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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7-2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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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르포] 섬마을의 기적과 안동의 돌파구를 보며, 파로호의 눈물을 닦다

화천군 인수위원회, 빗속을 뚫고 달린 왕복 14시간… 신안·안동에서 찾아낸 '민선 9기 화천형 에너지·물 주권론'

기사입력 2026-07-0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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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르포] 섬마을의 기적과 안동의 돌파구를 보며, 파로호의 눈물을 닦다

— 화천군 인수위원회, 빗속을 뚫고 달린 왕복 14시간… 신안·안동에서 찾아낸 '민선 9기 화천형 에너지·물 주권론'

 

지난 7월 7일 아침 8시 10분, 화천문화원 앞마당에 모인 위원들의 눈빛은 매서웠다. 출발부터 차창을 세차게 적시던 빗줄기는 전남 신안군과 경북 안동시로 향하는 왕복 14시간의 대장정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예고하는 듯했다. 다행히 이번 여정은 군청에서 제공해 준 버스 덕분에 위원들이 직접 운전해야 하는 긴장과 피로를 내려놓고, 이동하는 내내 화천의 미래를 위한 치열한 토론과 사색을 이어갈 수 있었다.
 

출발 직전 승차한 김세훈 화천군수의 당부는 단순한 격려를 넘어 일종의 밀명(密命)과도 같았다.
 

“안동 임하댐의 송전 교차 사례와 신안의 태양광 요율 및 이익공유제 메커니즘을 샅샅이 파고드십시오. 화천에 유리한 논리를 우리가 먼저 완벽하게 공부해 와야 정부 및 대기업과의 협상 테이블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그 당부를 품고 달린 길 끝에서, 화천군 인수위원회는 화천이 오랜 세월 묶여있던 군사·환경 규제의 사슬을 끊어낼 거대한 힌트와 치열한 실무적 돌파구들을 목격했다.

 

 [탄식] “이럴 줄 알았으면…” 화천이 삼킨 아쉬움, 신안이 증명한 기적

 

화천은 전체 면적의 86%가 산림이고 5%가 물이다. 사람이 발붙이고 무언가를 도모할 가용 부지는 고작 9%에 불과하다. 여기에 27사단 해체 여파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40%에 육박하는 소멸 위험의 직격탄을 맞은 곳, 그것이 오늘날 화천의 냉혹한 주소다.


첫날인 7일, 첫 목적지인 신안에 도착했을 때 남도의 바다는 다행히 비가 걷히고 아스라이 피어오르는 짙은 물안개에 아늑하게 싸여 있었다. 맑은 날에는 볼 수 없는 특유의 아득하고 깊은 운치를 자아내는 섬들의 풍경을 배경 삼아 간담회장 분위기가 달아오를 무렵, 화천 측 위원들 사이에서는 나직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과거에 송전탑 설치할 때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차라리 더 놔달라고 하면서 훗날의 실리를 챙겼어야 했는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지어도 전기를 보낼 ‘송전망’이 없어 발전기를 강제로 멈춰 세우는 ‘출력제어(Curtailment)’의 시대. 전력망 인프라 자체가 강력한 지역 권력이자 재원이 된 현실을 보며 삼킨 뼈아픈 아쉬움이었다. 위원들은 신안이 일궈낸 주민 참여형 신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햇빛연금)의 현장을 찬찬히 눈에 담았다.
 

실제로 인구 4만 선이 무너지며 소멸해가던 신안군은 ‘햇빛연금’이라는 독자적인 조례와 요율 설계를 통해 5년 만에 인구를 다시 끌어올리며 4만 2천 명 선을 회복했다. 바다 면적까지 합치면 서울의 22배에 달하는 광활한 1004섬(1,025개)의 지리적 여건을 영리한 정책 설계로 승화시킨 결과였다. 신안군은 오는 2032년까지 해상풍력 3.2GW가 완공되면 주민 1인당 월 50만 원 지급을 목표로 달리고 있었다.

