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찰나의 침묵, 영원한 비극 봄날의 불청객 ‘졸음운전’을 경계하라
- ‘쉼’은 선택이 아닌 필수, 가장 확실한 안전벨트
만물이 소생하는 완연한 봄이다. 주말이면 상춘객들의 차량으로 도로는 활기를 띠지만, 이 찬란한 계절 뒤에는 운전자의 생명을 노리는 치명적인 복병이 숨어 있다. 바로 ‘졸음운전’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졸음운전 사고는 총 9천건 이상으로 하루 평균 약 5건꼴로 발생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졸음운전의 치명률이다. 졸음운전 치사율은 12.3%에 해당하는데, 이는 같은 기간 음주운전 교통사고 치사율 6.5%의 2배 가까이에 달하는 수치다. 술을 마시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깜빡'하는 찰나의 졸음인 셈이다.
졸음운전이 무서운 이유는 운전자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흔히들 ‘커피 한 잔 마시면 괜찮겠지’라며 자신의 정신력을 과신하곤 한다. 하지만 도로교통공단의 연구에 따르면, 차량 내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높아지면 두통과 졸음이 유발되며 이는 만취 상태의 반응 속도와 다를 바 없게 된다. 100km로 달리는 차 안에서 운전자가 3초만 졸아도 차량은 약 83m를 무방비 상태로 질주한다. 축구장 길이만큼의 거리를 눈을 감고 달리는 셈이니, 사고 시 제동 장치조차 밟지 못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졸음운전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멈추는 것’이다. 특히 나들이 차량이 몰리는 토요일은 졸음운전 사고가 가장 빈번한 요일로 집계된다. 운전 중 눈꺼풀이 무겁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면, 그것은 몸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 신호다. 이때는 지체 없이 가까운 졸음쉼터나 휴게소에 들러 10~20분이라도 짧은 단잠을 청해야 한다. "조금만 더 가면 도착인데"라는 안일한 생각이 생사의 갈림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주기적인 환기를 통해 차량 내 산소 농도를 유지하는 습관은 졸음 예방의 기초다.
도로 위의 안전은 공공의 약속이다. 나 한 명의 방심이 누군가의 소중한 일상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경찰은 매년 봄철 졸음운전 취약 구간에 순찰차를 배치하고 예방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 개개인의 안전의식이다.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떠나는 나들이 길에‘졸음’이라는 불청객이 끼어들 자리를 내어주지 말자. 충분한 휴식만이 당신과 당신의 가족을 안전하게 목적지로 인도할 가장 정확한 내비게이션임을 잊지 않고 행복한 봄을 보냈으면 좋겠다.
<화천경찰서 경무계 경장 정필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