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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 | “경계에서 평화를 일구는 농민의 이름으로”

화천군농민회 조득용 회장이 전하는 국회 토론회 참관 기록

기사입력 2025-08-2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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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 | “경계에서 평화를 일구는 농민의 이름으로

화천군농민회 조득용 회장이 전하는 국회 토론회 참관 기록

. 조득용 | 화천군농민회 회장

 

#“우리가 땅을 지키고 있기에, 평화는 가능하다.”

2025819.
농민에게는 바쁜 시기지만, 나는 경운기를 내려두고 여의도로 향했습니다.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접경지역 농업·농촌·농민 권리 회복을 위한 법·제도 개선 토론회는 단순한 논의의 자리가 아니라, 우리 농민들의 삶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이라 느꼈기 때문입니다.

화천을 포함해 김포·파주·연천·철원·양구·포천에서 올라온 농민들의 얼굴은 햇볕에 그을렸지만, 그 눈빛만큼은 단호했습니다.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농사지을 권리를 보장받고 싶습니다.”

 

#“지뢰는 없지만, 우리는 여전히 통제 속에살아갑니다.”

토론회에선 연천·철원 등에서 실제 지뢰 사고를 겪은 농민들의 가슴 아픈 증언이 나왔습니다. 듣는 내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생각했습니다.
화천도 그 고통의 결을 달리할 뿐, 접경지의 억압은 여전히 유효하다.

화천에는 지뢰 사고는 없지만,

군사보호구역 지정으로 시설 설치는 제한되고,

군부대 훈련이 있을 때면 낙과와 소음 피해는 감내해야 하며,

개발 제한으로 인해 농업 기반시설 설치가 쉽지 않고,

간단한 창고나 하우스 하나조차 부대 협의를 통과해야 하는 현실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접경지 농민들이 겪는 조용한 억압이며, 법과 제도 속 사각지대입니다.

 

#“민통선 안에 하룻밤 자는 일, 그게 그렇게 큰 잘못입니까?”

파주에서 올라온 박지현 농민의 말은 많은 참석자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민통선 안 제 땅에서 작물 지키려고 하룻밤 자겠다는 겁니다. 그게 그렇게 큰 요구입니까?”

이는 화천의 현실과는 다소 결이 다르지만, 우리 역시 제도적 제약의 본질은 동일하게 체감하고 있습니다.
토론회에서는 파주와 연천 등 일부 지역에서 야간 영농이 통제되어 냉해 대응이 어렵다는 사례도 소개됐습니다.

화천은 이러한 직접적인 출입 제한은 덜한 편이지만,
군사보호구역 내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십 년을 농사지은 땅에 시설 하나 제대로 못 짓는 현실,
기반시설 부족, 행정 절차의 벽 등으로 여전히 많은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작물 보호를 위한 시설 투자가 시급한 시점에, 규제와 통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은 분명 개선되어야 합니다.

 

#“법은 국민을 보호해야지, 통제의 근거가 되어선 안 됩니다.”

공익법률센터 농본의 하승수 대표는 현행 법률이 실제 농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음을 조목조목 짚었습니다.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은 있지만, 농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내용은 실질적으로 없습니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은 출입을 금지로 간주하며, 부대의 재량에 맡기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법 개정을 통해 다음과 같은 조항이 명확히 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접경지역 농지에서의 영농활동을 명시적으로 보장할 것

지뢰나 군사활동 등 위험 요소로 인한 피해를 정부가 예방 및 보상할 것

필요 시 제한하더라도, 피해 최소화와 정당한 보상 원칙을 법에 명문화할 것

나아가 민관군 협의체 구성 및 출입통제 사전 고지 의무화 등도 함께 언급되었습니다.
이 제안은 화천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할 구조입니다.

 

#“법은 이미 있었다. 다만, 적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김규호 조사관은 아주 중요한 전례를 소개했습니다.
바로 2011년 제정된 서해5도 지원 특별법입니다.

군사적 요인으로 인해 어업인들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경영안정 자금 우선 지원,

대출 상환 유예,

이자 감면 등의 규정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접경지 농민들에게만 이러한 법적 보호가 미비한 것은 부당하지 않을까요?
화천과 같은 지역에도, 군사활동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가능성을 명확히 인정하고, 지원 근거를 법에 명시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평화는 선언이 아니라, 농민이 지켜내는 과정입니다.”

파주농민회 김상기 사무국장의 말은 토론회 전체를 꿰뚫는 메시지였습니다.

농사짓는 행위 자체가 평화의 실천입니다. 접경지 농산물은 분단의 땅에서 자라난 평화의 상징입니다.”

화천에서 재배된 감자, , 채소. 이들도 단순한 생산물이 아닙니다.
그 땅에서 군부대 사이를 오가며, 통제와 불안을 견디며, 자연을 지켜온 농민의 땀방울이 맺힌 생명의 결실입니다.

김 사무국장은 접경지 농산물의 공공급식 조달, 평화소비 확대, 소비자 참여형 평화기금 조성 등의 참신한 제안도 덧붙였습니다.
이는 평화를 구호가 아닌 구체적 경제 구조로 실현시키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입장은 분명했습니다. 이제는 실천이 남았습니다.”

이번 토론회에서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들도 뜻을 같이했습니다.

행정안전부 김언호 서기관은 접경지역지원특별법 개정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파주시농업기술센터 이병직 소장은 출입 유연화와 군부대 협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윤병선 건국대 명예교수는 접경지농민회연합 차원의 의견 수렴과 전달을 언급하며,

농민들의 목소리가 제도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려면 민관군 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화천군 역시 이 논의에 참여해야 할 시점입니다.
농민의 권리를 현장에서 지키기 위해, 지방정부가 제도 개정과 협의 구조를 선도적으로 열어야 할 때입니다.

 

#나가는 말 우리는 평화의 파수꾼입니다.”

국회에서 돌아오는 길, 나는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분단은 정치가 만들었지만, 평화는 농민이 지켜왔습니다.

화천에서, 연천에서, 철원에서.
접경지에서 농사짓는 우리는 단순한 생산자가 아니라, 경계 너머의 삶을 이어가는 평화의 주체입니다.

이번 토론회는 시작입니다.
이후 제도 개선을 위한 구체적 자리를 화천에서도 반드시 마련해 가겠습니다.

우리의 요구는 특권이 아닙니다.
그저 내 땅에서, 마음 편히, 농사지을 권리일 뿐입니다.

 

화천신문 (inewspeo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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