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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산에도 까치밥은 남겨야 한다-

기사입력 2026-05-1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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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산에도 까치밥은 남겨야 한다

탄소보다 먼저, 생명이 숨 쉬는 숲이어야 한다

 

“산에도 까치밥은 남겨야 한다.”


감나무 꼭대기에 남겨둔 몇 알의 감에는 단순한 인정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야 오래간다는 우리 조상들의 오래된 생태 철학이 담겨 있었다. 예전 어른들은 산의 것을 모두 가져가지 않았다. 겨울을 날 새와 짐승의 몫을 남겨두는 것이 결국 사람도 함께 살아남는 길임을 삶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숲은 점점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어느 순간 숲은 생명보다 효율로 계산되기 시작했다. 탄소를 얼마나 흡수하는지, 경제성이 얼마나 높은지,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가 숲의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산은 더 이상 쉼과 공존의 공간이 아니라 생산과 수치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그 변화는 결국 사람 곁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멧돼지와 고라니, 조류 등 야생동물들이 인간의 생활권 가까이 내려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체 수 증가의 문제가 아니다. 산속에서 먹이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겉은 푸르지만 속은 비어가는 숲.


야생동물은 산을 떠나고, 결국 사람 곁으로 내려온다.


이제 산림 정책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특히 전국 최고 수준의 산림 비율을 가진 화천은 단순히 “나무를 많이 심는 도시”를 넘어, “생태 자산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그 출발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유실수 기반 생태 산림 전략’이다.


산벚나무, 머루, 다래, 산사나무, 돌배나무, 토종 밤나무….


이런 나무들은 단순히 열매만 맺는 것이 아니다. 야생동물에게는 생존의 먹이가 되고, 새들에게는 쉼터가 되며, 곤충과 식물을 잇는 생명의 연결망이 된다. 숲 전체의 건강성을 회복시키는 살아있는 생태 인프라인 셈이다.


무엇보다 이런 숲은 사람에게도 아름답다.


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지며, 가을이면 열매와 단풍이 산을 물들인다. 인위적인 조경으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화천만의 풍경이다.


관광객은 거대한 시설보다 살아있는 자연에 더 오래 머문다. 이제 생태는 단순한 환경의 문제가 아니다. 체류형 관광이고, 도시의 경쟁력이며, 결국 지역의 미래 전략이다.


화천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 위에 서 있다.


개발에서 비껴나 있었던 시간이, 이제는 화천의 가장 큰 자산이 되고 있다. 산과 강, 숲과 물이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다는 것은 앞으로의 시대에 엄청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탄소중립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숲의 가치 역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제는 단순 탄소흡수량만이 아니라 생물다양성, 토종성, 수변 안정성, 경관 가치까지 함께 평가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즉, 숲은 단순한 나무의 집합이 아니라 도시의 생존 구조이자 미래 자산이 되는 시대다.


화천은 이 흐름을 누구보다 먼저 읽어야 한다.


북한강과 파로호 수변을 보다 자연친화적으로 복원하고, 시가지 주변 강변과 붕어섬 일대를 시설 중심이 아니라 생태 공원형 공간으로 가꾸어 가는 고민도 필요하다.


도심의 가로수 하나를 심더라도 단순 조경용이 아니라, 화천의 계절과 풍경을 담아낼 수 있는 수종을 긴 안목으로 선택해야 한다.


도시는 결국 풍경으로 기억된다.


어떤 도시는 빌딩으로 기억되고, 어떤 도시는 강과 숲으로 기억된다. 화천은 앞으로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 쉬는 도시’로 기억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거창한 개발이 아닐지도 모른다.


산에 까치밥 하나 남겨두는 마음.


모두 가져가지 않는 태도.


자연과 경쟁하지 않고 함께 살아남으려는 지혜.


어쩌면 화천의 미래 전략은 오래전 우리 어른들이 산에 남겨두었던 그 ‘까치밥’ 속에 이미 들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숲에서 무엇을 더 가져갈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남겨야 우리 다음 세대도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는가.”


< 염순금 (작가 · 준헤어 대표) >

화천신문 (inewspeo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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