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7-29 10:54

  • 오피니언 > 기고/투고

「드림 소사이어티와 화천의 관광 자원」 1

<김세훈 특별기고>

기사입력 2025-11-03 21:20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0

드림 소사이어티와 화천의 관광 자원1

<김세훈 특별기고>

 

# 이야기로 세상을 움직이는 힘

요즘 화천천 변을 걷노라면 산천어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이들을 바라보는 필자의 감회는 실로 남다르다. 왜냐하면 20여 년 전 산천어 축제 초기에 정책기획단장과 관광정책과장을 연달아 맡으면서 산천어 축제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여 인기 만점 축제로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 혼자의 힘이 아니라 화천군의 모든 공무원, 주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낸 성과이다. 지금은 가히 세계적인 축제가 되었으니, 바람에 펄럭이는 산천어 축제플래카드 하나만 보아도 가슴이 뭉클해져 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쁜 감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슴 한편에는 걱정도 있다. 산천어 축제가 겨울 축제이다 보니 이상 기후로 몇 해 전처럼 얼음이 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 그리고 여기저기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경쟁 축제들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산천어 축제의 경쟁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세상일은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 안심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 보니 평생 관광 정책을 연구하고 개발해 온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근본적 대책에 대한 고심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 근본적 대책이란, 산천어 축제에 버금가는 다른 무엇인가를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은 그중 하나인 만산동 교우촌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그러자면 먼저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라는 개념부터 짚어야 한다.

 

# 화폐보다 값진 것은 이야기

드림 소사이어티는 30여 년 전 덴마크의 미래학자 롤프 옌센이 제시한 개념이다. 그는 “20세기 지식·정보 사회에 이어 올 미래 사회는, 꿈과 이야기와 같은 감정적인 요소와 상상력이 중요시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런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상품을 구매할 때 기능이나 가격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스토리에 열광한다는 것이다. 그의 예언은 그대로 적중했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낙산 공원의 한양 성벽이다.

 

서울시가 오래전 낙산 성벽을 복원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영화 케데헌(K-POP Demon Hunters) 속 주인공 루미와 진우가 그 길을 걸으며 감정을 나누는 장면이 등장하자, 영화의 흥행과 함께 낙산 성벽길은 단숨에 세계적 명소가 되었다.

 

이처럼 단순한 공간이 이야기하나로 전혀 다른 세계가 되는 것, 그것이 드림 소사이어티의 힘이다.

 

# 화천에 스토리를 입히다

우리 화천도 이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 맞는 관광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핵심은 바로 스토리의 개발이다.

 

얼마 전 산소길 걷기 행사가 있었지만, 만약 그 길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덧입혀진다면 어떨까. 포스터 한 장 없이도 사람들은 스스로 찾아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만산동 교우촌은 드림 소사이어티의 관점에서 이보다 더 좋은 소재가 없다. 이미 가톨릭 신자들이 순례를 위해 종종 찾고 있으며, 방문객은 점점 늘고 있다.

 

그러나 그 정도 수준으로 무슨 관광 상품을?” 하거나, “성지 개발은 가톨릭이 할 일이라 여긴다면 이는 큰 오해다. 핵심은 교우촌이라는 지점이 아니라, 그곳으로 향하는 길에 깃든 이야기다.

 

# 신앙의 길, 인간의 길 만산동 교우촌

개발의 포인트는 거대한 시설물이 아니라, 최양업 신부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최양업 순례길(로드)’을 조성하는 데 있다.

 

화천 성당에서 출발해 용신교를 지나 파포천을 따라 신대리로, 다시 구운천을 따라 만산동 교우촌까지 이르는 약 20km의 길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다.

 

지금 누군가에게 그 길을 걸으라 하면 그 힘든 길을 왜?”라 반문하겠지만, 여기에 이야기가 있다면 반응은 전혀 달라질 것이다.

 

800km에 달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에도 전 세계인이 몰리는 이유는, 그곳에 깃든 영적 이야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거리의 길이가 아니라 이야기의 깊이이다.

 

# 땀으로 쓴 순례의 역사

최양업 신부는 1836년 김대건 신부와 함께 마카오로 유학을 떠났다. 김대건 신부가 1845년 한국 최초의 사제가 되었고, 최양업 신부는 1849년에 두 번째 사제가 되었다.

 

김대건 신부는 서품 1년 만에 순교했으나, 최양업 신부는 이후 11년 동안 전국을 누비며 사목활동을 했다.

그는 1년 동안 7000(2800km)를 걸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가톨릭에서는 김대건 신부를 피의 순교자’, 최양업 신부를 땀의 순교자라 부른다.

 

그런데 주로 충청·전라·경상 지역을 다니던 그가, 머나먼 화천의 산골짜기 만산동 교우촌까지 직접 찾아왔다는 사실은 놀랍다. 지금도 오지인 그곳을, 200년 전 그 옛날에 그는 어떻게 찾아왔을까?

 

아마도 만산동 신자들의 신앙적 열정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그 험난한 길을 걸어 그들을 찾아온 그의 행적은, ‘땀의 순교자라는 별칭에 가장 걸맞은 증거다.

그리고 그 만남의 이야기는 종교를 넘어선 인간 승리의 서사이다.

 

# 걷고 머무는 길이 남는 길

이제 필요한 것은 거창한 시설이 아니라, 조용히 기도하고 묵상할 수 있는 작은 경당 하나, 그리고 이야기가 깃든 아름다운 길이다.

 

화려할 필요도, 거대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지금 시대의 감성은 소박함 속의 진정성에 더 끌린다. 예쁜 순례길, 아담한 경당, 그리고 잘 만들어진 스토리 영상 하나면 충분하다.

 

이것은 가톨릭의 문제가 아니라, 화천의 문화 관광 자원을 살리는 길이다. 최양업 신부가 만산동 신자들의 신앙심에 감동해 산골 오지를 찾아온 이야기는, 화천이 간직한 가장 값진 유산이다.

 

# 먼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

지금 오음리와 원천리 방향의 터널이 뚫리며 화천으로 오는 길이 넓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길이 넓어져서 좋다고 말하지만, 길이 넓어질수록 사람들은 더 쉽게 떠나기도 한다.

 

그렇기에 교우촌이라는 한 지점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와 걷고 머무는 순례길의 개발이 시급하다.

 

최양업 신부는 현재 성인품의 전 단계인 가경자(可敬者)’로 되어 있다. 언젠가 그는 반드시 성인품에 오를 것이다.

그때가 와서야 만산동을 재조명하자하고 법석을 떠는 것은 늦은 일이다.

 

관광 사업은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산천어 축제도 처음에는 반대가 많았다. “화천 물고기도 아닌데”, “생태계가 교란될 것이다등등의 비난 속에서도 필자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올인했고, 결국 세계적인 축제가 되었다.

 

최양업 순례길도 마찬가지다.

 연구하고, 정성껏 가꾼다면 머지않은 날, 그 길 위를 걷는 순례객들로 화천 거리가 가득할 것이다.

화천신문 (inewspeople.com)

댓글2

스팸방지코드
0/500
  • 김재천
    2025- 11- 07 삭제

    부디 화천군수님이 되어서 화천군 미래가 빛나도록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김재천
    2025- 11- 07 삭제

    미래를 보고 준비하는 자에게만 꿈이 이루어지리라 봅니다. 만산동 계곡을 찾는 이들이 많습니다. 계곡 우측 중턱으로 둘레길 여기에 진달래나 철쭉 또는 백일홍나무길, 좌측 계곡하단부 들레길을 만든다면 20여km로 전국 최고의 명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