 

 [경고] 신안에서 마주한 냉정한 현실과 세 가지 제도적 장벽

 

그러나 신안의 성공 뒤에는 화천군이 향후 정책을 도입할 때 반드시 예방주사로 삼아야 할 냉정한 행정적 걸림돌과 법적 애로사항이 도사리고 있었다. 신안군 담당 국장과의 정밀 간담회가 시작되면서 회의실의 공기는 더욱 정교하고 치열해졌다. 화천군이 선제 대응해야 할 세 가지 장벽은 다음과 같다.
 

① ‘농어촌 기본소득’의 엄격한 실거주(주 3일) 규제와 재원 분리

 
  • 실거주 요건의 덫: 신안군은 인구가 4,000명 늘었지만, 이 중 3,000명이 ‘주 3일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행정적 진통을 겪음.

  • 개념의 명확한 분리: 수협·농협 등 조합원이 자체 지급하는 '지역 이익공유금'과 농림축산식품부 사업 성격의 '농어촌 기본소득'은 재원과 조건이 완전히 다름. 주민들에게 이를 명확히 분리 안내해야 혼란을 막을 수 있음.

  • 읍·면 단위 상권 제한: 면(面) 지역 상권 몰락을 막기 위해 면민이 읍내에서 쓰는 금액은 제한하되, 읍민이 면에 와서 쓰는 금액은 전액 허용하는 등 정교한 지자체 카드 시스템 설계가 필요함.

  • 행정 비용 절감: 화천군 인구(약 2만 3천 명)에게 연간 360억~400억 원 규모를 종이 상품권으로 발행하면 수수료(0.5%)와 인쇄비로 막대한 군비가 낭비됨. 신안군처럼 반드시 카드사와 업무협약을 맺어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해야 함.
     

 실무적 돌파구: 출향민들이 주민등록을 옮겨두고 주말에 내려와 소비할 때 지역 경제 파급효과가 더 크므로, 향후 화천군수와 실무 부서가 중심이 되어 농림부에 '주 3일 실거주 규제 완화'를 다각도로 지속 건의해야 함.


② 한국에너지공단의 주민 참여 제도(채권 방식) 규제 강화

 

그동안 신안군은 주민들이 서류상으로 참여하고 발전사가 금융 비용(금리)을 대신 대는 ‘채권 TF 방식’의 간접 참여 모델을 독자적으로 운영해 왔다. 발전소 준공 후 REC 주민 참여 가중치(해상풍력 4% 이상 시 0.3, 육상 3~4% 시 1.5 등)를 받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최근 에너지공단은 이 모델을 막기 위해 지침을 개정하여 주민들이 직접 출자금을 부담하도록 제도를 조이고 있다. 해상풍력 같은 조 단위 사업에서 주민 4% 분담금은 수천억 원에 달해, 농어촌 주민들이 이를 감당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 화천의 과제: 파로호 수상 태양광이나 군부대 유휴지 육상 태양광 추진 시, “지자체 고유의 정책 권한을 존중하지 않고 획일적인 직접 출자만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타 지자체와 연대해 강력히 반대 의견을 내야 함. 동시에 신안의 간접 참여 모델이 과도하게 외부에 노출되어 규제가 더 강화되는 일이 없도록 실무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음.
     

③ 상위 법령(금융법·협동조합법)의 한계와 명칭의 본질


신안군은 현재 도초면 우이도 인근 해상풍력(400MW)을 대상으로 약 1,000억 원 규모의 '주민 참여형 국민 펀드'를 추진 중이나, 금융법상 대상을 '군민'으로만 묶지 못하고 '전 국민'으로 확대해야 하는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또한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를 경우 출자 상한선과 잉여금 배분(10% 이내) 규제에 걸린다.


가장 대단한 통찰은 명칭에 있었다. 신안군은 주민들이 받는 돈을 공돈 같은 ‘연금’이라 부르지 않고, ‘피해 보상형 이익 공유금’이라 명명했다. 주민들이 평생 지역을 지키며 감내해 온 희생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는 뜻이다. 화천군 인수위원장 역시 이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화천댐 주변 주민들이 겪어온 눈물겨운 규제 역시 ‘시혜성 지원’이 아닌 ‘정당한 피해 보상’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확신을 얻었다.

