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6일 40년의 군 생활을 마감했다. 그 세월을 뒤돌아보면 난 세계 10위권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었고, 가장 명예로운 직업으로 장군의 반열에까지 올랐다.
미욱하고 부족하지만 항상 바른길로 인도하고 격려해 주신 선배님들이 계셨고, 절차탁마의 친구도 있었다. 어려운 길을 함께 걸어온 전우와 곁에서 성원해 주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던 축복받은 군인이었다.
이러한 군 생활을 마무리하는 마당에 문득 쉰 살이 되던 해의 일이 떠오른다. 육군개혁위원회의 군사혁신처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지금과 같은 화창한 봄날 서울 집으로 외박을 갔었다.
아내는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 보자며 롯데월드를 가자고 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내의 부탁이었기에 길을 나섰고 나는 생전 처음 청룡열차, 바이킹 같은 놀이기구를 타게 됐다.
왜 이곳에 왔느냐는 내 물음에 아내는 스릴이 있는 코스는 나이 제한이 50살까지인데 당신이 군 업무밖에 모르고 살았기에 이때가 아니면 평생 경험할 수 없어서 데리고 왔다고 했다.
우리는 하루, 한 달, 한 해가 지나가도 내일이 또 변함없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지금 하지 않으면 다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하나씩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다.분명히 역사는 큰 격변의 사건들로 전환점을 맞는다.
하지만 큰 격변의 사건도 작은 일들이 쌓여서 이뤄지기 때문에 그 시대, 그 당시에 해야 할 일에 대해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군을 이끌어갈 후배들에게 몇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먼저, 우리 모두 자신이 속한 조직의 주인이 되기를 바란다.
군에 큰 위기가 닥쳐도 마치 그 일은 나와 상관이 없다며 방관자처럼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최고 지휘관만이 군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다. 주장 한 사람이 잘한다고 그 팀이 우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선수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
우리가 모두 대표선수로 이 시대를 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또한 현재와 미래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가올 미래는 더욱 불투명하다.
세상은 하루만 지나면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그것은 군사적인 일로만 국한되지 않고 국가적인 문제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래에 대한 대비는 모든 군 구성원들의 명제이며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과업이기에 미래에 대한 예견과 대응력을 한 차원 높여 주기를 기대한다.