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사람을 연결하는 민간 플랫폼이 다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행정만으로는 지역의 미래를 모두 해결할 수 없고,

민간만으로도 한계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행정과 민간이 함께 호흡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 다시 필요한 것은 사람을 연결하는 힘


오늘날 지역의 경쟁력은 단순히 관광객 숫자나 시설 규모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연결되고,

얼마나 다양한 공동체가 형성되며,

얼마나 지속 가능한 지역 생태계를 만들어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귀농인이 정착하려면 지역 공동체가 있어야 한다.

청년이 머물려면 일자리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가 필요하다.

문화는 지역을 살리고,

사람은 문화를 만든다.

그 모든 출발점은 결국 '연결'이다.

화천내일포럼이 꿈꾸었던 것도 바로 그런 연결이었다.

 


■ 지금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


2018년 화천내일포럼은 어쩌면 시대보다 조금 앞선 실험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지방소멸과 인구감소라는 현실 속에서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은 선택이 아니라 지역 생존의 조건이 되고 있다.

채향원 20주년 축제는 과거를 기념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8년 전 미처 이어가지 못했던 질문을 다시 꺼내는 자리였다.

'화천내일포럼은 다시 시작될 수 있을까.'

그 답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있다.

8년 전에는 다소 이른 꿈으로 여겨졌던 문제의식이 이제는 화천이 반드시 풀어야 할 현실이 되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것은 '화천내일포럼'이라는 이름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 이름이 담고 있었던 정신, 즉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지역과 도시를 잇고, 행정과 민간이 함께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는 새로운 플랫폼이다.

채향원의 블루베리는 20년 동안 자라왔다.

이제 화천이 다시 키워야 할 것은 또 하나의 공동체,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는 새로운 내일인지도 모른다.

 

김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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