 

 [돌파] 안동의 오래된 전통 구경은커녕, 곧바로 안동댐으로 직행한 ‘끝장 조사’

 

이튿날인 8일 오후, 인수위원회의 발길은 내륙의 깊은 멋을 지닌 안동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위원들에게 안동의 유서 깊은 고택이나 유명 관광지를 여유롭게 둘러볼 시간 따위는 사치였다. 1분 1초가 아쉬운 상황 속에서 위원회는 안동에 도착하자마자 풍경 구경은커녕 곧바로 안동댐(및 임하호) 현장으로 머리를 돌려 직행했다. 화천댐과 파로호를 살려낼 실전 힌트를 단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였다.


신안이 ‘소득 전환의 조례 설계’를 보여주었다면, 국내 최초로 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 지정을 받은 안동 임하호(사업비 약 732억 원)는 화천군이 행정·재정·실무적으로 당장 도입해야 할 ‘실전 매뉴얼’이었다. 인수위는 댐 현장에서 태양광 업체 관계자들을 붙잡고, 화천군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핵심 조건을 5대 질문 가이드로 정립하여 송곳 같은 질의를 던졌다.
 

1. 마을 SPC 설립 및 행정적 보증 노하우 (주민 재원 조달 문턱 낮추기)

 

주민 개인이 수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안동은 마을 단위로 유한회사(SPC)를 설립해 금융권 대출을 일으켜 주민 출자금 50억 원을 맞췄다.
 

  • 치열한 현장 질문: "주민들이 연대해 SPC를 설립하고 수십억 대출을 승인받기까지 지자체나 수자원공사가 어떤 행정적·보증적 도움을 주었습니까? 초기 주민 동의 과정에서 법인 설립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나요?"


2. 고금리 PF 대출 상쇄 및 실질 수익 보장 방안 (주민 체감 소득 극대화)

 

주민 출자금에 고율(연 10%)의 이자를 지급하더라도, 금융기관 PF 대출 금리(안동 사례 약 5.26%)가 높으면 주민 체감 순수익은 줄어든다.
 

  • 치열한 현장 질문: "고금리 기조 속에서 PF 대출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금융권과 어떤 식으로 협상을 진행하셨습니까? 주민들의 실질 소득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별도로 보전해 주는 장치가 있습니까?"


3. 정부 인센티브(집적화단지 지정) 확보 논리 (추가 REC 가중치 무기화)

 

자체 사업은 수익성이 떨어진다. 안동은 지자체 주도로 국내 최초 '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 지정을 받아내며 0.07 REC의 추가 가중치를 확보했다. 여기서 나오는 연 2.8억 원(20년간 56억 원)의 추가 수익이 고스란히 주민 지원금의 든든한 재원이 되었다.
 

  • 치열한 현장 질문: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집적화단지 지정을 받기 위해 행정적으로 가장 까다로웠던 조건은 무엇이었으며, 이를 통과하기 위해 어떤 논리를 개발하셨습니까?"


4. ‘진짜 주민’ 선별 및 기존 어업권 보상 가이드라인 (지역 내 갈등의 선제적 차단)

 

안동 현지에서는 위장전입자나 실제 거주하지 않는 비거주 주민등록자에게 배당금을 주지 않으면서 많은 민원과 항의가 발생했다. 또한 수면에 패널을 띄워야 하므로 기존 내수면 어민들의 생계 대책과 손실 보상이 필수적이다.
 

  • 치열한 현장 질문: "비거주 주민등록자를 걸러내기 위해 조례나 마을 규약을 어떻게 제정하셨습니까? 법적 소송이나 마찰 해결 선례가 있다면 공유해 주십시오. 기존 어민들과의 보상 협의 기준은 무엇이었습니까?"


5. 경관 디자인을 통한 관광 자원화 및 효율성 검증 (단순 발전소에서 지역 랜드마크로)

 

안동은 무궁화, 태극기 문양으로 패널을 배치하고 야간 경관 조명을 달아 주 1~2회 전국에서 견학이 오는 명소로 만들었다.
 

  • 치열한 현장 질문: "패널을 특정 문양으로 배치할 때 일반 방식보다 공사비나 발전 효율 면에서 손실이 발생하진 않았나요? 관광 효과가 그 손실을 상쇄할 만큼 실효성이 있습니까?"



