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삭에서 다시 떠올린 화천의 내일"
-이제는 우물 밖으로 나갈 때입니다-
<윤주혁 특별기고>
윤주혁 씨
1. 15년의 시차(時差), 그리고 변화의 속도
최근 업무와 연구 차원에서 중국 계림과 양삭을 다시 방문했습니다. 15년 전, 화천 쪽배축제 개막공연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처음 찾았던 바로 그곳입니다.
당시의 양삭은 인구 30만 안팎의 소박하고 정겨운 작은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마주한 양삭은 전혀 다른 도시였습니다. 도시 규모는 두 배 이상 확장되었고, 주변과 단절되었던 교통망은 완전히 새롭게 재편되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인상유삼저’로 대표되는 대규모 야간 공연 콘텐츠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숙박·음식·교통 등 지역 전 산업을 끌어올리는 거대한 경제 생태계로 성장해 있었다는 점입니다.
15년 전 우리가 양삭을 벤치마킹했다면, 지금은 양삭이 만들어낸 변화의 속도를 배워야 할 때입니다.
한 도시의 공연 하나가 도시 전체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눈앞에서 확인하며, 저는 다시 한 번 화천을 깊이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혹시 우리는 15년 전의 참조점에 머무른 채,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이 제 마음에 오랫동안 남았습니다.
2. 화천의 현재: 이제는 경제의 체질을 바꿔야 할 때
화천은 지난 수년간 교육·복지·파크골프 등 생활 인프라를 정비하며, ‘살기 좋은 도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경제의 지속 가능한 토대, 즉 미래 먹거리 산업의 부재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양삭의 변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관광이 살아야 인구가 들어오고, 돈이 돌며, 지역이 젊어집니다. 관광 산업은 복지와 교육의 기반이자 지역 경제의 에너지입니다.
지금 화천 관광의 가장 큰 한계는 관광객들이 낮에 머물다 오후 4시면 떠나는 구조입니다.
관광객이 오후 4시에 떠나는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지역 경제의 체질도 바뀔 수 없습니다.
이제는 아름다운 자연에 머물지 않고, 그 자연에 문화와 이야기, 그리고 체류형·야간형 콘텐츠를 결합해야 합니다.
화천만의 ‘야간 상설 콘텐츠’ 발굴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3. 지역을 위해 필요한 실행 과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33년간 다양한 행정 현장에서 일하면서 절감한 것은, 지역 발전은 아이디어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비전, 예산, 실행력, 그리고 행정 구조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몇 가지 현실적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1) 실무 중심 협의체로 ‘실행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화천의 오랜 숙원사업들은 이제 더 이상 문서와 회의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군과 도의 실무진이 정기적으로 만나 현안을 점검하고 결정할 수 있는 실무형 협의체가 필요합니다.
논의를 위한 논의가 아니라, 실행을 전제로 한 논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이는 행정 속도를 높이고, 지역 현안을 빠르게 해결하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2) 예산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행정을 거치며 배운 것은 단순합니다. 예산은 곧 지역의 미래입니다.
과감히 투자해야 할 분야에는 투자하고, 실효성이 낮은 사업은 조정해 나가는 균형 감각이 필요합니다.
이는 낭비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선택과 집중으로 지역의 성장 동력을 키우는 과정입니다.
(3) 중앙정부와 연결된 미래 사업 발굴이 절실합니다
도시의 운명을 바꿀 대형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중앙부처와의 긴밀한 연계 속에서 탄생합니다.
특히 화천은 접경지역이라는 독특한 입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안보·치유·생태·스마트 농업·국가 기반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앙정부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잠재력입니다.
이 특성을 기반으로 국책사업을 발굴하고, 중앙부처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국비 확보 라인을 체계화하는 것이 화천의 새로운 전략이 되어야 합니다.
4. 군민과 함께 만드는 화천의 다음 10년
저는 33년간의 행정 경험을 통해 단 하나의 사실을 분명히 배웠습니다.
도시의 미래는 바뀔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화천 역시 충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림과 양삭에서 확인한 변화는 단순한 성공 사례가 아니라, 화천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비춰주는 거울이었습니다.
이제 화천이 우물 밖으로 나아가 더 큰 세계와 연결되고, 더 넓은 가능성에 도전하길 바랍니다.
앞으로의 10년, 화천이 어떤 미래를 만들지 군민 여러분과 함께 깊이 고민하고 함께 길을 찾고 싶습니다.
변화의 속도는 멈추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도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