 [결론] 화천의 미래, ‘수자원 기여금’과 ‘기본소득’의 대결합

 

신안과 안동의 댐 현장을 관통하며 화천군에 도달한 최종 결론은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전략적이었다.
 

화천댐의 물은 화천 주민들만 쓰는 물이 아니다. 한강 수계를 타고 내려가 수도권 시민들의 목마름을 축이고, 용인 삼성·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국가 첨단 산업의 심장을 돌리는 핵심 공업용수로 쓰인다. 그런데도 화천은 정당한 물값 한 푼 받지 못하고 일방적인 규제와 희생만 당해왔다. 현지 관계자들은 매우 영리한 역발상 전략을 제언했다.
 

"환경단체의 반대나 사회적 합의라는 장벽이 높은 파로호 수상 태양광에만 목을 매기보다, 새로 출범할 화천군정이 중심이 되어 정부와 대기업을 상대로 ‘수자원 기여금(상생 협력금)’을 받아내는 톱다운(Top-down) 전략을 펼치십시오."


신안군이 태양광 이익공유금 세입(135억 원)에 군비를 보태 주민들에게 강력한 기본소득 사업(15만 원+5만 원)을 확정 지었듯이, 화천군 역시 정부와 대기업으로부터 확보할 '수자원 기여금'을 농어촌 기본소득 15만 원에 플러스알파로 결합하는 모델이다. 이 메커니즘이 완성된다면 화천 주민들에게 매월 20만~30만 원 이상의 강력한 ‘보상형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기적이 결코 불가능한 꿈이 아님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실행] 화천군이 당장 착수해야 할 단계별 정책 로드맵


이번 벤치마킹은 단순한 ‘견학’이 아닌, 민선 9기 화천군의 백년대계를 세우기 위한 ‘실전 전술 훈련’이었다. 화천군 행정이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할 실행 과제를 제언한다.
 

 [단기 과제: 6개월 이내]

 
  • '화천군 수자원 주권 확보 및 조례 개정'을 위한 실무 TF팀 즉시 구성

  • 한전과 관내 전력 계통 연계(양계통화) 및 안정화 사업 행정 지원, 주민 참여형 상생 모델 정립

  • 농어촌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지자체 전용 카드 시스템' 설계 착수


 [중기 과제: 1년 이내]

 

산업통상자원부 지정 '화천형 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 지정을 위한 연구용역 발주 및 논리 개발

'화천댐 수자원 기여금 및 상생협력금' 공식 청구 및 협의체 구성

위장전입자 차단 및 내수면 어업인 상생 방안을 담은 '화천형 주민참여 조례' 제정
 

 [장기 과제: 3년 이내]

 
  • 수자원공사·한수원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파로호 수상 태양광 및 군부대 유휴지 육상 태양광 착공

  • '수자원 기여금 + 에너지 이익공유금 + 농어촌 기본소득'이 결합된 월 30만 원 수준의 '화천형 보상적 기본소득' 전면 지급



취재를 마치며: "부럽습니다" 대신 "시행착오를 줄이겠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다시 차창을 세차게 때리는 빗줄기가 귀갓길을 가로막았다.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돌아오는 길 역시 빗속을 뚫고 가야 하는 고된 여정이었지만, 위원들의 어깨는 아쉬움 대신 확신으로 채워져 있었다.


현지 관계자들에게 단순히 "부럽다"는 감탄을 건네는 대신, "우리 화천도 화천댐 유역에 주민 참여형 사업을 하려 하니, 당신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조례 제정 단계부터 차단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달라"고 당당히 요구한 행보는 대단히 실리적이었다.


송전탑을 보며 남겼던 과거의 아쉬움은 이제 화천의 자원을 순순히 내주지 않겠다는 단호한 ‘지역 주권론’으로 승화되었다. 우리가 가진 물과 전력망의 가치를 스스로 높여 중앙정부 및 대기업과의 협약 테이블에서 당당히 청구서를 내미는 영리하고 강력한 행정.


출발과 귀갓길을 줄곧 적신 빗방울 속에서, 군청 버스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동행들과 나눈 치열한 온기, 그리고 안동댐 현장에서 확인한 이정표는 화천의 산천 위에 민선 9기의 위대한 청사진으로 선명하게 남을 것이다.

김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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